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편소설) "몰카 팝니다"

by 반동희

"제가 몰카를 팔게 된 게 언제냐고요? 아, 그게 아마도 중학교였던 걸로 기억해요. 왜 있잖아요. 한창 사회적으로 몰카가 성행했던 때요. TV 예능도 있고 전혀 다른 예로 몇몇 연예인들 사건도 불거지고."


"그럼 중학교 때 그걸 보면서 장사를 생각했던 거라고요?"


"아, 그렇죠. 앞으로 저게 돈이 되겠다. 난 공부도 못하는데 꼭 남들보다 빨리 저걸 팔아야겠다 생각했던 거죠."


"일종의 선점 효과?"


"그렇죠, 그렇죠. 아, 우리 집이 초등학교 앞에서 떡볶이 장사를 했거든요. 그런데 한 2년 지났나? 건너편에 바로 떡볶이집이 생기더라고요. 심지어 거긴 그 당시에 초등학교 앞에선 잘 팔지 않던 닭꼬치까지 같이 팔았어요."


"그럼 새로 생긴 집과 경쟁했겠네요?"


"그럴 것 같죠? 처음엔 그렇긴 했어요. 그런데 그게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오히려 우리 집이 장사가 더 잘 되던데요. 거기서 배웠죠. 아, 뭐든 하려면 먼저 하는 게 중요하구나."


"어째서죠? 무슨 비결이라도 있었나요?"


"원조였죠. 원조. 저희 엄마 아빠가 처음 떡볶이집 문을 열었을 때 막 유치원에 입학한 저와 함께 사진을 찍었던 적이 있거든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가게 문 열었다고 기념사진 찍는 거. 아, 그 사진을 대문짝만 하게 뽑아서 엄마가 가게 앞에 달았죠. 학생들한테 떡볶이의 깊은 맛 뭐 이런 홍보를 했던 거 같아요."


"학생들이 떡볶이집이 많이 생겨서 좋아하게 됐고 그러다 결국은 원조집을 찾더라?"


"아, 역시 기자 선생님 똑똑하시네. 그거예요. 그거. 심지어 우리 집은 닭꼬치도 팔지 않았는데 손님이 늘었죠. 원조라 떡볶이 하나만은 최고로 오래됐다. 뭐 그런 게 먹힌 거죠."


"그게 지금 몰카 판매와 어떻게 이어졌죠?"


"고등학교 졸업하고였죠. 언젠간 내 가게를 하나 열겠단 생각에 죽으라고 공장 생산직에 들어가서 라인 탔어요. 2교대에 주말 특근까지 하고 악착같이 돈을 모았죠. 딱 2년 지나고 군대에 가면서 주식을 샀죠."


"주식? 갑자기 무슨 주식이요?"


"그때 공장에서 일 할 때 주식 하다 쫄딱 망해서 라인 타러 온 형이 있었거든요. 아, 그 형이 말하길 자기가 CCTV 만드는 회사 주식을 샀어야 하는데 작전주에 말려서 돈을 못 빼는 바람에 못 샀다고 하더라고요. 작전주니 뭐니 말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CCTV에 확 꽂혔죠. 그게 결국은 개인 몰카 발전으로 될 것 같단 생각을 했고요."


"그게 중학교 시절 몰카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왔고요?"


"아, 그렇죠. 맞다, 그랬다, 내가 언젠간 저 기계가 세상을 지배할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 기억이 살아났죠. 그날로 그 형한테 물어물어 주식 계좌 만들고 CCTV 만드는 회사 주식을 샀죠. 2년 동안 모은 돈에 70%를 넣은 것 같아요. 나머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겨뒀고. 그리곤 군대에 갔죠."


"그래서 군대 갔다 왔더니 재미 좀 봤다?"


"아 네, 거의 뭐 2배 가까이 불었죠. 기분 좋더라고요. 2년간 삽질하고 왔더니 국가가 보너스를 준 기분이랄까? 그때까지 살면서 공부나 머리 쓰는 일이랑은 거리가 멀었는데 왠지 그렇게 돈을 번 것 같기도 하고 그랬죠."


"군대 다녀와서 그럼 곧장 이걸 시작했나요?"


"그렇죠. 선점 효과죠. 그때 막 용산전자상가가 몰락하기 시작했거든요. 집집마다 인터넷 선이 쫙쫙 깔렸죠. 그래서 이때다, 싶었죠. 인터넷으로 팔자 뭐 그런 게 팍 떠오른 거죠. 시대를 잘 만난 거라고 봐요 전."


"구체적으로 어떤 뜻이죠?"


"보세요. 몰카 하나 사려면 꺼림칙할 수 있다고요. 괜히 죄짓는 것 같고 그렇다 이거죠. 어디 설치하려고 하는데 어떤 게 좋나요? 뭐 이런 대화도 오가고. 기자님이 몰카를 사러 간다고 쳐요. 인터넷이랑 직접 가는 거랑 뭐가 더 좋겠어요? 물론 품질 보장에 AS 확실하다는 선에서."


"음, 무슨 뜻인지 알겠네요."


"몰카란 게 뭐예요. 결국 익명성 아니에요, 익명성. 그런데 이게 오묘한 게 그걸 설치하는 사람도 익명성을 요구받길 원하거든요. 내가 뭘 설치한다 하는 걸 이 세상 누구라도 안다면 그것도 꺼림칙해하죠. 그걸 노렸죠."


"거기에 선점 효과를 얹은 거고?"


"그렇죠. 주식 해서 번 돈으로 번듯한 홈페이지 꾸미고 했죠. 처음엔 주문량이 많지 않아서 제가 친구들 몇 명 고용해 직접 주소지로 배달하고 그랬다니까요. 그런데 웃긴 게 뭔지 아세요?"


"뭔데요?"


"대부분 사는 분들이 직접 받지 않는다는 거죠. 문 앞에 두고 가라거나 아니면 집에 있던 애들이 잠깐 집 밖에 나와서 받는 경우가 많았어요. 어차피 박스 안에 있으니까 그게 몰카인지 뭔지는 아무도 모르고."


"거기서 익명성을 봤다는 거네요? 철저히 경험적으로?"


"그런 셈이죠. 저는 그 익명성을 보면서 아, 이거 더 대박 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사람의 익명성은 끝이 없으면서도 누구나 그 짜릿함을 원한다고 생각했죠. 왜 남자애들 중에 어릴 적 옆집 누나나 여자애들 옷 갈아입는 거 훔쳐보지 않은 사람 없고요. 저도 그랬고요. 그리고 제 기억에 몇몇 여자애들도 잘생기거나 좋아하는 오빠 멀리서 따라다니면서 본 경우 많았어요. 더 자세한 건 모르지만."


"그 경험이 검증됐다는 거네요?"


"그렇죠,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 주문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어요. 아까 기자님이 말한 선점 효과가 한몫했죠. 그 당시에 인터넷으로 몰카를 파는 사람은 몇 없었거든요. 그중에서도 제가 1등이었다고 자신해요. 젊기도 했고 정말 밤낮없이 일했으니까요."


"성공담이군요. 그런데 주로 어디서 많이 사가던가요? 아무리 구매자가 자신을 숨기려 해도 대충은 알 거 아니에요. 어떤 종류를 사가면 어디서 쓰겠구나 정도? 혹은 아예 대놓고 누군지 뭘 하는 사람인지를 알 수도 있는 거고요."


"그렇죠. 모두가 다 자기를 숨기는 건 아니었죠. 제가 지금도 판매자들에게 강조하는 게 구매자는 철저히 비밀로 지킨다는 거니까요. 요즘은 사회적으로 많아져서 그런지 당당한 손님들도 많아요."


"그래서 어디?"


"뭐, 요즘 하도 몰카가 흔해서 잘 아실 텐데요. 상상하는 곳들 모두와 상상할 수 없는 모든 곳이라고 보면 돼요. 모텔, 화장실, 건물 복도, 회사 사무실, PC방 등은 기본이고요. 최근엔 학교나 유치원, 어린이집 같은 곳도 많았죠. 이런 곳은 사실 몰카라기보다는 CCTV라고 보는 게 맞는데 우린 그런 것도 잘 취급하니까요. 어쨌든 그런 곳이야 이제 거의 다 깔려 있어서 사실상 신규 거래가 없는 셈이죠. 추가 구매 혹은 교체 정도로만 하고 있어요. 그래도 제 입장에선 언제나 친절해야 하는 곳이죠. 한 번 거래처로 터놓으면 꾸준히 수입에 잡히니까요."


"그럼 상상할 수 없는 곳이라면 뭐가 있을까요?"


"아, 그런 건 말씀드리기 조금 곤란해요"


"그렇지 않아요. 그럴 필요 없는 게 어차피 현대인이 24시간 CCTV에 노출돼 있다는 건 누구나 알아요. 몰카와 한 뼘 차이죠. 그게 구체적으로 어디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인 거고."


"그러니까요. 제 말이 그거예요. 이런 게 기사에 나가면 그런 거 방지하려 들 텐데요? 그럼 저 밥줄 얇아져요."


"그럴까요? 반대로 생각해보세요. 매년 몰카 사건은 증가하고 있어요. 하지만 방지하기 위한 대책들은 개인적 노력 외엔 사실상 없죠. 당분간은 밥벌이가 더 굵어질 수 있다고 반대로 생각해보자고요. 기사를 보고 어라? 이런 곳에도 몰카를 달 수 있어? 나도 한 번 사봐야지. 이럴 수도 있고요. 제가 아무리 기자지만 세상 물정 앞에서 이런 소릴 할 수밖에 없네요."


"아이고, 똑똑하시네요. 몇 가지만 말씀드릴게요. 왜 요즘 간통죄 없어졌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중년 여성분들이 꽤 사가세요. 주로 어디에 다느냐 봤더니 남편 차에 많이 달더라고요."


"차에 탄 장면을 잡아 둔다?"


"네, 그래서 초소형 몰카를 사가죠. 하나 말씀드리면 제가 가진 것 중에 만년필 몰카가 있어요. 자, 보세요. 어때요? 진짜 볼펜죠?"


"감쪽같네요. 그럼 이 만년필 몰카를 사가서 차에 둔다?"


"그렇죠. 주로 조수석 문 쪽 수납함에 두던가 아니면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머리 위 햇빛 가리개에 꽂아둔다고 하더라고요. 조금 적극적이신 분은 영상 녹화까지 가능하도록 만년필 뚜껑을 차량 내부로 향하게 하고요. 그런 게 아니라면 이게 음성 녹음도 잘 되거든요. 그래서 음성 녹음만이라도 빵빵하게 설정해서 두는 거죠. 배터리도 한 3일은 풀로 돌아가고요."


"놀랍네요. 또 어디 있나요?"


"만년필 몰카가 나와서 말씀드리면 이런 거 비공개 회의 때도 쓴다고 하더라고요. 대충 거기까지만 알아요. 어느 분야 어느 직책에서 일하시는 분인지는 모르겠는데 한 번에 10개 정도를 사 가신 분도 있어요. 중요한 회의에서 쓰시겠죠 뭐."


"비즈니스에선 영원한 동지도 없고 영원한 적도 없죠. 하나만. 하나만 더 좀 쇼킹했던 거 없나요?"


"음, 뭐가 있을까."


"하나만 말해줘 봐요."


"아 맞다. 그게 있었어요. 저랑 꽤 오래 거래하신 분이 한 분 계셨는데 이 분이 회사를 차렸거든요. 차리고 얼마 안 됐다면서 오셨는데 안경 몰카를 사 가셨어요."


"안경 몰카요? 그런 것도 있나요?"


"네, 안경테에 몰카가 달린 거예요. 그래서 물어봤죠. 친한 사이기도하니까 거리낌 없이 어디에 쓰시게요?라고요."


"그랬더니요?"


"자기네가 아직 직원 5명밖에 없는 회사라 오피스텔에서 공간 구분 없이 다 같이 업무를 본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자기가 매일 오후에는 자리를 비운 다더라고요. 거래처 방문하고 뭐 업계 사람들한테 얼굴마담 하려고. 그럴 때마다 자기 책상 위에 안경을 직원들 쪽으로 향하게 두고 가신다는 거예요. 그리곤 거래처 다녀와서 잠깐 들러 그 안경에서 몰카를 돌려본다는 거죠."


"대단하네요. 직원들은 당연히 눈치 못 챘을 테고?"


"뭐, 그렇겠죠. 그분은 예전에 화장실에 설치할 수 있는 몰카 같은 걸 몇 번 사가셨거든요. 뭐 진짜 화장실에 썼는지 어디에 썼는지는 제가 물어본 적이 없고. 안경 같은 건 워낙 특이한 경우라 제가 여쭤봤던 거죠."


"역시 써봤던 사람이 더 희귀하거나 색다른 몰카를 찾는다고 봐도 되나요?"


"아무래도 그런 경향이 있죠. 관심이 많고 써 본 경험이 있어서 빠지는 것 같아요. 뭐 의사들이 관음증이니 어쩌니 하는데 그런 것까지는 머리 나쁜 제가 잘 모르겠고요. 중요한 건 한 번 사신 분들이 대부분 몇 번 더 산다는 거죠. 그건 확실해요."


"그렇다면 몰카나 CCTV의 천국인 이 시대에서 그 수는 더 늘 것 같은가요?"


"아이고, 왜 또 그런 질문을 하고 그러세요. 저도 먹고살아야죠."


"그냥 예상해보자는 거예요. 잔뼈 굵으신 분으로서."


"음, 그런데 이건 있어요. 일정 수준 이하로는 줄어들지 않을 거라는 그런 확신? 당장 지하철만 타 보셔도 알 거예요. 사람들이 타거나 내리거나 혹은 자리에 앉았을 때 얼마나 예쁘거나 눈에 띄는 사람을 흘끗거리는지 관찰해보세요. 몰카는 그런 걸 도와준 것뿐이라고요. 도구죠 도구. 전 그렇게 생각해요."


"거기에 익명성을 도와주는 거다. 뭐 그런 건가요?"


"그런 셈이죠. 제가 완전히 떳떳하다거나 자랑스러운 일을 하며 산다고는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적어도 범죄는 아니죠. 사회의 악으로 취급받는 경우가 있는데 거기서 말하는 악은 뭐고 사회는 뭔가요. 어쨌든 몰카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고 저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그걸 팔 뿐이에요. 그걸 불법적으로 쓰거나 범죄에 악용하거나 하는 것은 그 사람들의 일이죠. 그렇게 따지면 우리의 지금 이 인터뷰를 녹음하고 있는 스마트폰이나 부엌에 가지런히 있는 식칼도 얼마든 악이 될 수 있지 않나요? 당분간은 이 사업을 접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마지막으로 하나만 여쭤볼게요."


"마지막이라니 기쁘네요."


"몰카가 문명의 이기가 가져온 애물단지라고는 생각하지 않나요?"


"죄송한데, 문명의 이기라는 게 정확하게 무슨 뜻이죠. 뜻을 정확히 알고 싶어서."


"문명의 발달이 가져온 여러 편리한 도구나 기구죠. 그러니까 그런 것이 가져온 부작용에 몰카가 들어갈 수 있지 않으냐 하는 질문이죠."


"같은 질문이네요. 답은 기자님이 하신 문명의 이기라는 것에 들어 있지 않나요? 여러 편리한 도구나 기구 말이에요. 익명성과 그걸 보장하려는 자들의 편리함을 돕는 도구죠. 결국 CCTV랑 몰카는 아까 저한테 말씀하셨듯이 한 뼘 차이 아닌가요? 원리는 같다고요. 비슷한 모양의 칼도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부엌칼이 되느냐 흉악한 범죄에 사용되는 칼로 변하느냐 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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