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뉴욕에서 발견한 일본의 라멘맛

타임스퀘어, 브라이언트 파크, 뉴욕공립도서관과 메그놀리아 베이커리

by 이정우 LJW

내가 가려는 이치란 라멘 타임스퀘어점은 중심 거리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골목에 위치해 있었다. 아주 떨어진 곳을 아니었고 충분히 타임스퀘어에 있다고 할 만큼의 거리. 잠을 3~4시간 밖에 못 자서 그런지 갑작스럽게 피곤이 몰려왔고 어디선가 쉬어야 할 것 같았다. 모마디자인스토어를 나선 나는 걸을까 하다가 조금이라도 체력을 아껴보고자 지하철을 탔다.

IMG_7706.JPG 오후 2시의 타임스퀘어

지하철의 장점이 있다면 지하철에서 출구를 걸어 올라갔을 때 눈앞에 쫘악 펼쳐지는 풍경에 대한 기대가 있다는 점이다. 버스를 탄다면 창문으로 미리 풍경에 대한 학습이 되겠지만 지하철은 전혀 예상을 할 수가 없으니, 순간적으로 펼쳐지는 도시의 모습에 감탄하는 '순간'은 지하철을 탈 때만 느낄 수 있다. 타임스퀘어 역에서 내렸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리고 조금 걸으니 보인 TV나 유튜브에서만 봤던 그 장면들이 내 앞에 떡하니 펼쳐져있었다. 타임스퀘어 광장의 낮도 밤만큼이나 매력적이었다. 며칠 후 야간투어 동행을 예약해 두어 야경을 볼 수 있을 텐데 야경은 얼마나 멋질까, 생각해도 설레었다.

IMG_7708.JPG 이치란라멘 뉴욕 타임스퀘어점

배고픔과 피곤함이 동시에 밀려와 구경하다 말고 부리나케 가게로 갔다. 들어가니 나를 반겨주는 일본 초밥집을 가면 으레 보이는 그 복장을 하고 반겨주는 아메리칸. 서양사람이 '이랏샤이마세!!'라고 외치는 모습이 어울리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했다. 선불이라 입구 바로 앞에 포스기에서 뭐라 뭐라 메뉴판을 보며 안내받았고, 대충 세트메뉴에 대한 설명 같아서 세트메뉴 중 1번 (새로운 곳 가면 보통 1번이 제일 메인이지 않나 싶었다.)을 시키고 자리를 안내받았다. 일식의 좋은 점이 1인석이 독립된 공간으로 잘 되어있다는 것. 자리에 앉으니 순식간에 피로가 몰려와 노곤해졌다. 따뜻한 목조식 인테리어도 좋았고 독립된 1인석도 너무 좋아 살짝 졸고 싶었다. 메뉴는 정말 빨리 나왔다. 앉고 거의 5분도 안돼서 나왔고 첫 국물을 마시는 순간 정말 왜 이치란 라멘이 뉴욕의 한복판에 지점을 내고 운영할 수 있었는지를 깨달았다. 호불호 없는 깊은 맛을 서양사람들이 알까? 싶은 이 국물맛을 맛보기 위해 일본여행을 가는 한국사람들이 그렇게 일부러 찾아가는 것이었구나. 피로감이 싹 가시면서 나는 한국에서 순댓국 먹을 때도 하지 않던 국물까지 원샷을 하고 말았다.

IMG_7709.JPG 이치란라멘 내부 전경
IMG_7711.JPG 이치란라멘과 고기토핑 추가


시간은 오후 2시. 너무 피곤했지만 점심을 먹으니 힘이나 한 군데 정도는 더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구글맵을 동선을 보니 내가 즐겨찾기 해 놓은 곳 중 맛집 한 군데와 명소 한 군데가 눈에 들어왔다. 메그놀리아 베이커리에서 바나나푸딩을 먹고 브라이언트 파크를 구경한 뒤 숙소에 가면 될 것 같았다.


메그놀리아 베이커리는 한눈에 봐도 현지인보다는 관광객이 많았다. 나는 바나나푸딩과 따뜻한 커피 하나를 주문하려 했는데 이 커피가 문제였다. 푸딩은 그대로 완제품을 가져가면 되었지만 커피는 계산하는 곳 따로, 받는 곳 따로 있었고, 받는 곳에서 계산했으니 달라고 따로 이야기를 해야 했다. (이게 무슨 시스템인지...) 나 계산했어요, 커피 주세요.라는 말을 시원스럽게 하지 못해 몇 번 실랑이가 있었지만 어쨌든 커피를 받았다. 웃긴 건, 내가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미국 분이 나에게 역으로 커피 어떻게 주문하는 거냐고 물어본 것이다. 저기서 주문하고 여기서 받는 거다,라고 알려주는데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 나, 한국 가면 바로 오픽 시험 봐도 되겠는데...?

IMG_7712.JPG 메그놀리아 베이커리
IMG_7743.JPG 가장 유명한 메뉴인 바나나푸딩. 실제로 정말 맛났다.

숙소 돌아가는 길에 들린 브라이언트 파크는 아이스링크가 설치되어 있어 사람들도 정말 붐볐다. 주변의 고층건물 사이에 있는 뻥 뚫린 공원과 팝송, 먹는 공간까지. 스케이트를 전혀 못 타는 나에겐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주변을 검색해 보니 바로 옆에 뉴욕공립도서관이 있어 한번 들러보았다. 도서관이 아니라 건물 그 자체로도 참 아름다웠다. 2층으로 올라가 보니 인증된 사람만 입장가능한 열람실이 눈에 들어왔다. 들어갈 수 없으니 더 특별해 보이는 공간. 입구를 지키고 있는 안내원 너머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을 찍어보았다. 누군가에게는 관광지이지만 그들에게는 그저 도서관인 곳. 사실 관광지라는 건 그저 내가 자주 못 가는 곳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 않을까, 싶었다. 동네를 벗어나면 그게 바로 여행이지 않나?


뉴욕에서의 첫날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IMG_7717.JPG 뉴욕공립도서관
IMG_7723.JPG 내부의 천장도 예술품으로 가득했다.
IMG_7726.JPG 등록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

#정리

1. 첫날의 동선 : 뉴욕현대미술관-타임스퀘어-이치란라멘 타임스퀘어점-메그놀리아 베이커리-브라이언트 파크-뉴욕공립도서관

2. 브라이언트 파크는 원래 문화행사가 많다고 한다. 겨울에는 아이스링크를 열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각종 공연이나 행사도 잦다.

3. 뉴욕공립도서관은 뉴욕 곳곳에 있는데 가장 유명한 곳이 브라이언트 파크 바로 옆 건물이다.


#미국 여행 꿀팁 3.

1. 뉴욕의 물가가 비싸니 경비를 조금이라도 아끼려면 저녁만큼은 마트에서 사서 숙소에서 먹기를 추천한다. 나는 숙소 주변의 트레이더스 조를 자주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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