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과 비정상의 문제다
정상과 비정상을 가리는 대척점에서 진보와 보수를 운운하는 편협함은 어디서 나오나. 탄핵 반대 집회라면서 태극기 팔랑거리고 심지어 성조기까지 흔드는 거 보면 '개돼지 논리'가 아주 틀린 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표현의 자유가 있으니 집회하는 건 그럴 수 있다. 그런데 태극기만 보면 가슴 찡하다며 군중 심리에 휩쓸려 군가 부르고 계엄령 외치는 건 '파블로프 개' 실험에 나오는 조건반사 아닌가?
'보수'라고 하니까 아마도 국가의 존속과 안녕을 염원하는 마음에서 태극기를 흔드는 것 같다. 그런데 저들이 나라를 사유화해서 한탕 해 먹겠다고 하던 중 터진 게 이 사태다. 차라리 연예인 팬클럽 얼굴 넣어 흔들듯이 그분 얼굴을 그렇게 새겨 넣고 흔드는 게 맞아 보인다. 논리에 맞게 집회 소품을 정하라.
가만 보니 해당 집회 안에 젊은 사람들도 있던데 그 또한 생각의 차이라고 받아들이겠다. 현장을 갔는데 예상보다는 좀 더 있어서 사실 놀랐다. 다만 먼 훗날 지금을 돌아보면 당신들 자식한테 창피한 순간이 반드시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늙어서 연금 받을 때 누가 키운 곳간에서 당신들 돕는지 꼭 되짚어보자.
추운 날 밖에서 태극기 흔드는 여러분들은 뭔가 크게 착각 중이다. 지금 국정농단 피의자 변호하는 이들은 여러분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고 따뜻한 곳에서 그 일 하고 있다. 변호 성공하면 그때 가서 따로 성공 보수도 받을 거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고작 일당 몇 푼 받고 땡이지 않나? 동원과 세뇌라는 건 이럴 때 쓰는 거다.
시청역 TV 전부 점거해 "얘들이 애들을 세뇌하고 있어"라고 하던 분들께 하고 싶은 얘기다. 모르나 본데 대한민국 건국 이래 지금이 가장 보편적 교육 수준 높은 때라고 한다. 세상엔 정말 다양한 경로로 다채로운 정보가 쏟아져서 키우는 자식 하나도 세뇌하기 힘든 시대다. 여러분들 자식 한 번 보라. 어디 뜻대로 말 듣고 따르던가? 옆에서 어르고 달래도 안 되는데 그 수많은 정보 채널 중 하나인 TV 방송이 세뇌하면 얼마나 할까.
미국이란 나라가 어떻게 성장한 나라고 지금 어느 방향키를 쥐고 있는지도 모른 채 성조기 흔들면 그게 바로 '정치 펫' 혹은 '정신 노예'인 거다. 특히 정신 노예는 말이 심해서 그렇지 사실 별거 아니다. 저쪽은 나를 100중에 1로 보는데 나만 저쪽을 100중에 100으로 보다가 그게 커지면 정신 노예 되는 거다. 효순이 미선이 사건 벌써 잊었나? 하긴 언제적이냐고 되받는 세월호보다도 오래된 일이니 구태여 더 쓰진 않겠다.
80년대에 나온 소설 <태백산맥>을 보면 6·25 전쟁이 발발하자 피란 떠나면서 "미국이 도와줄 거야"라고 떠드는 군상들이 나온다. 해방 직후 살아남은 친일 부역자들과 농지개혁 무산시킨 지주 대다수가 그런 말을 한다. 이 소설 얘기 꺼내면 또 빨갱이 운운할 텐데 그래도 자꾸만 소설 속 그 장면이 떠오른다. 소설에 불과하지만 요즘 현실의 인과관계와 핍진성이 워낙 소설만도 못해서 그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