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은 1달이 아닐까

우리 안의 다른 시간

by 반동희

시간의 가속도는 붙잡을 수 없다. 10대보다 20대가 빨리 지나가며 20대보다 30대의 흐름이 가파르다. 40대와 50대 역시 그렇다고 한다. 20대는 20km의 속도이고 30대는 30km의 속도라는 얘기도 있다. 오랜만에 만난 꼬마가 훌쩍 커서 신기하다면 나는 그만큼 세월의 더께를 견딘 것이다.


키우는 강아지를 볼 때도 시간의 상대성이 떠오른다. 생후 2개월 된 강아지는 어느새 35개월 한나이가 됐다. 난 그간 얘를 먹이고겼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우린 시간이 쌓아 올린 신뢰로 교감하고 소통한다. 강아지의 1년이 보통 사람 나이 6~7년쯤 된다고 하니 나와 이 강아지의 체감 시간은 어쩌면 다를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강아지는 주인과 한시라도 떨어지지 않으려 애쓰는 걸까. 이따금 이 세상 강아지들이 체감하는 시간의 축적을 사람이 그대로 느낀다면 여러 동물 문제도 크게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사람과 사람이 겪는 시간의 상대성도 사회 문제에 녹아있지 않나 추측해본다. 20대와 50대는 본질적인 시간 체감이 달라 앞을 내다보는 시각 자체가 다를 것이란 추측이다. 20대 때는 군대 생활 2년도 길어 보이는데 50대가 보기에 이는 그리 긴 시간이 아닐 것이다.


나 역시 어릴 적 "다음 주에 사줄게"란 소리를 들었을 때 그게 그렇게 멀어 보였다. 아마도 하루하루 겪는 일들이 달라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30대가 된 지금은 주 단위 계획은 기본이고 월 단위 계획이나 일정 잡기도 수두룩하다. 어떨 때는 "날 좀 풀리면 만나자"고 할 정도로 은근슬쩍 계절 변화에 따른 약속을 잡기도 한다. 이 모든 건 예전보다 반복된 일상이 많아지며 그 안에서 해야만 하는 의무가 늘었기 때문일 테다.


누군가 인생은 1년 중 며칠 안 되는 특별한 날이 모인 것이라고 정의했다. 직장인 기준으로 월급날이 12일이니 이래저래 더해도 평범한 사람에게 특별한 날은 1년 중 30일이 안 될 것이다. 대다수 현대인이 1년을 1달처럼 살고 있지는 않을까. 훌쩍 자란 어린 꼬마의 하루가 부러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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