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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우 LJW Nov 12. 2022

본인 '업'을 대하는 태도

A업체와 B업체의 업을 대하는 태도

2018년부터 지금까지 생산직 계약직 채용과 운영을 맡고 있다. 갑작스럽게 맡게된 업무를 이렇게 오랫동안 끌고 갈지 그때는 예상할 수 없었다. 이 업무를 맡고나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편했던 순간도 있었고 진지하게 업무를 옮겨달라고 요청드려볼까 고민했던 힘든 순간도 있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어찌어찌 4년의 시간이 흘렀다. 


최근 우리에게 생산직 계약직 인력을 공급하는 몇개의 업체 중 2개의 업체 대표가 차례로 회사에 방문하였다. 한 업체는 3년 전부터 계속 거래해왔던 A 업체였고 한 업체는 불과 3개월 밖에 거래하지 않은 신규 B 업체였다. 하지만 현재 3년 전에 거래해왔던 업체와 신규업체의 인력공급 수가 비슷하다. 곧 추월할 듯 싶다. 두 업체 대표의 인력공급에 대한 전략과 생각의 차이를 비교하는 것이 재밌었는데 아래와 같았다.


A 업체의 방문 목적은 내가 요청한, 채용대행 방식으로 공급방식을 변경하는 건을 협의하기 위해서였다. 현재는 업체 소속으로 파견의 형태를 띈 공급방식이라 내가 거의 할 것이 없었다. 주 1회 근태를 업체에 보내주고 월말 인건비를 정산해주면 끝이었다. 하지만 전사적으로 도급사를 내재화하는 등 조금이라도 HR Risk를 줄이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상황이고, 파견의 형태는 큰 Risk로 판단되었기 때문에 인력업체에게 공급만 받고 우리와 근로자가 직접 계약을 맺는 형태인 채용대행 방식으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었다.


A 업체는 파견과 채용대행 모두 법적으로 할 수 있도록 허가받은 업체가 몇 없다며 큰 규모의 회사임을 늘 강조하는 업체였다. 그리고 강조하기를 요즘의 트렌드는 '도급'이라며 내게 예전부터 도급 형태로 인력을 운영하는 것을 계속해서 요청해왔다. 하지만 우리는 도급 자체를 굉장한 Risk로 생각하고 있었다. 성수기마다 인력이 부족하니 내년 책정될 시급을 조금 당겨서 지급하는 방식으로 인력을 모집하자고도 했다. 하지만 나는 시급이 그렇게 중요한 요소인가라는 의문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성수기에 시급을 올리는 유연함이 '프로'답게 일하는 방식이라는 스치듯 지나가는 말도 함께였다. 우리회사를 위해 전담으로 담당자를 배치했다는데 그 담당자는 '곧 이 회사가 성수기에 들어가니 준비해서 차질없게 해라.'는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비수기보다 시급 등 나아지는 것이 없는데 성수기라고 어떻게 더 인력을 잘 공급할 수 있나요?' 


이 말이 사실 난 좀 충격이었다. 본인의 업무를 이분은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단순히 시급에 높고 낮음이 인력 수급의 가장 큰 장애요소라고 생각하는 걸까? 


"혹시 면접은 대면면접으로 하시나요?"

"아니요.. 사무실이 00이라 면접은 불가해서 전화로만 하고 있습니다."


전화를 통해 면접보고 불합격을 통보받는 인원은 소위 '말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꼬치꼬치 캐묻는 사람은 거른다. 이게 프로다운 일처리인가?, 그냥 '느낌'으로 인력을 선별하고 공급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일 뒤 만난 B 업체는 나에게 늘 '공급'보다 '유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신규업체지만 정말 내가 버거울 정도로 빠르게 일을 밀어부쳤다. 본인의 직원을 입사시켜 단기직 퇴직율의 저해요소를 발굴하고 나에게 그때그때 보고하였다. 그리고 하루에 한번 전화해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깊이 들어와 예를들면, 우리의 인력구조를 개선해야 된다,는 조언도 서슴없이 하였다. 


시급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퇴직율은 단기직 입사 후 1~2주가 제일 중요하다. 대단한 것이 필요하지 않다. 따뜻한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정말 중요하다.


는 말을 늘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가장 어렵지만 한번 성공하면 정말 편한, 단기직이 편하게 적응하고 일하게 할 수 있는 문화. 이게 사실 내 목표다.


신규업체지만 업을 대하는 방향성은 B 업체가 조금 더 마음에 든다. 그리고 실제로 인력도 두 업체가 비슷하다. 곧 역전할 듯 싶다. 코로나19 전/후로 정말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수급도 원활하지 않아졌고, 오래 거래했던 업체도 이제는 다른 곳에 더 신경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신규 업체와 거래를 이어나가고 있다. 변화를 위해서 좀 더 단호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급보다는 유지에 초점을 맞추고 우리에게 소홀한 업체는 이번 성수기가 끝나는 시점으로 과감하게 정리해야겠다. 나와 생각이 비슷한 업체와 함께 진행하고 아닌 업체는 다른 형태로 계약을 이어나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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