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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망 Aug 16. 2024

가성비 마음

“이번에 새로 나온 고르곤졸라 냉동 피자가 너무 괜찮더라.”

“거기 맛있다는 얘기 들었는데 나도 다음엔 주문해 봐야지”

“오! 나도 담아놔야겠다.”     


유명브랜드 회사에서 새롭게 출시한 냉동 피자에 대한 수다 삼매경에 엄마들은 빠졌다.

아이들 수업을 기다리는 시간에 엄마들의 짬 시간 대화는 늘 꿀팁 정보가 넘쳐난다.  

   

“밖에서 외식할 때 고르곤졸라 피자 시키면 너무 아깝더라.”

“포장하면서 치즈 추가해도 아까운 건 마찬가지야. 또디아에 치즈 좀 뿌려서 꿀 발라 먹으면 되는데 우리 애는 그렇게 시켜달라고 조른다니까.”     


아이들을 키우게 되면서 무언가를 할 때 가성비를 더 따지게 되는 것 같다.     


결혼 전에는 고르곤졸라 피자와 토마토 스파게티를 먹기 위해 근사한 레스토랑을 종종 찾아다니곤 했다.

가성비를 생각하기 전에 내 마음이 원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분위기 있는 카페, 내가 사고 싶은 것이 있을 때 주저하지 않고 가거나 구매했다.   

  

한창 많은 약속으로 분주했던 20대의 나는 비 오는 날도 어김없이 외출준비 중이었다.

둘째 언니는 아기였던 조카를 보는 시간이 힘들었던지 친정에 자주 왔다.  

   

“오늘도 약속 있어? 오늘은 뭐 먹니?”

“나 오늘은 비 와서 친구들이랑 오뎅탕에 소주 먹으러 간다!”

“그래? 오뎅탕? 만원이면 내가 한솥도 끓여줄 수 있는데...”     


그때는 그 말이 너무 웃겨서 언니가 만원으로 오뎅뷔페 차려줘서 친구들과

나눠 먹는 상상을 했었다.

지금의 나는 토마토 스파게티는 무조건 소스를 구매해서 집에서 만들어 먹는

가성비를 따지는 주부가 됐다. 고르곤졸라 피자도 직접 만들어 먹는다. 아몬드 슬라이스를 구매해서 또띠아 위에 꿀을 바르고 알뜰하게 뿌린 뒤 남은 것은 소분해서 냉동실에 보관한다.     


“난 극장 갈 때도 웬만한 영화 보는 건 싫더라. 터지고 부서지고 규모가 커서 돈이 아주 많이 들어간 영화를 볼 때 좀 흡족해지더라고.”

“어 나도 그래. 말랑말랑한 로맨스 영화 보기는 싫어. 그런 거는 넷플릭스 보면 되니까 극장 가서 보면 아까워.”     


엄마들의 가성비 대화는 끝없이 이어졌다.    

 

‘나’만 생각했던 결혼 전의 생활과 ‘우리 가족’을 신경 써야 하는 주부의 삶과는 상반됐다.


만들기 어려운 요리를 시도하면 에너지 소진이 너무 많고, 한가득 쌓인 설거지에 압도돼서 다른 집안일을 하기 힘들었다. 여러 가사로 신경 쓸 게 많은 피곤한 엄마의 삶에서는 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가성비를 따지게 되는 주부의 내공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쌓여갔다.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퇴근한 남편이 오랜만에 외식하자고 전화했다.    

 

“뭐 먹으러 갈까?”     


“음…. 내가 하기 힘든 거로 먹자. 식초물에 깨끗하게 씻은 미나리랑 쪽파를 송송 썰어서 갖은양념으로 버무린 꼬막무침이나, 바싹 구운 고등어 직화구이같이 집에서는 꿈도 못 꾸는 메뉴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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