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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틈 Feb 24. 2023

기다렸던 내 생일에 이별을 준비했다

그가 나와의 만남을 피했던 이유는


자존감 낮고, 거절당하는 걸 죽기보다 힘들어했던 나는 결국 그에게 이별을 고하자고 결심했다. 내 생일에 만나자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아마 오늘이 우리의 마지막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못 만나면서 기대했다가 실망하길 반복했던 이 주의 시간 동안 나는 꽤 덤덤해져 있었다.


- 누나. 나 집 앞이야.


그의 메시지를 받고 집 앞으로 나갔을 때, 그의 손에 케이크 상자가 들려 있었다.


“생일 축하해."


그가 건넨 케이크 상자를 받아 들었지만 이미 이별을 마음먹고 나왔기 때문에 이 상황이 썩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난 알고 싶었다. 그의 진심을.


“이야기 좀 하면 좋겠는데. 시간 괜찮아? "


그의 끄덕임을 보고 먼저 발걸음을 떼었다. 사람 많은 곳에서 이별을 이야기하고 싶진 않아서 동네에 있는 놀이터로 향했다. 우리는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역시 예상대로 사람은 없었다. 어떤 말부터 꺼내야 할까. 헤어지자? 아니면 만남이 없던 이 주 동안 힘들었다고?


“누나. 무슨 일 있었어?”


내 기분을 눈치챈 걸까. 그가 먼저 내게 말을 건네 왔다.


“우리 사귀고 이 주 동안 한 번도 못 만났어. 알아? 그런데 나는 이런 우리 사이가 뭔가 이상해. 나는 네 연락을 기다리느냐고 주말 내내 아무것도 못하고, 너는 확실하게 우리가 만날 수 있는지, 없는지 이야기해 주지 않잖아. 나만 바보가 된 기분이야. "


그는 내 말을 듣고 있을 뿐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손을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침묵이 맴도는 순간이 견디기엔 벅차서 차라리 빨리 대답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나도 누나 자주 만나고 싶은데. 못 만났던 이유가 있어. "

“무슨 이유?”


그는 또다시 대답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유를  알아야 나도 이해를 하지.”

“진짜 말하기 싫었는데 내가 데이트 비용이 없어. 그래서 누나가 만나자고 하면 계속 피했어. 미안.”


돈이 없는 서러움을 나는 안다. 돈이 없으면 움츠려 들게 되는 현실을 안다. 그래서 그가 얼마나 어렵게 이 이야기를 꺼냈을지 어렴풋이 예상이 되었다. 그래서 그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헤어짐과 만남, 그 중간에서 나는 결정을 해야 했다.


“나는 너 자주 만나고 싶어. 데이트 비용은 내가 내도 돼. 네가 돈이 부족하면 내가 내면 되고, 돈이 없으면 오늘처럼 놀이터에서 만나도 좋아."


나는 결국 그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 이후, 우리는 자주 보자는 말과 함께 대화를 마쳤다. 


- 누나. 내일부터 매일 보러 올게.


집에 들어오자, 확인한 휴대전화에 짧은 카톡 메시지가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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