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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우 Jun 21. 2023

장애인과의 소통은 어떻게 해야할까?

지방으로 내려가 한 학교에서 채용설명회를 막 마쳤던 때, 같은 팀의 동료에게서 한 통의 전화가 왔다.


"그 환경미화하시는 장애인 두 분이 싸우던데??"


올해 초, 새롭게 장애인 고용과 관리를 맡게 된 후 첫 채용한 신입사원이 있는데... 불안불안하더니 결국 일을 터뜨렸나 싶었다. 


"어떻게 싸웠길래...전화까지 할 정도였어요?"


"아니, 행사 진행 때문에 올라가있었는데 거기서 막 말다툼을 하더라고. 근데 막 한 분이 손찌검을 하더라고. 크게는 아닌데 어쨌든 손찌검을 했어."


"그 손찌검하신 분이 머리가 짧았어요?"


"어어 맞아."


머리가 짧은 분이면 3달 전 입사한 신입사원이 맞다. 당연히 심한 주먹질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대놓고 폭력까지 하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순간, 처음 면접을 보러 왔을 때 어머니와 신입사원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머니가 조금만 본인의 행동에 대해 터치를 하면 확 짜증을 내며 등을 돌려버리고, 처음 만난 내 앞에서도 어머니에게 손찌검하는 행동을 하던 모습. 그리고 결심이 섰다. 최초 3개월 계약 후 1년 계약 조건이었는데 3개월로 마무리해야겠다고. 나는 바로 그 신입사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00님~ 혹시 오늘 같이 일하는 형이랑 싸웠어요?"


"아... 그게... 형이 조금 잔소리하구... 막 뭐 시키고 막 그러길래..."


"근데 이유야 어찌됐든 때렸다는데 맞아요?"


"아... 아니요, 살짝.. 살짝 했어요. 근데..."


"내가 예전에 형이랑 사이좋게 지내지 않거나 형이 시키는 일 안하고 그러지 말라고, 마지막 기회라고 했는데 또 이런 일이 일어나네요?"


"아니 선생님, 죄송해요. 저 일이 너무 좋구요, 내일 형한테 미안하다고 할거에요. 그리고 이미 미안하다고 했어요. 제가 순간적으로 못참은 것 같은데.. 제가 고칠게요."


사실, 신입 분의 이런 반응이 처음은 아니다. 같이 일하는 형은 1년 6개월이나 먼저 입사한 선배인데, 입사한 첫 주부터 나에게 '형이 잔소리가 너무 심하다.', '내가 알아서 잘 하는데 잔소리만 안했으면 좋겠다.'며 형의 '잔소리'를 상당히 많이 불편해했다. 나는 처음엔 그 선배를 불러 기회를 주고 지켜보는 코칭을 하도록 조치했다. 


그런데, '형의 잔소리'에 대한 불평을 나에게 개인문자로, 전화로 수시로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때마다 형을 불러 잘 다독이고 몰래 같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정말로 '잔소리'가 심한지 판단하려 했다. 그런데 그런 모습은 솔직히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신입사원 분의 일이 너무 서툴러 형이 직접 혼자 다하는 모습이 많이 보일 뿐이었다.


내가 외조모상을 당해 병원으로 운전해 가고 있던 그 시간에도 전화를 해 형의 잔소리와 '이제는 화도 내더라'는 고자질을 하길래 도저히 안되겠다는 판단에 복귀하자마자 그 둘을 불러 이야기를 했다. 같이 일하는 형에게 솔직하게 정말 잔소리를 심하게 하는지, 그 동생(신입사원)의 고자질때문에 힘들지는 않은지 물었다. 그랬더니 조금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너무 일이 서툴러 '이거 해야해'라고 이야기하면 갑자기 청소하다가 어디로 사라져버린다고. 그래서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어 결국 본인이 혼자 다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분명히 해야하는 일이 맞는데 그 일을 시키면 '왜 나한테 시켜?' 하면서 똑같이 청소하다말고 확 사라져버린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신입사원을 따로 불러 사실이 맞는지를 물었다. 맞다고 한다. 그리고 또다시 '잔소리만 안하면..' 이야기를 반복했다. 나는 말을 끊고 강하게 이야기하는 수 밖에는 없었다. '지금 신입사원 분은 선배에게 일을 배우는 입장이다. 회사는 학교가 아니다. 형이 잔소리한다고 일을 안하면 안된다. 무조건 2인 1조로 '같이' 다니고 형의 이야기를 들어라. 그 대신 폭언, 폭력을 하면 나에게 바로 이야기해라. 그게 아니면 동생이 일이 익숙해질때까지는 들어야한다.'


이 대화를 끝으로 1달간은 평온했었다. 그런데, 평온해보였던 것이었다. 이제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대놓고 싸웠다니. 싸운게 아니라 동생이 짜증내는 모습이 싸운 것으로 보인 느낌이었다. 소개해주신 복지관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다음날 직접 와서 그 분과 이야기를 나눠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결론은 다른 분으로 대체하겠다는 것. 


장애인이고,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채용한 분이라 어떻게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더 믿어주고 그래서 선배에게 더 모질게 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참, 사람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나보다. 내가 기회를 줬던 그 기간동안의 피해는 고스란히 같이 일한 선배 장애인과 같이 공장 미화 일을 하고 있는 직원들이었다. 미화 반장님의 '좀 아닌 것 같다.'는 피드백도 애써 무시하고 밀어붙였는데, 어디까지 내 판단을 밀어붙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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