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특집 '학내인권단체']
1) 고려대학교 생활도서관은 어떤 단체인가요? 인원 구성, 체계, 활동 방식등을 간략히 소개부탁드립니다.
고려대학교 생활도서관은 학내 자치 및 담론의 기록을 보관하고, 진보적 사상과 지식을 담은 책을 소개하고, 나아가 학내외 투쟁에 연대하는 학내 특별기구입니다. 현재 14명의 운영위원이 모여서 대표자와 위계 없이 총 5개 부서(도서부, 자료부, 연대사업부, 홍보부, 총무부)로 나누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부서마다 부장이 있긴 한데요, 이 부장의 역할도 담당 업무의 계획을 관리하고 이를 다른 운영위원들에게 상시켜주는 역할에 가깝습니다.
생활도서관은 무엇보다 ‘도서관’이기 때문에, 모든 운영위원은 생활도서관 개관시간(월~금, 12:00~18:00) 동안 시간을 나눠 데스크를 보면서 마치 다른 도서관의 사서와 같은 일을 합니다. 이외에 학생 자치 아카이빙 자료 관리, 외부 연대 사업 등은 각 부서에서 주로 담당하되 주 1회의 운영회의(현재는 수요일)에서 만장일치제로 논의하는 식으로 결정하고 있습니다.
2) 중앙도서관이나 일반 도서관과는 다른 ‘생활도서관’만의 특색이 궁금합니다.
생활도서관은 운영위원과 이용자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슈와 의제를 중심으로 책과 자료를 모으며, 그것을 토대로 현실에서 소통하거나 실천하는 도서관입니다. 우선 중앙도서관과 생활도서관을 헷갈려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생활도서관은 학생들이 직접 운영하는 자치도서관이라는 점에서 다르고, 이념적으로는 학생 이외 다른 학교 구성원들과 지역 주민들까지 아우르고 있다는 점에서 마을도서관의 성격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지는 생활도서관의 역사와 정체성이라면 생활도서관이 학생운동의 역사 위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일 텐데요. 이를 바탕으로 진보적 학내/시민운동의 기록소이자 활동플랫폼으로서의 역할 또한 지향하고 있습니다.
2-1) 현재 생활도서관의 ‘도서관’으로서의 성격과 연대단체로서의 성격은 어떻게 관계맺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도서관은 과거의 저자와 현재의 독자가 대화하고 연결되는 곳이기도 하고, 읽는 사람들 사이의 공동체를 만드는 장소기도 합니다. 동시에 또 활자화되고 타자화된 목소리들을 증폭시키는 가능성 또한 담지한 공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대가 곧 타자와 함께 존재하기를 위한 것이라면, 도서관은 타자와 만나는 연대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연대의 목소리가 사회에서 자리를 잃어갈 때, 도서관은 담론 공간 내에서 연대에 일종의 성원권을 부여하는 하나의 장소가 될 수 있고, 생활도서관은 그런 공간을 지향합니다.
2-2) 90~00년대 생활도서관 운동의 의의와 관련지어, 현시점에서 그것을 평가해보자면 어떨까요? 생활도서관의 현재, 그리고 향후 지향은?
생활도서관은 각 대학에서 금서를 보존하고 학내운동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처음 세워졌습니다. 생활도서관의 건립취지였던 진보적 사상의 보존과 전파라는 기치는 그 ‘진보적 사상’의 틀 안에 많은 것을 담을 수 있기에, 현재의 생활도서관 역시 명확한 사상적 지향이나 정세판단, 혹은 전선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런 점이 생활도서관의 미적지근한 운동성으로 이어진다고 비판할 수 있겠습니다만, 바로 그 덕분에 생활도서관은 매번 다른 의제나 여러 사상과 교차하면서 지금까지 운동을 재생산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진보적 사상을 향한 지향성과 교차성은 현재 그리고 앞으로도 생활도서관이 가지고 가꿔나가야 할 핵심 가치입니다.
3) 코로나 시기에 많은 단체들이 인력난 등 다양한 어려움을 마주했는데요,생활도서관도 코로나 시기에 어려움을 겪었나요? 위기를 극복하고자 기울인 노력과, 그에 따른 변화가 궁금합니다.
코로나 당시 활동인원이 크게 줄어들고, 자료 아카이빙이나 연대 활동이 크게 위축되었습니다. 활동인원이 5명까지 줄어들었을 때는 생활도서관이 맡은 역할과 도서관으로서의 기능조차 충분히 수행하기 어려운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행사 및 연대사업을 이어나갔고 그 과정에서 생활도서관의 업무를 체계화하고자 하였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생활도서관의 정체성이 비- 또는 탈정치의 방향으로 전도될 가능성이 제기되었고, 이를 막기 위해 수습위원 교육방식을 변경해 생활도서관의 ‘사상성’의 동의지반을 마련하고 ‘대안 공간’으로서의 생활도서관을 제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4) 백래시로 인한 어려움이 있었나요? 있었다면 어떤 형태였는지, 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생활도서관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강연이나 이스라엘 비판 간담회에 대관했을 때 학내 커뮤니티에서 생활도서관이 학생회비로 정치적 행위를 한다는 비난이 발생했습니다. 이런 비난이 생활도서관에 대한 정당하고 적절한 비판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거나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2023년 생활도서관을 특별기구에서 배제하려는 모의에 대한 제보를 받았고 실제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생활도서관은 학내 자치 아카이빙 기구이자 학생자치도서관으로서 특별기구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따라서 회칙상 생활도서관을 배제할 근거는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저희의 일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습니다.
5) 다른 단체들과 함께 진행해보고 싶으셨던 활동이 있을까요? 이번 지면을 빌려 간단하게 어필 부탁드립니다.
현재 학생사회 내에 공유되는 담론이나 의제가 희미해지고 흐려졌습니다. 과거 생활도서관에서 여러 단체가 모여 토론하거나 지식을 공유하는 이야기장을 통해 공통 의제를 형성하고 학생사회 내 담론을 재생산했던 사례가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생활도서관은 3월 말 개최를 목표로 학내 단체들이 공통의제의 필요성이나 그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만약 학생 사회 내 단체들이 함께 논의해야 할 사안이 있으신데 공유하지 못하고 있으시거나, 혹은 그런 의제가 필요한지 혹은 있다면 무엇일지 고민 중이신 분이 계신다면 생활도서관의 제안에 응해주시거나 의견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