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뉴욕의 평범한 토요일 오전

조스피자와 뉴욕현대미술관

by 이정우 LJW

낯선 환경때문인지 잠을 편하게 들지 못했다. 새벽 세시반에 체크인을 한 후 다섯시가 되어서야 겨우 잠에 들었다. 그리고 오전 8시. 여행기간이 길었다면 하루쯤은 여독을 풀기 위해 푹 쉬고 주변만 간단히 돌아다니는 일정을 짤 수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5일 밖에 없었다. 호텔 문을 나서면 정말 여행의 시작이다. 어떨까? 잘할 수 있을까? (뭘 잘 해내야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설레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는 수만가지의 마음을 머금고 나선 뉴욕의 첫인상은 그냥 여느 도시 그 자체였다. 토요일 오전의 고즈넉함은 여행자인 나에게만 특별함으로 다가와서인지 바삐 걸음을 재촉하는 현지인들 사이에서 나만 연신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켜고 팔을 쭉 뻗어 신나게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이었다.

IMG_7633.JPG 1월, 한겨울, 토요일 오전. 뉴욕의 첫인상

아침은 유명하다던 'Joe's pizza'를 먹으러갔다. 그러기 위해선 애매한 거리라 걷거나 뉴욕 지하철을 탔어야 하는데, 일주일에 12번 이상타면 그 이후부터는 공짜라고 한 정보를 토대로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 1904년 개통해서 지금까지 이어져온 시설답게 한국 지하철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낙후되고 더럽고 어둡기는 했다. 하지만 오히려 '지하철' 본연의 역할에만 충실한 느낌이 들어 담백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나라 2호선처럼 그렇게 깊지 않은 곳에 승강장이 있었고 출입 시스템도 애플의 나라답게 애플페이 태그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정말 애플페이 사용을 위해 현대카드를 새로 발급한 건 신의 한수였다.)

IMG_7634.JPG 뉴욕 지하철의 승강장. 지하철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느낌을 받았다.

유명세답게 Joe's pizza는 토요일 오전 8시 30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도 붐볐다. 나는 눈치껏 사람들이 가장 많이 주문할 것 같은 메뉴판의 가장 위의 피자를 주문했고 제로콜라도 같이 주문했다. 한조각이지만 아침 한끼로 충분할 정도의 크기였다. 아, 정말 뉴욕에 왔구나. 현지 음식점에 앉아 현지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나, 좀 성장했는데? 라는 생각때문인지 신나기도 했다. 혼자 이렇게 멀리 타지에 와서 음식을 주문해 테이블에 앉아 먹다니. 여행보다 내가 이렇게 스스로 해냈다는 상황 자체가 행복감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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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7640.JPG 기본 피자 한조각과 제로콜라. 토핑추가도 해도 되지만 짧은 영어+귀찮음으로 패스했다.

오늘 첫번재 관광지는 뉴욕현대미술관(Moma)이다. 피자를 먹고 지하철을 탄 후 방문한 '모마'는 관광객들로 붐볐다. 간단한 짐체크 후 입장했고 입장권 구매는 오프라인으로 했다. 짧은 영어가 못내 부담스러웠던 나는 열심히 인터넷으로 예매하는 방법을 검색했지만 한국이 아닌지라 찾는것이 더 힘들어 용기내 오프라인 구매처로 갔다. 여기는 현대카드 플래티넘 이상 회원에게는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유튜브에서 현대카드 실물만 보여줘도 무료 입장을 시켜준다는 영상을 보고 나도 직원에게 대뜸 현대카드 실물을 들이밀어보았다. 살짝 긴장했지만 직원은 아주 쿨하게 바로 계산없이 입장권을 끊어주었다. '나 또 해냈어!' 37살 먹은 남자의 소소한 행복이란 이런것이다.

IMG_7656.JPG 뉴욕현대미술관 (Moma)

맨 위부터 차례대로 보는 것이 좋다는 블로그 글을 찾아봤고 똑같이 그대로 했다. 몬드리안부터 마그리트, 피카소, 그리고 모네, 고흐까지 근대 이후 현대미술 작품이 폭넓게 전시되어 있었다. 미술작품 뿐만이 아니라 시각디자인, 건축까지 전시까지 아우르고 있어 가히 현대미술의 트렌드을 지배하는 곳이라는 명성에 걸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미술관에 자신의 작품이 영구 소장되는 것이 평생의 꿈인 예술가들이 꽤 많다고 하니, 내가 지금 어떤 곳에서 작품을 보고 있는지 실감이 들었다.


미술관을 나서면 바로 맞은편에 '모마디자인스토어'가 있다. 예상처럼 아기자기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제품들, 한눈에 봐도 높은 퀄리티의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하지만 가격은 우리나라의 1.5~2배. 키링 하나에 10달러쯤 하는 것을 보고 바로 내려놓았다. (하지만 여행 마지막날에 폭풍 쇼핑할 예정)

IMG_7693.JPG 모마디자인스토어

점심은 일본에서 정말 유명하고 뉴욕에서도 꽤 입소문이 난 '이치란 라멘'을 타임스퀘어점에서 먹으려고 한다. 오후 12시. 낮의 타임스퀘어는 어떨까? 아직은 낯선 뉴욕에서의 하루는 이제 시작이다.



#정리

1. 1월의 뉴욕은 그렇게 춥지 않다. 오히려 걸으면 더울정도. 하루종일 코드와 목도리를 둘렀는데 충분했다.

2. 뉴욕여행에서 미술관, 박물관 방문은 필수! 비교적 작은 뉴욕현대미술관부터 시작하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메트로폴리탄, 자연사박물관 등은 저어어엉말 큼)


#미국 여행 꿀팁 2.

1. 뉴욕 지하철은 7일동안 12번을 타면 13번째부터 무료다. 하지만 여행 5일만에 지하철을 12번이상 탈 수 있을까...?

2. 뉴욕현대미술관은 현대카드 플래티넘 회원에게 무료 입장 혜택을 준다. 하지만 플래티넘 회원인지 아닌지 따로 확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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