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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틈 Mar 03. 2023

이별은 아니었지만 시간을 갖기로 했다

베개가 젖을 정도로 엉엉 울어도 현실은 슬펐다


"무슨 의미인지 알려 줄래?"

 

사귄 지 오래되지 않은 우리 사이, 갑작스러운 그의 외박 제안. 나는 그가 나에게 제안한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내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침묵하는 그를 보며 어렵게 시작한 우리의 연애가 이렇게 가벼웠던 걸까, 내가 생각한 그가 이런 사람이었던 걸까 감출 수 없는 실망감이 몰려왔다.


"아, 아니야"

"무슨 의미냐고 묻는데 왜 대답을 못 해? 네가 대답을 안 하면 난 오해할 수밖에 없어."


싸늘한 공기와 얼어붙은 얼굴을 그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서 허공만 주시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온몸이 긴장되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저 이 공간 속에서, 이 시간 속에서 도망치고 싶은 생각 밖에 없었다.


"네가 날 어떤 사람으로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게 맞다면 넌 사람을 잘못 본 거 같아. 나는 사귀지 얼마 되지 않는 남자와 외박할 수 있는 사람이 못 되거든. 나 이만 갈게."


여전히 아무 말하지 못하는 그를 보고 있자니 알 수 없는 실망감이 몰려왔다. 허무하다고 해야 할까. 그에게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집으로 걸어오는 길, 당분간 그에게 연락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말았다. 답이 없던 그에게 한참 뒤, 답장이 왔다.


"그래. 알겠어, 미안해."


무너져 버리는 마음,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엉엉 울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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