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에서 곱씹는 나를 위한 서시

by 반동희

# 타석에서 멋진 타구 날리기 위해 수천 시간 연습한다. 실전에서 차례를 기다리다가 타석에 오른다. 침착하게 괜찮은 공이 올 때까지 갈고닦은 스윙을 참고 또 참는다. 그렇게 1초도 안 걸리는 속도로 날아오는 공을 보다 보면 "이거다"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때가 비로소 피땀 흘려 가다듬은 스윙을 할 때다.


# 평범한 플라이 타구와 땅볼을 남들처럼 쉽게 잡기 위해 수천 시간 연습한다. 실전에서 수비 위치를 잡은 뒤 우리팀 투수가 공을 던지는 순간 상대 타자가 받아치는 상상을 매번 한다. 그렇게 계속 안 보이는 곳에서 준비 동작을 한다. 몇 구째인가 진짜로 타구가 날아오는 순간 비로소 피땀 흘려 연습한 수비 동작을 펼친다.


# 인생에 자주 비유되는 야구 속 기다림의 미학은 사실 수비에 더 있는 것 같다. 심지어 외야수는 카메라에도 자주 안 잡힌자. 평범한 우리 대다수도 그렇게 조용히 각자의 위치에서 하루를 산다.


# 솔직히 경기는 뒷전이다. 공이 방망이에 맞을 때 나오는 "딱" 소리 하나 들으러 야구장 왔다. 이제야 숨통이 좀 트인다. 야구장이나 축구장은 가장 쉬운 도시 탈출이다. 고척돔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다. 그런데 역시나 엄청 춥다.


# 그나저나 오늘도 두산 좌익수 수비는 좀 그렇다. 그래도 타격 하나 좋으니 됐다. 저 사람에 비하면 나는 나만의 필드에서 뭐 하나도 제대로 못하고 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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