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정혁 Mar 03. 2017

평창동계올림픽, 귀화 선수로 결집?

여론 형성 생략된 '귀화 선수' 증가

정치 경제가 혼란스러우면 당연히 스포츠도 타격받는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아직도 금융권 후원 찾기에 골몰하는 이유다. 사회학에서 이따금 국민 소득 대비 골프와 승마 인구 같은 분석을 하는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 요즘 일본이 그래 보인다. 나라는 잘살지만 국민은 못 산다는 비판을 올림픽에서 돌파하려는 모양새다.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학교에서 올림픽 수업을 하는 등 일찌감치 분위기 띄우려는 움직임이 있다. 낙심한 젊은 세대의 자긍심 고취에 스포츠를 통한 국가관 주입이 제격이라는 판단을 한듯하다. 얼마 전 만난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 관계자는 실제로 일본에서 평창 테스트 이벤트 티켓 판매가 기대 이상이었다고 털어놨다.


이 가운데 눈길이 가는 건 최근의 '귀화 선수'다. 평창동계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단 약 130명 중 최대 21명이 귀화 선수로 채워질 전망이다. 이는 대한민국 전체 선수단에서 10%를 훌쩍 넘는 수치다. 특별 귀화라는 이중 국적 허용인데 체육계 여론 수렴이나 건전한 토론회조차 없다는 게 의아하다. 그저 하루가 멀다고 귀화 선수 얘기가 들려올 뿐이다. 주변에선 "도대체 이 많은 선수가 언제 어떤 과정으로 국가대표가 됐는지 모르겠다"는 질문도 날아온다.


귀화 선수를 긍정적으로 보자면 스포츠 내셔널리즘 타파의 초석으로 볼 수 있다. 스포츠엔 국가와 인종이 없다는 유토피아적 지향점을 드러낼 기회다. 하지만 현실이 어디 그런가. 부정적으로 보자면 대표 선수와 메달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구매한 행위로 규정할 수도 있다.


이쯤 되면 찬반을 떠나 신중한 검토 없이 덤벙대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전문가나 오피니언 리더의 역할은 이럴 때 필요한 것 같은데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체육계 안팎의 철저한 검증이나 합의가 없는 모습이다. 그저 표면적인 현상만 바라보고 있는 상태다.


한국은 비교적 동계 종목이 약하다.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의 인식 역시 그렇다. 그래서 혹시 안방에서 다른 나라 선수가 메달 잔치 벌이는 게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는 암묵적 동의라도 있는 걸까? 의혹의 시선을 끝도 없이 키우면 이러한 의구심까지 번진다.


지난해 한창 케냐 마라토너 에루페가 귀화하겠다고 했던 일이 기억난다. 그러나 당시 육상계는 마라톤이라는 종목엔 손기정부터 이어진 민족의 혼이 담겼다며 극구 반대했다. 표면적으로는 에루페가 과거 말라리아약 복용에 따른 약물 의혹에 발목 잡혀 태극마크를 달수 없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그랬던 한국 스포츠계가 어쩐지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는 포문을 활짝 열어둔 모양새다. 이를 두고 한쪽에선 "백인에게 유독 관대한 인종차별적 행위까지 거론할 수 있다"고 비판 중이다.


중요한 건 당장 올림픽에서 이방인이 태극마크를 달고 나타났을 때 국민 정서가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가다. 이에 앞서 여론 형성과 정서 혼란의 완충 역할을 해야 할 체육계의 목소리가 없어 물음표만 더욱 커지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레거시' 희미한 평창동계올림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