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이, 이러고도 우리가 연인이라고?
삼청동을 걷고 그가 내게 선물해 준 비타민을 받은 순간, 나는 이 사람을 좋아하게 될 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그와 가까워지고 싶었다. 우리는 카페에 앉아 우리가 살아온 세월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그의 부모님이 어릴 적 이혼하셨다는 이야기와 우울했던 내 학창 시절의 이야기를 서로 숨김없이 나눴다. 그리고 사랑받는 게 익숙지 않은 우리는 둘 다 사랑에 서툴다는 것도. 나는 이 대화 끝에 우리가 어제 보다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건 내 착각이었을까.
연인이 되었어도 우리 사이는 언제나 제자리에 머물렀다. 그는 언제나 일이 우선이었고, 나를 만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또다시 연락 횟수는 줄어들고 있었다. 나와 진지하게 알아 가 보고 싶다는 말은 사귀자는 말이 아니었던 걸까 혼자 고민하기도 했다. 주말이 돌아올 때마다 이번주엔 만날 수 있는 걸까, 그와 만날 준비를 하고 기다렸다가 만나지 못하게 되면 비참함을 느꼈다.
이 연애의 주인공은 나 혼자인 것만 같은 기분. 그것도 비련의 여주인공이 된 느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외로움이 몰려왔고, 또 이렇게 상처받는 건가 싶었다.
그와 사귀기로 한 지 이 주째 되던 날, 나는 우리의 사이를 정리하는 게 맞을까 고민했다. 언제나 바쁜 그, 그리고 그런 그 사람을 기다리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일상. 이게 과연 서로를 위한 일인 걸까 싶었다.
“내일모레가 내 생일이야. 그때 만났으면 좋겠어.”
이별을 결심하고 그에게 연락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