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무서움

by 반동희

난 아주 가끔 이 친구가 말을 하지 못해서 답답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큰 틀에서의 감정 전달은 다 된다. 우린 그렇게 3년째 아무 탈 없이 살고 있다.


사진 속 뒷모습만 보더라도 이 친구가 "요즘 힘들어?" "같이 나가서 뛸까?" 정도의 말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다르게 보자면 "나 답답하다 좀 나가자" 같은 자신의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한 가지 반론이 떠오르는데 맞다. 사실 이건 이 강아지 친구가 나한테 전하는 메시지가 아니다. 그냥 내가 그때그때의 감정을 이 친구한테 투사해 되받는 행위다. 철저히 이기적일 수 있으며 교감이 제대로 됐다면 그나마 능동적인 의사소통일 수도 있다.

요즘은 이런 게 '침묵'의 힘이자 그 안에 내포된 전달력이 아닐까 돌아본다. 침묵이란 이따금 가장 강력한 메시지이자 저항의 의미로 읽힌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 나는 침묵이 가장 무섭다. 침묵 앞에 던지는 내 모든 말들은 결국 내 감정을 드러내며 긁어내기 때문이다. 그 말들은 곧 나의 현재가 된다. 심리적 포지션에서 을인 경우도 상당하다.


그래도 이 공포감을 긍정적 깨달음으로 치환할 수는 있겠다. 침묵의 강아지와도 교감이 된다면 사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의 큰 감정 전달도 상대와 주변을 들여다보면 얼마든 읽을 수 있다는 뭐 그런 개똥철학이다. 결국 소통이란 말과 말로 떠드는 것 이상의 관심이자 시간 투입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살면서 조심해야 할 게 하나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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