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커플들은 정말 우릴 때랑 다르더라. 둘 다 안정적인 직업인데 각자 집에서 생활하고 시댁과 친정은 인사 가지 않고, 각자 벌어서 생일 때 서로 비싼 선물 하나씩 해준다던데?”
“서로의 지갑은 오픈하지 않는 거지. 각자 지갑이 있지만, 기념일에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하나씩 사주는…. 외국 같은 그런 문화가 많아지나 봐.”
“나 아는 선배도 둘 다 각자 월급관리 한대. 아이가 있는데도 장 볼 때 반반씩 통장에 입금하고 서로 돈을 얼마나 모았는지도 모르고 생활한다던데? 요즘 커플들은 깍쟁이가 많더라고.”
10년 이상의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무언가를 얻기 위한 조건을 기준으로 상대를 선택하려 들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확률이 높다.
‘이 남자랑 결혼하면 좀 편하게 살 수 있겠지? 내가 하려는 걸 맘껏 할 수 있고!’
무엇보다 결혼할 상대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평안을 위해서 상대를 선택하게 되면 현실적인 결혼생활이 올무가 될 수밖에 없다. 결혼은 서로에 대한 기본적인 의무와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을 만나야 좋아. 이만한 조건인 사람이 없다!”
라고 해서 그 조건에 맞는 상대를 선택한들 기대했던 것들이 내 마음속에 완벽하게 충족될 수 있을까?
배우자를 선택할 때 “그 사람에게 받을 나”가 아니라, “내가 기꺼이 해줄 수 있는 그 사람”을 만나야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나의 지갑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배우자를 찾게 되면, 내가 희생해야 할 부분들을 계산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혼이라는 굴레에서 버텨내기가 힘들다.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그 사람의 존재만으로 선택하겠다는 확신이 있다면 안온한 결혼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조건만으로 배우자를 선택하게 되면 그 조건이 내 발목을 붙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남자의 안정적인 조건을 보고 내 지갑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한 건데, 내가 그의 지갑이 되어야 한다니! 이게 말이 돼?”
이런 말들이다.
지갑만 보고 상대를 정하다 보면 그의 지갑이 내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지금까지 본인의 노력으로 차곡차곡 쌓아온 지갑이야말로 온전한 나의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남편을 선택한 건 ‘한결같은 마음’이었다. 오랜 시간 나를 위해 배려해 준 그 사람과 살면 결혼해도 외롭지 않을 것 같았다.
배우자를 조건으로 선택하지 않은 것은 내 인생에서 제일 잘한 일 중 하나다.
긴 여정을 함께 한 남편을 위해서 지금의 나는 기꺼이 그의 지갑이 되어주고 싶다.
장거리 연애로 결혼을 고민하는 이에게
“당신의 지갑을 어떤 계산 없이 기꺼이 열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세요. 그런 상대가 내 옆에 있다면 제주도에 있건 북극에 있건 어느 먼 곳이라도 상관없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