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큰아이는 말수가 줄고, 내가 하는 말이 싫은지 방문을 닫아버린다. 무슨 얘기를 해도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는 느낌. 내 말은 무조건 듣기 싫다는 반항심이 가슴에 응어리가 찬 것처럼 불편했다. 예전에는 내 말을 잘 들었던 것 같은데, 싫다 싫다는 말만 반복했다.
스포츠 뉴스를 보고 있는데 어느 날 큰아이가 입을 열었다.
“엄마, 야구장 친구들은 많이들 가던데 나도 가보고 싶어요. 전에도 얘기했는데 한번 가요.”
아이의 급작스러운 질문에 놀란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전에도 친한 친구들은 야구광 팬이 많아 야구장에 가는데 왜 우리는 안 가냐고 했었다. 맞네. 한번 가보기로 하고 나도 남편도 바쁜 하루하루에 잊고 있었다.
“그래. 가자. 너는 어느 팀을 응원해?” 그 경기되도록 맞추게.” 나는 얼버무리며 물었다.
“어디든 상관없어요. 그냥 야구장 가서 직접 보고 사진도 찍으면 돼서요….” 짧은 대답 뒤에 방문을 닫는 아이를 보며 예매날짜에 알람을 걸어놨다.
무심한 엄마가 된 것 같아 신경이 쓰였다. 다음 주 경기 시작 1주일 전 예매시간 알림 덕분에 광클릭으로 예매에 성공했다.
“아하! 우리도 이번 주에 야구장에 가는 거야! ”
아이가 가고 싶다는 것을 깜빡했던 게 마음이 쓰였던 나는 필요한 준비물을 찾기 시작했다.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 모르는 나는 인터넷을 열심히 뒤지며 필요한 정보를 모았다. “치킨이랑 초밥이랑 사가서 먹으면 되겠다. 다른 간식도 준비하고….”
두 손 가득 들고 처음 야구장을 찾은 우리는 표를 찾는 방법도 몰라서 기다리고 있는 분께 하나씩 물어봤다. 촌스럽긴 하지만 오랜만에 아이의 환한 얼굴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야구장 예매자라도 어디에 해야 할지 몰라서 파워 블로거가 올린 정보를 보고 자리를 정했다.
우리는 다이노스팀 쪽 자리를 잡았다. kt wiz와 다이노스의 경기. 처음에는 다이노스가 점수를 획득해 5:0으로 앞서고 있었다. 7회 말 kt wiz의 안타에 경기장은 떠나갈 듯했다. 자신감을 가진 kt wiz 팀은 순식간에 7점을 따고 역전승을 거뒀다. 티브이에서 야구를 볼 때는 큰 감흥이 없어 채널을 돌리기 일쑤였는데, 직접 현장의 열기는 정말 뜨거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집으로 오는 길 야구경기에 관한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다.
“아까 잘하다가 역전하니까 좀 답답하더라”
“한순간에 그럴 수 있다는 게 좀 놀랐어요.”
“그렇게 그래도 직접 보니 생동감이 넘치고 재밌었어. ”
조용한 가족이었던 우리 집은 공통의 대화가 생겼다.
별 대화 없이 “숙제했니?” “시험은 잘 봤니?” 기계적인 질문과 대답에 온기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사춘기가 온 아이의 마음에는 따뜻한 대화가 필요했나 보다.
학원 일정에 치여서 집으로 돌아온 아이와 함께한 거실은 적막함이 맴돌았다.
시험을 많이 틀렸어도 “애썼네, 잘했어.” 어수룩한 행동이 많더라도 “괜찮았어? 다행이다” 아이를 위한 진심 어린 공감은 어디에도 없었다.
체격이 큰 남편은 야구장 의자가 좁다며 입을 삐죽거렸다. 큰아이는 “그럼 다음에는 우리 캠핑 석에 가요! 보고 싶은 사람은 계속 보고, 쉬고 싶은 사람은 텐트 안에서 쉬고요.”
“아. 그럴까? 다음 경기 일정을 한번 보고 정하자.”
나의 대답에 아이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창밖에 비추는 보름달로 어둠은 밝게 차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