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우 LJW Mar 15. 2023

기억에 남는 채용설명회가 되기 위해서는

채용설명회의 진행자 입장에서 듣는 사람 이해하기

얼마 전, 작년에 처음 인연을 맺은 학교와 상반기 채용 대비로 올해 첫 채용설명회를 진행했다. 작년에는 우리 회사 단독으로 했던 설명회였지만 이번에는 여러 회사와 같이 실시한 생각보다 큰 규모의 행사였다. 사실 참여 회사의 면면을 보면 상대적으로 우리 회사가 좀 작아보이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었는데 어쨌든 좋은 기회를 주셨기 때문에 최대한 학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자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인생은 정말 한치앞을 모르는 것 같다. 취준생 시절, 내가 지금 다니는 회사의 '그룹' 차원에서 진행한 채용설명회를 갔었는데 이제는 내가 (물론 계열사이기는 하지만) 반대의 입장에서 회사를 홍보하는 위치에 있다니. 사실 내가 취준생 자격으로 참여했던 여러 채용설명회에는 기억에 남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냥 내가 이렇게 취업을 위해 발로 뛰며 노력하고 있다는 성취감(?) 정도만 얻었던 것 같다. 그래서 더욱 고민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취업 준비하는 분들이 진짜로 원하는 정보는 무엇일까. 그리고, 어디까지 정보를 공개할 수 있을까.


내 기억에 가장 기억에 남는 채용설명회는 서울의 한 구청에서 진행한 채용설명회였다. 우리나라 메이저 공기업과 이름만 들면 알만한 대기업이 참여한 설명회였는데, 공기업 설명회를 위해 오셨던 인사팀 담당자의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본인이 공기업을 준비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설명 중간중간에 섞어 이야기한 내용이었는데 필기시험, 면접관련 꿀팁이 그것이었다. 아, 그렇구나. 그러면 취준생 입장에서 쉽게 생각하기 힘든 관점으로 취업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하면 조금 더 기억에 남는 설명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준비한 몇가지 내용이 있었다.

'지금 설명한 복지제도는 모든 계열사가 다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하지만 우리는 100% 다 누릴 수 있어요!)'

'우리는 이러한 브랜드를 확보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별거 아닐 지 모르겠지만 이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계열사 대비 우수한 제품을 보유했다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래서 그룹 차원에서의 투자금액도 달라집니다.'

'면접을 잘 보기 위해서는 서류를 잘 써야 합니다. 말보다 내용이거든요. 서류에 본인의 이야기를 충분히 썼다면 면접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너무 특정 회사에 국한된 이야기만 하는 것도 그리 좋지 않은 내용이라 생각해서 취업을 준비할 때 도움될만한 이야기도 살짝 보탠다. 그리고 위의 예시 외에도 회사 내에서 많이 쓰는 단어들도 은근슬쩍 흘리고 이런 단어들을 서류에 잘 녹일 수 있다면 별거 아닌데 조금 더 돋보이는 자기소개서를 쓸 수 있다는 내용도 제공했다. 내 딴에는 다른 회사와는 차별화된 조금 더 취업준비생 입장을 생각한 설명회 내용이라 생각했는데 듣는 사람을 어떻게 생각할 지는 잘 모르겠다.


Q&A 시간. 열이면 열 무조건 받는 질문이 있다. '연봉은 어떻게 되나요?'. 고민되는 질문이다. 솔직히 얘기해야 되나, 아니면 진부하게 '회사 내규'라고 해야하나. 사실 우리 회사는 기본급이 그리 크지 않다. OT와 성과급을 합쳐야 조금이라도 내세울 만한 연봉금액이 된다. 나는 고민 끝에 기본급을 러프하게나마 밝힌다. 그러면 학생들 사이에 웅성웅성 약간이 소음이 발생한다. 그러면 내가 덧붙인다. '모회사하고 10%도 차이 안나요.' 이 기본급이 어느 수준인지 가늠하지 못한 학생들은 모회사와의 연봉 차이를 듣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올해 3개의 설명회가 예정되어 있다. 사실 내가 제공하는 내용은 팀장님의 의사에 반하는 내용일 수도 있다. 한번도 내 설명회 진행 내용을 들은 적이 없기 때문에. 그래도 나는 조금이라도 기억에 남는 설명회가 되기 위해 여러 소스를 섞어 맛있게 제공할 생각이다. 물론, 맛있는지 아닌지는 먹는 사람이 판단해야겠지만.

작가의 이전글 최근 일어난 HR관련 사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