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센트럴파크, 차파스누들
메트로폴리탄 도슨트는 총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되었다. 약 15명의 참가자 중에 나 포함 2~3명을 빼놓고는 모두 가족 또는 연인 단위로 신청한 분들이었다. 나중에 파리 여행기에도 올리겠지만, 한국에서도 남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회나 박물관을 관람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왜 난 이제야 이런 도슨트나 오디오 가이드를 활용하지 않았을까 후회될 만큼 멋진 경험이었다. 혼자 돌아다녔으면 놓치고 지나갔을 법한 전시물과 작품을 해석하면서 느끼는 도슨트 분의 개인적인 성향까지, 쉽게 오지 못하는 곳이라는 이유만으로 신청했던 도슨트에 대한 경험은 한국의 전시회에도 활용하고 싶다는 마음으로까지 이어졌다.
관람을 끝내고 점심 먹을 때까지 살짝 시간이 있었다. 지도를 보니 뉴욕에 오면 꼭 봐야 되는 박물관 리스트 중에 하나였던 자연사 박물관이 바로 옆 센트럴파크를 가로지르면 있었다. 겉만 볼 요량으로 일단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뛰는 사람들, 앉아서 통화하는 사람들, 아코디언을 준비해 온 MR에 맞추어 연주하는 사람들. 거기다 순간적으로 들리는 한국말과 영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모여 공원을 기준으로 각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사실 나도 사람들의 표정과 말투를 보며 관찰하고 분석하는 걸 좋아하는데 이곳에 있으면 수많은 데이터가 쌓일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자연사박물관의 겉면 사진을 찍고 바로 허기짐을 느껴 구글맵의 맛집 리스트로 찍어둔 곳을 살펴보니 가까운 곳에 쌀국숫집이 있었다. 누군가는 미국에 와서 왜 자꾸 다른 나라 음식을 먹냐고 할 테지만 난 사실 먹는 것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기도 하고 현지화된 다른 나라 음식의 느낌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CHA PA'S Noodles의 입구를 슬쩍 지나가며 보니 사람이 꽤 많고 혼자 먹는 분위기가 아닌 것 같아 살짝 망설였지만 부딪혀보기로 하고 문을 열었다. 딱 한자리 남은 가장 구석진 곳에 나를 안내해 주셨고 바로 메뉴판의 가장 첫 번째 메뉴와 사이드 메뉴로 고기를 시켰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여행을 오면 강박적으로 고기메뉴를 시키거나 곁들이는 메뉴를 꼭 시키게 된다. 고기를 먹어야 여행할 힘도 생긴다는 생각 때문인지 자연스레 손이 간다. 금세 나온 메뉴는 고기가 한가득 들어있는 쌀국수였고 국물은 살짝 우리나라의 소고기 뭇국 느낌이 났다. 전형적인 베트남 음식이라기보다는 살짝 현지화된 느낌이 좀 있었다.
내 바로 앞에는 한 20대 초반이나 더 어릴 수도 있을 것 같은 동양인 3명이 유창한 영어로 대화하고 있었다. 어릴 때 이민 오거나 유학 와서 살고 있다가 일요일 오후 친구들을 만난 느낌. 서양인은 아니니 당연히 모국이 있는 외지인일 텐데 어릴 때부터 자신의 언어보다 외국말을 더 많이 하는 느낌은 뭘까 궁금했다. 조용히 먹다가 이거 어떻게 먹냐, 소스 뿌려서 먹냐 물어보기도 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도 하며. 바로 왼쪽 옆자리는 커플이었는데 동양인 여자와 중동 남자 커플이었다. 각자 메뉴 1개씩과 맥주를 시켜 이야기를 나누는데 내가 오기 전부터 먹고 있던 분들이 내가 다 먹기 전까지 음식을 거의 먹지 않고 이야기만 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어떻게 저렇게 말이 많지...? 메뉴는 그대로인데 맥주만 추가해 가며 이야기하는 모습이 일정시간 이상 말하면 힘들어하는 내 성향상 신기해 보였다.
먹으면서 눈알을 굴려보니 계산은 앉은자리에서 하는 것 같아 점원을 불러 계산을 했다. 애플페이로 계산하려 하니 포스 기를 주셨고 서명을 할 찰나 화면에 팁 선택항목이 뜨는 것이었다. 2초 동안 고민했지만 난 아주 단호하게 팁을 주지 않았다. 고맙지 않아서가 아니라 뭔가 팁을 강요하는 느낌이 별로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주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던 경험도 있던지라 팁 없이 계산하고 밖으로 나왔다.
오늘은 일정이 좀 길다. 록펠러센터 전망대에서 선셋을 보고 미리 예약한 뉴욕시내 야간동행투어도 가야 한다. 계속 시차적응 때문인지 잠을 3~4시간밖에 못 자 체력적으로 쉽지 않은데 어쨌든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니까. 좀만 더 힘내보기로 했다.
#정리
1. 도슨트가 없으면 이 큰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을 효과적으로 볼 수 없다. 무조건 도슨트 투어로 볼 것을 추천!
#미국 여행 꿀팁 5.
1. 메트로폴리탄 카페 안에 있는 생수는 저엉말 비싸니 미리 챙겨 오는 걸 추천한다. (생수 반입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