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한테 옛사랑이 그립지 않느냐고 물었다. 고교 시절 '흑석동 올리비아 핫세'와 만났는데 시간 지나면 다 그렇게 모른 척 산다는 답을 들었다. 나는 그때 이별 직후였다. 아버지는 느낌으로 알았는지 뜬금없는 질문 의도를 되묻지 않았다. 문답 이후 아버지와 난 30분 넘게 침묵했다. 차 안에서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영화 <라라랜드>를 보고 그날의 고요함이 떠올랐다. 영화는 누군가 품고 있을 법한 남녀 관계 판타지를 건드렸다. 내가 그녀와 계속 만났다면? 내가 그와 약속했던 걸 이뤘다면? 이러저러한 가슴 속 시나리오를 끄집어 풀어냈다. 다행히 그 안에 꿈과 희망도 엮여 있어서 새해에도 남들처럼 판타지 그대로 간직한 채 살 수 있겠단 다짐을 받았다. 이 영화 진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