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가 살게. 먹고 싶은 메뉴로 골라봐.”
“움…. 뭐가 좋을까 슈크림 라떼 이거 요즘 화젯거리이던데. 난 이걸로 할게.”
얼마 전 오픈한 집 근처 무인카페가 요즘 인기다.
유치원에 등원시키거나, 아이들 등교시키고 삼삼오오 모이는 엄마들의 방앗간 같은 곳이다.
“난 청포도 에이드 시켜야지. 여기는 탄산수도 팔아 그것도 천 원! 가격 완전 합리적이지?
에이드 더 먹고 싶을 때 탄산수 같이 시켜서 마시면 그것도 꿀이거든.”
주인이 없으니 모든 메뉴를 스스로 주문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지만, 1500원 커피의 저렴한 가격과 오래 앉아있어도 눈치를 보지 않아서 좋은 점도 있다.
요즘은 무인 문구점, 무인카페, 무인 떡집 등 주인이 없는 가게가 주로 많이 생긴다.
문득 너무 세련된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필요한 물건만 사서 나오는 생활이 편리하게 느껴지면서도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다.
어린 시절 300원을 들고 문방구에 가서 이거 얼마예요? 저건 얼마예요?라고 미주알고주알 물어보며 가격 비교를 했던 그때와 요즘은 너무 다르다.
문방구 아저씨가 용돈을 모아 와서 뽑기를 열심히 하는 나를 보고 한 번씩 주셨던 알사탕도 얼마나 달콤했던지.
새로 나온 불량식품이 궁금해서 돈이 없어도 한 번씩 들러서 아저씨한테 물어보곤 했다.
“이번에 대롱대롱 아이스크림도 들어왔어. 티나 크래커도 있고”
아저씨는 하굣길에 혼자 걸어가는 나에게 정겨운 한마디를 걸어주곤 했다.
디지털 시대의 요즘 아이들은 뭐든지 카톡으로 편하게 얘기한다. 각자의 집에서 게임으로 접속한 친구들과의 만남으로 우정의 깊이가 결정되는 건 나의 세대와는 다르다.
요즘은 선후배 친목 위주의 모임보다는 각자 공부하고 개인 시간을 활용해서 자신이 원하는 취미활동을 하는 대학생들이 많아진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오롯한 개인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적인 교류가 점점 없어져 가는 게 아쉽기도 하다.
사람의 관계라는 것은 내 필요에 의해서만 주고받는 것보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얻어지는 면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인간적인 교류도 가지면서 눈치 보지 않는 편안함을 주는 관계란 어차피 나의 노력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애쓰는 시간없이 내 필요한 것만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세상이라지만, 사소한 근황을 물어보던 정이 그리워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