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위한 시간과 커뮤니케이션의 아득함에 대해
2017년이 밝았다. 사흘이 넘었다. 여기저기서 새해 인사가 오간다. 12월31일을 기점으로 숫자만 바뀐 게 아니다. 저마다의 소망도 바뀐다. 아무것도 달라진 것 같지 않은데 많은 이가 달라짐을 논한다. 그렇지만 내가 체감하기엔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겨울이라는 계절적 연속성만 돋보인다.
새해라면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사회는 떠든다. 작심삼일이라는 말도 어쨌든 계획은 세웠다는 걸 전제한다. 그러나 나는 올해 아무런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분명 그때그때 이러저러한 것을 하고 싶단 생각은 떠오른다. 하지만 딱 그쯤에서 그친다. 당장 하루하루 부침이 심한 상황에서 새해 계획은 너무도 거창해 보인다.
모든 이슈를 최순실 국정농단이 빨아들이는 것도 한몫한다. 몸담고 있는 언론계 특성상 이슈를 좇을 수밖에 없는데 가끔은 피로감도 느낀다. 얼마나 더 진실을 밝히기 위해 그들의 이름을 들어야 하며 추적하고 추론해 검증해야 하는가. 침몰하지 않는 진실을 조명탄으로 쏘아 올리기 위해 얼마나 더 많은 시간과 커뮤니케이션이 투입되어야 하는가. 단 두 시간만 뉴스에서 멀어져 있어도 헌것이 되어버리는 세상 감식안 앞에서 1년짜리 계획이 그래서 더 멀게만 보인다. 밥벌이를 그 바닥에서 하기에 체감 피로도가 더욱 높다고 합리화해본다.
그래도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는 명제는 오롯이 참이기에 사실 남들 앞에선 그러한 피로감을 감출 때도 있다. 이건 매우 위험한 생각이지만 겉치레를 벗고 벌거벗으면 사실이 그러하다. 하지만 모든 걸 집어삼키는 이 블랙홀 같은 현 상황에 신물이 나면서도 진실이라는 단어를 접하면 작아지고 만다. 그래서 올해 계획이 없다는 건 스스로 게으름을 합리화하려는 핑계라고 결론 내렸다. 미세 먼지를 동반한 겨울이 지난해와 올해 초 여전한 것도 물론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개인과 사회 사이에서 중심 잡기가 요즘 유난히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