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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망 Jul 22. 2024

어느덧 훌쩍 중년이 된 나를 바라보며

“난 얼마 전부터 눈이 잘 안 보여서 돋보기 맞췄잖아. 이제 핸드폰에 있는 글을 보려면 안경을 꼭 써야 해. 두꺼워진 안경을 쓰면 좀 서글픈 기분이 든다니까.”     


친구는 가방에 안경을 꺼내 반들반들한 융으로 입김을 불어넣었다. 안경을 닦으며 “후유”하고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난 운동하고 싶은데 무릎이 안 좋아서 배드민턴 그만뒀지 뭐야. 한 살 한 살 나이 먹으니 이제 관절도 조심해야 하더라.”

“어젯밤에 하얀색 코털이 보이더라. 진짜 깜짝 놀랐잖아. 코도 늙는다고 생각하니 좀 슬프더라고.”     


푸릇푸릇한 학창 시절을 함께한 친구들은 이제 모두 중년의 나이가 됐다.

점점 나이 들어가는 몸과 마음의 이야기를 나누며 깊은 한숨이 고요히 이어졌다.     


난 어릴 때부터 시력은 정말 좋았다. 당시에는 빨간색 안경테를 쓰고 새침하게 앉아있는 친구를 시샘할 때가 있었다. 안경 쓰는 친구를 부러워하던 나의 시력은 1.2를 계속 유지했다. 

그러나 요즘은 눈이 자꾸만 피곤하고 침침해져서 안과를 찾았다.     


“노안이 시작됐어요. 원래 시력이 좋았던 분들도 세월에 장사 없는 거죠. 불편하시면 돋보기용으로 안경 쓰시면 되는 데 크게 불편하지 않으시면 그냥 있어도 되고요.”

“영양제 잘 먹고 몸 상태 조절을 잘하면 시력이 좀 좋아질 수 있을까요?”

“음…. 6등신으로 태어났는데 8등신이 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시력도 같은 이치예요. 좋아지지 않아요. 관절염이 있었는데 더 나아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나빠지질 않길 바라야죠.”  

   

삶의 연륜이 쌓이는 중년이라지만, 늙어가는 것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은 나는 문득 불안감이 몰려올 때가 있다.

요즘은 친구들과 나이 듦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일이 잦아졌다.     


“노후준비해야 한다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그 나이가 이렇게 금방 올지 몰랐어.”

“맞아. 나이 들수록 시간이 더 빨리 간다는데 정말 실감하잖아.”

“예전에는 새치가 나면 뽑았는데 이젠 가위로 자르잖아. 한 올 한 올 머리카락이 소중해가는 나이지.”


“회사 다닐 때는 엄청난 업무량으로 정신없이 하루를 보냈잖아. 지금은 불안하긴 해. 일이 없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대책 없는 노후 걱정하다 보면 너무 숨 막혀서 하루를 지낼 수가 없더라고. 그렇다고 침울하게 보내는 건 싫더라. 그냥 오늘 하루만 생각하며 즐겁고 열심히 그렇게 지내야겠어.”     


젊고 생기 있는 모습은 더 드러내려고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다. 어쩌면 그것은 늙어가는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 자신이 초라해진다고 느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릴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중년이 된 나는 흘러가는 시간이 아쉽기만 하다. 지난 시간의 미련은 넣어두어야겠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 대신 가장 젊은 현재의 나의 하루를 보람차게 채워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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