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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메디아 Jun 01. 2021

경제학을 재밌게 공부했다

2018년 2월의 나

너무 많이 본 책


그래서 A매치 금융공기업에 가기로 하고나서 어떻게 준비하셨어요?


그렇다. A매치 금융공기업에 가기로 했다,고 선언만 해놓고서는, 정작 A매치 금융공기업을 어떻게 준비했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왈가왈부하지 않은 것이 마음에 걸린다. 그래서 이번 편에서는 어떻게 A매치 금융공기업에 가기 위해 준비했는지에 대해서 간략하게 써보려고 한다. (나중에 더 길게 쓸 시간이 있을 것이다)


아니, 그 전에, A매치 금융공기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 용어는 결코 현직자들 사이에서 쓰이는 단어는 아니다. 연예기획사로 치면 연습생, 행정고시로 치면 고시 준비생이 있듯, 금융공기업에도 금융공기업을 준비하는 '준비생'들이 있는데, A매치 금융공기업은 이 준비생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용어다.


A매치 금융공기업은 대한민국의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금융공기업 8곳을 의미하며, 보통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한국거래소, 무역보험공사, 예금보험공사, 그리고 예탁결제원을 일컫는다. 이것들이 준비생들 사이에서만 통용된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정작 이중 실제로 '공기업'인 곳은 없기 때문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공기업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말하는 공기업을 보통 의미하며, 이는 시장형 공기업과 준시장형 공기업으로 나뉜다. 전자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 가스공사, 강원랜드 등이 포함되며, 후자에는 조폐공사, 수자원공사, 마사회 등이 포함된다. 위에 언급한 소위 금융공기업 8곳은 엄밀히 말하면 공기업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넓은 의미에서 '기업'과 같이 대학생들이 졸업해서 취직하는 곳들이고, 공공기관의 성질을 띄고 있는 금융회사들이라고 간주되므로 금융공기업이라고 부른다. 그중에서도 필기시험을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합동으로 치뤄 온 유수의 금융공기업 8곳을 A매치 금융공기업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만 원 주제로 돌아와서, 나는 이 'A매치 금융공기업'에 가기 위해서 단호하게 황종휴 강사의 행정고시 경제학 강의를 결제하여 수강했다. 당시 비트코인을 통해 조금 벌어놓은 돈이 있었기에, 나에게 80만원 정도의 수강료는 결코 비싸보이지 않았음을 밝히고 싶다(지금 결제하라고 하면 많이 망설였을 것 같다).


A매치 금융공기업에 가기 위해서는 우선 '행정고시' 수준의 경제학을 공부해놓아야 한다. 즉, 미시경제학, 거시경제학, 그리고 국제경제학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빠삭해야 한다. 더 나아가, 한국은행에 가기 위해서는 대학원 수준의 경제학까지 마스터해야 하고, 금융감독원에 가기 위해서는 화폐금융론을 추가적으로 빠삭하게 알아둬야 한다.


그러나 그런 구체적인 것까지 고려할 시간이 없었으므로, 나는 일단 미시경제학, 거시경제학, 그리고 국제경제학 1순환을 결제하여 수강하기 시작했다. 2018년 1월부터 3월까지, 총 3개월 동안 나는 이 강의들을 모두 수강했다.


마침 대학교 4학년을 앞둔 겨울방학 시즌이었기 때문에, 시간이 많았다. 당시 여러 가지 이유로 전여친과도 결별했던 상황이라, 너무 갑작스레 시간이 많아져버렸다. 그 덕택에(?) 이별의 울분을 삼키고 경제학에 집중할 수 있었다. 쓰다보니 슬퍼진다.


정확히 어떻게 공부를 했는지까지, 이곳에 다 서술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행정고시를 치른다는 생각으로 공부했던 것 같다. 여전히 그때 공부한 지식들이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을 보면, 처음 마주했던 경제학의 세계에 내가 꽤나 심취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침에 느즈막하게 일어나서 아침밥을 먹고, 주변에 있던 감성 넘치는 카페에 가서 황종휴의 트리니티 인강을 들으면서 오전을 보냈다. 집에 돌아와 점심을 굳이 해먹고, 낮잠을 1~2시간 때린 뒤 다시금 주변 다른 카페에 가서 오후 시간을 공부하며 보냈다. 저녁에는 취미 생활을 온전히 즐기며 시간을 떼웠다. 그러한 생활을 한 2-3개월 정도 지속했던 것 같다. 이제 시작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잘 쉬었던 것 같다. 웃기는 일이다. 무언가를 향해 달려가는 일이 그렇게 휴식 같았던 적도 없었다. 그만큼 나는 경제학을 재밌게 공부했다.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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