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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대학 성평등위원회

[소특집 '학내인권단체']

1) 문과대학 성평등위원회(이하 ‘문성평위’)는 어떤 단체인가요? 인원 구성, 체계, 활동 방식과 최근 활동 등을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문성평위는 성평등한 문과대학을 목표로 성희롱 등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 대응 및 예방 활동을 하는 단체예요. 새내기 배움터 성평등 조약 작성, 문과대학 페미니즘 네트워크 활동, 과/반 학생회장단 성평등 질의서 전송 등의 활동, 그외 그때그때 의제에 맞는 활동을 진행합니다. 공식적으로는 10명 조금 넘는 위원이 있지만, 쉬고 있는 인원이 많아서 실 활동 인원은 5명 정도예요. 새터 진행이나 선거철에 과/반 질의서 게시, 혐오 표현 매뉴얼 배포와 같이 매년 하는 고정 업무 외에는 그때그때 위원들 관심 분야를 중점으로 세미나 활동을 합니다. 사실 최근에는 활동을 많이 못 했지만, 『백래시 정치』 내부 책 세미나랑 인권주간 부스 운영을 했어요. 


2) 설립 취지는 무엇인가요? 특히 설립 초창기 분위기가 어땠는지, 지금과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설립은 2017년 6월이었고, 성인권 침해사건 예방 및 대응 조직으로 처음 만들어졌어요. 특정 학생회 임기와 함께 침해사건 대응 업무가 끝날 수는 없으니까, 특별기구로 인준됐어요. 초기 분위기는 잘 모르겠지만, 그때는 활동도 더 활발하고 학내 관심도가 꽤 높았던 걸로 보여요.

 

3) 코로나 시기에 많은 단체가 인력난을 비롯하여 여러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문성평위도 그런 어려움이 있었나요?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하고자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2021년에 사람이 가장 많이 들어왔어요. 오프라인 활동이 어려워서 홍보 수단이 적었는데, 그때는 문과대 대표자 톡방을 쓸 수 있었고, 공지방에 홍보글을 뿌릴 수 있어서 오히려 가장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이후 공지방 이용이 어려워지고, 백래시가 심해지면서 인력난이 심해졌죠. 지금은 사람 모으기가 어려운 상황이에요. 올해는 1학기에 한 번 모집했고 신입 위원은 한 명입니다.


 3-1) 백래시의 심화가 인력난에 영향을 주었을까요?


  한 위원이 후배랑 대화할 때 특정 단체 인스타 계정을 팔로우하면 ‘페미’ 낙인이 찍힐까 봐 무섭다는 말을 들었대요. 에브리타임 시간표에 젠더 관련 수업이 들어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볼까 봐 무섭다는 얘기도 들었고요. 그런 낙인들이 페미니즘 활동에 나서기 어렵게 하지 않나 싶어요. ‘나는 페미니스트가 맞는데 못 드러내겠어’ 수준이 아니라, ‘이게 맞나?’로 넘어가서 논의 자체가 어려워진 게 큰 이유죠. (그런 낙인을) 신경 쓰지 않는 게 답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 게 맞는 건데… 당장 같이하려면 신경 쓰지 말라고 하는 게 최선이라 어려운 것 같아요.

 

4) ‘문과대학 페미니즘 네트워크’ 사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아는데, 네트워크 안에서 학우들이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나요? 혹은 사업 진행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나요?


  코로나 이전에 있던 톡방을 누구나 들어올 수 있게 오픈채팅방으로 바꾼 거예요. 원래는 페미니즘 단체들, 동아리, 별개로 어디에 속해 있지 않은 학생들이 알음알음 들어오는 형태였는데, 공개적으로 들어올 수 있는 형태로 만들자는 취지였죠. 코로나 이후로 톡방이 죽어 버려서 살리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홍보가 잘 안 이루어졌어요. 굳이 네트워크에 들어올 이유가 없었던 걸로 보여요. 행사나 단체 홍보, 어떤 사안에 대한 공유를 목표로 했었죠. 옛날에는 이미 페미니스트들이 있었고 각자 하던 논의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논의 자체가 없어요. 아무튼 이 사업은 페미니스트를 ‘만드는’ 사업이 아니라 이미 있는 페미니스트들을 ‘모으는’ 사업이에요. 

 

5) 활동 중 백래시를 경험한 적이 있었나요? 있었다면 어떤 형태인지, 어떻게 해결하셨는지 궁금합니다.


  2023년 새터에서는 단체 소개만 했는데, 원래는 새준위(새내기배움터준비위원회) 평등팀과 세미나를 같이 준비 중이었어요. 그때 에브리타임에 ‘문대 새터에서 사상 주입을 한다’ 이런 글이 올라왔어요. 22년도에 신당역 살인사건은 여성 혐오 범죄라고 쓴 대자보를 누가 발췌해서 댓글도 달았고요. 회장단이 그걸 보고 ‘문성평위가 성평등을 위한 단체인지 의심이 된다’고 말하면서 ‘특별기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때와 지금의 입장이 다르다는 걸 표명하면 같이 하겠다’고 했죠. 당시 대자보를 쓴 의도와 현재 우리의 입장이 다르지 않음을 설명드렸는데, 문성평위 기조와 회장단의 기조가 동일시될 것을 우려했어요. 다시 의견을 보냈지만, 평등 세미나의 기조가 달라졌다고 잘렸죠. 내부에서 화가 많이 난 상태라 대자보를 써서 문제 삼을지 그냥 넘어갈지 회의했는데, 어쨌든 문과대에서 활동할 단체이고 회장단과 더 활동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만큼 문성평위의 입장에 공감할 사람이 많지 않다면 오히려 활동이 더 어려워질 거라는 우려가 있어서 따로 대자보를 쓰진 않았어요. 추가로, 이번 인권주간 진행을 못한 것도 백래시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학내인권단체협의회(이하 ‘학인협’)에서 공동 주최를 하면서 예산도 부족해지고... 학생회가 분명 해야 했을 일을 하지 않은 것도 백래시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6) 단체 운영 과정에서 고민되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예를 들어 많은 단체와 마찬가지로 문성평위가 지향하고자 하는 정체성과 대중성 사이에서도 고민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람이 있을 때는 (그런) 고민을 했는데... 지금의 가장 큰 고민은 인력 부족이에요. 사람이 부족하면 활동을 더 많이 하고, 홍보도 많이 하고, 안 되면 사람들도 만나면서 해야 하는데, 정작 그걸 할 사람은 없어요. 그러다 보면 기존 위원들이 소진되어 버려요. 모으기 위해 들여야 하는 노력이 너무 커져서 지쳐가는 게 보여요. 방학 중에는 3~4명이 실 활동 인원이에요. 


 6-1) 문과대학 자치 공간을 신청하셨던 걸로 아는데, 혹시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있을까요?


  결과적으로는 못 받았어요. 논의 과정에서 여러 의견이 나왔는데, 반대 논리는 지금까지 항상 동아리에 먼저 줬고 특별 기구에 준 사례가 없다는 거였어요. 찬성 쪽은 그러면 특별기구는 계속 순위가 밀리는 거 아니냐는 의견이었고요. 찬성이랑 반대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서 결국 투표를 했는데, 다른 단체가 받았어요. 저희는 사건 처리 문서들을 보관할 장소랑 사건이 접수됐을 때 당사자와 이야기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근거를 내세웠는데, 그래서 실제로 사건을 접수한 적이 있냐는 질문도 받았고요. 

 

7) 다른 단체들과 함께 진행해 보고 싶으셨던 활동이 있을까요? 이번 지면을 빌려 간단하게 어필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페미니즘’ 단체이고, 할 수 있는 인력의 한계가 있어요. 어느 사업과 의제까지 함께 해야 하는지 고민이 있죠. ‘어떤 단체는 비건까지, 어떤 단체는 기후행진도 같이 가는데, 그럼 우리는?’ 이런 고민이요. 그럼에도 학내에 페미니즘만을 이야기하는 단체 자체가 부족하고, 어쨌든 ‘성평등위원회’로 만들어졌으니 부족한 에너지를 페미니즘에 집중하자는 게 지금 위원들 의견이에요. 다른 단체들과는 어떤 의제든 나눠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인권주간 때 다른 의제를 다루는 단체들과 만나는 게 좋았거든요. 그리고 각자의 의제를 갖고 같이 모여서 할 수 있는 활동들도 있을 테니까요. 다른 단체들도 상황이 좋지 않다고 들어서 만나서 어려움을 나누는 것도 당장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7-1) 혹시 같은 페미니즘 단체인 여학생위원회와 교류하기도 하나요?


  22년도 신당역 살인사건 때 같이 생활도서관에 추모 공간도 꾸리고, 작년에 퀴어 퍼레이드도 같이 갔어요. 학인협으로 같이 들어가 있어서 거기서도 좀 만나고요.

 

8) 혹시 더 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신가요?


  어떻게 헤쳐 나갈까 항상 고민이에요. 아예 (단체들을) 합쳐야 하나? 학인협을 더 발전시켜야 하나? ‘페미니즘’이라는 게 학생 사회에서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의제가 맞을까 하는 고민도 있고요. 백래시 때문에 스스로 정체화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고, 그런 상황에서 페미니즘 단체가 지속 가능한가, 혹은 성평등한 학내 문화를 위해 이 단체가 무언가를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이 늘 있어요. 모으기 어려운 건지, 정말 사람이 없는 건지...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에서도 갈등하는데, 결국에는 얼굴을 보고 만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사람이 ‘내 옆에’ 있고, 비슷한 생각을 하고, 이 학교에 같이 있다는 연결이 중요한데, 온라인 공간에서는 어렵잖아요. 그런데 또 오프라인은 사람들이 무서워하고... 긴 딜레마가 될 것 같아요. 어쨌든 다들 페미니즘에 대한 많은 관심과 자신감이 있으면 좋겠어요. 결국에는 연결고리가 필요하잖아요. 단체에 포함되지 않은 개인들끼리도 연결고리가 필요해요. 그 연결고리를 다들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연결고리를) 무겁지 않게 가져가려면 같은 페미니스트들이 항상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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