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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망 Aug 05. 2024

감정의 순환열차를 타고

“내가 이번에는 염색 색깔을 새롭게 해 보려고 빨간색으로 했거든. 기분 전환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는데 집에 오니 남편이 글쎄 나보고 성냥이냐고 하는 거 있지? 아 정말 화나! 또 애들은 요즘 들어 또박또박 말대꾸하고 가족이라고 함께 있는 게 참 싫다.”     


산책하러 나온 친구가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집에서도 내 편은 없는 것 같아. 어디 전화하고 싶어도 전화할 사람도 없고 나갈까 생각했지만, 막상 나가려니 갈 데도 없는 것 있지. 가고 싶은 데 갈 곳이 없다니 그렇게 서글플 수가 없어.”     


침울한 친구의 표정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녀의 말에 공감이 됐다.

 결혼하고 남편은 본인 사업을 시작했다. 큰아이가 태어날 무렵에는 밤 10시 이전 퇴근이 한해에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바쁘게 지냈다. 아기를 돌보던 나는 무기력했고, 연고도 없는 곳에서 생활하는데 늘 외롭고 버거웠다. 언니들은 각자 생활로 바빴고 일상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주변에 없었다. 나는 무인도에 혼자 사는 느낌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열차의 구간처럼 감정의 순환주기를 사람마다 갖게 되는 듯하다. 애정이 있을 때는 열차가 안정적으로 운행을 하듯 하다가도 상대가 불편해지는 구간이 있고, 그로 인해 분노가 끓어 오르는 시간이 생기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잠잠해지는 감정의 순환이 무한 반복된다.

 잠시나마 안정된 열차 구간에서 있어도 슬슬 심기가 불편해오는 시기가 올 때면 어김없이 우울한 기분이 나를 뒤덮곤 했다. 그런 마음이 켜켜이 쌓여갈 때 나를 위하는 시간을 갖지 않으면, 분노가 치미는 감정의 열차구간이 빨리 찾아오곤 했다.    

  

친구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의 순환 열차 구간을 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 구간에서 분노와 슬픔에 압도되지 말고 나를 위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다릴 필요가 있다.

밖에 나가서 차를 마시거나 산책을 하면서 내 기분이 분노에 잠식되지 않는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밖에 나갈 수 없는 환경이어서 가족과 함께 있어야 하는 순간일지라도 잠시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은 꼭 가져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면 분노에 젖어들지 않는다. 나를 위하는 이런 과정을 통해서 서서히 화를 식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평안한 마음으로 상대를 대할 수 있다.


그러니 지금 분노와 외로움의 감정구간을 지난다고 너무 서글퍼하지 말자.


어차피 순환 열차는 그늘진 이 시간들도 금세 지나가 버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잔잔한 호수 같은 평화로운 구간이 꼭 찾아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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