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결정이었다. 작년 11월 대학 동기들과 대만 여행을 다녀온 뒤 마음이 동했는지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싶었고 '결혼하면 이제 다시 이런 기회가 없으니까!'라는 자기 암시가 뒤섞여 아주 충동적으로, 하지만 신중하게, 그리고 과감하게! 항공편을 예약했다.
에어프레미아, 뉴욕, 뉴어크리버티, 1월 24일
예약 당시만 해도 1월 27일은 평일이었다. 휴가를 하루 쓸 요량으로 항공편과 숙소를 결제하고 여행 일주일 전까지 룰루랄라 지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대체공휴일로 지정되면서 휴가를 하루도 쓰지 않고 6일간의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항공권 예약을 할 당시만 해도 정말 너무 힘든 시기였다. 일은 손에 붙지않고 무엇보다 그 조직의 문화에 적응하는 것이 어려워 헤매기를 4개월. 1월 초가 되니 거짓말처럼 일이 손에 붙기 시작했고 회식자리에서는 '요즘 아주 좋아!'라는 피드백까지 듣기 시작했으니. 이쯤되면 군입대 후 신병에게 100일 휴가 주듯, 신입아닌 신입사원이 결국 적응하고 1인분의 몫을 해내기 시작한 첫 해를 기념하는 여행 느낌으로 적정하지 않을까 싶었다.
역시 MBTI는 과학인게, 16개 성격 중 가장 게으르다는 ISFP다운 여행 준비 면모를 보였다. 3일 전에야 겨우 책상에 앉아 구글맵에 가볼만 한 곳을 즐겨찾기해놓고 110v를 쓴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하고 어댑터를 급하게 쿠팡으로 주문했다. (나에게 쿠팡은 신 그 자체다.) 그래도 중요한 건 안까먹는 편인게, 비자는 미리 신청했다. 그래도 할 건 다 한다.^^
에어프레미아는 장단점이 매우 뚜렷한 항공사다. 대한항공 등 FSC 외에는 대안이 없던 미주노선에 혜성처럼 등장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혀주었던 이 항공사는 신식 기체, 넓은 좌석, 만족스러운 기내 서비스 등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보유한 항공편이 적어 기체 한대의 결함이 발생하면 연쇄적으로 항공편 스케쥴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내 항공편은 안그러기를 바랐지만 결국 인천 출국편의 항공편은 오후 9시에서 새벽 1시로 4시간 연기되어버렸다. 그래서 전날까지도 100만원을 추가해 대한항공으로 바꿔야 될 지 고민하게 만들었으나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
여행의 가장 설레는 시간은 출국하는 날 공항가는 길 아니던가. 내가 사는 인천 송도의 유일한 장점인 공항 30분 컷을 십분 발휘하며, 밤 11시 느지막히 공항에 도착했다. 설렘 반, 걱정 반 출국수속과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여 도착한 면세구역. 거의 모든 곳들의 불이 꺼져있었고 독서광(?)답게 가벼운 책 한권을 읽으며 게이트가 열리길 기다렸다. 혹시 또 연기되진 않겠지? 하며 기다리던 찰나, 나오는 안내방송. "30분 연기" 그래서 결국 4시간 30분이 연기된 끝에 겨우 비행기에 몸을 싣을 수 있었다.
새 기종의 티가 팍팍나는 비행기의 좌석은 이코노미여도 생각보다 넓고 괜찮았다. 난생처음 12시간 이상의 장거리 비행의 걱정이 조금은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저 12시간 29분의 압박은 대단하다. (귀국은 15시간이라는데...) 넷플릭스에서 영화와 드라마를 되는대로 다운받았다. 일부러 이 순간을 위해 보지 않았던 오징어게임2와 요즘 재밌게 보던 '나의 완벽한 비서' 드라마, 킬링타임용 영화 몇 편 등등. 비행기는 숨가쁘게 사람들을 태웠고 질서정연하게 정리한 뒤 곧바로 활주로로 이동했다. 이제 시작이구나, 나의 첫 혼자가는 해외여행. 입국심사는 잘 할 수 있겠지, 도착하면 새벽 3시일텐데 호텔은 잘 찾가갈 수 있을까, 잠도 별로 못자고 나가야 되는데 체력을 괜찮을까. 별별 걱정을 사서하지만 결국 그 상황에 나를 던지면 어떻게든 해결된다는 걸 나는 37년간의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던지러 간다. 나를 그 걱정 한가득한 곳으로.
#정리
1. 여행은 역시 충동적으로.
2. 기본적으로 항공편, 숙소, 비자, 공항-호텔 교통편 4개는 미리 준비해야겠지..?
3. 에어프레미아는 지연이 너무 잦다. 일정이 촉박하다면 대한항공 등 FSC가 정신건강에 좋음.
#미국 여행 꿀팁 0.
에어프레미아 항공편의 결항, 지연을 가장 정확하게 알 수 있는 홈페이지 주소 : https://www.topasweb.com/home/Main.do (토파스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