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그의 질문에 몸이 굳어 버렸고
우리는 놀이터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 후, 매일 만나기 시작했다. 고작 우리 나이 스물넷, 그리고 스물셋. 돈이 없는 게 당연한 나이, 하지만 그는 데이트 비용을 내지 못하는 날이면 몇 번이고 망설이다가 나를 만나러 와 줬다. 우리는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값조차 부담스러워 편의점에서 음료수 한 캔을 사서 놀이터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그의 손에는 언제나 실론티가 들려 있었고, 참 아저씨 같은 취향이네 하고 생각하곤 했다.
“저녁은 먹었어?”
“누나랑 헤어지고 집에 가서 먹으면 돼.”
밤 10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아직 온전치 못한 다리로 지하철로 왕복 2시간이 넘는 거리에 일하러 다니느냐고 체력 소모가 많이 든다는 사람이 밥조차 먹지 못했다니, 그의 미련스러움에 화가 났다.
“내가 밥 사줄게. 가자.”
“아니야. 나 진짜로 집에 가서 먹으면 돼.”
“우선 지금 간단하게라도 먹자. 나도 배고파.”
배고프다는 내 말에 그가 쭈뼛쭈뼛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럼 편의점에서 먹자.”
그와 나는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사서 나란히 앉아 늦은 저녁을 먹었다. 배가 고팠던 모양인지 라면 하나에 삼각김밥 두 개를 먹은 그는 아까보다 한층 얼굴이 편안해 보였다.
“앞으론 그러지 마. 네가 그러면 내가 미안해서 너한테 만나자고 못 해.”
그는 자신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나는 그가 신경 쓰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한번 그에게 비싼 음식이 아니어도 좋으니, 늦게 만나는 날이면 가끔씩 같이 저녁을 먹는 걸로 하자고 했다. 그는 처음엔 대답하지 않았지만 결국 알겠다는 대답을 했고, 그 이야기를 나눈 우리는 자연스럽게 집 앞에 서서 인사를 나눴다.
“오늘도 만나러 와 줘서 고마워. 잘 가.”
그를 뒤로 하고 돌아서려는데, 그가 할 말이 있는지 머뭇거리고 있었다.
“왜? 무슨 일 있어?”
“아, 그게. 누나 혹시 이번주 주말에 1박 2일로 나랑 어디 좀 갈 수 있어?”
“뭐?”
예상치 못한 질문과 그 질문이 주는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내 몸은 굳어 버렸고, 갑자기 공기가 얼어붙었다.
“무슨 의미야?”
그에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