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특집 '학내인권단체']
1) 장애인권위원회(이하 장인위)는 어떤 단체인가요? 인원 구성, 체계, 활동 방식과 최근 활동 등을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고려대학교 장애인권위원회(Kuda)’는 Korea University Disabled Association의 약자로, 1998년에 학내 장애 학생의 인권 증진을 위해 발족하고 2001년 인준된 총학생회 산하 특별기구입니다. 초기에는 장애 학생 중심으로 운영되었으나 2010년을 기점으로 장애 여부나 유형과 무관하게 장애 인권에 관심이 있는 다양한 학생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본래는 장애 관련 지식을 함양하기 위한 학술국, 장애인권위원회의 대내외적 홍보와 장애인식 개선 콘텐츠 제작을 위한 홍보국, 각종 부스 행사와 배리어프리 행사 기획을 위한 기획국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현재는 부서 구분 없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고려대 배리어프리 지도 제작, 배리어프리 영화제, 오픈 독서 세미나, 입실렌티⋅고연전 배리어 프리석 운영, 장애 인식 개선 카드뉴스 제작 등의 활동을 하였습니다.
2) 장애인권위원회의 설립 취지는 무엇인가요? 현재 슬로건은 무엇인지, 처음 슬로건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좋습니다.
장인위의 슬로건은 “더욱더 배리어프리한 학교를 위해, 더욱더 배리어프리한 세상을 위해”입니다. 고려대학교 장애인권위원회는 우리 학교를 배리어프리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고민과 실천들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공유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배리어프리한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습니다. 설립 취지는 장애 학생 당사자의 목소리로 장애 학생 차별 문제에 대응하고 불합리한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등, 학교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장애 학생들의 물리적·심리적 장벽을 해소함으로써 장애 학생의 인권을 증진하고 보장하는 데 있습니다. 이외에도 중요한 목적으로는 장애·비장애 학생 간의 네트워크 형성과 친목 도모가 있습니다.
3) 코로나 시기에 많은 단체들이 인력난 등 다양한 어려움을 마주했는데요, 장애인권위원회에도 코로나 시기에 어려움을 겪었나요? 위기를 극복하고자 기울인 노력과, 그에 따른 장애인인권위원회의 변화가 궁금합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대면 활동이나 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졌었고 모든 것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학생들끼리 만날 기회 자체가 줄어들었었잖아요. 그렇다 보니 교내 각종 단체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전반적으로 낮아져서 장인위도 그 영향으로 인력난을 경험했던 게 가장 큰 이슈였던 것 같습니다. 저희의 경우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고요. 제가 16학번 선배를 만나서 말씀을 들었는데 그때는 20명이었고 7명이 된 적이 한 번 있었대요. 그래서 그때 장애인권위원회 망하는 줄 알았다고 그랬는데, 지금은 한 자릿수, 한 손가락 이렇게 많이 줄었습니다.
인력난을 극복하려면 더 재미있고 많은 활동을 기획해서 많은 학우한테 다가가야 하고, 여기저기 얼굴도 비추면서 ‘여기 장인위 있어요’ 이렇게 알려야 하는데, 사람이 없으니까 물리적으로 그게 불가능해지고 따라서 위축되는 악순환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작년 위원장님도 그랬고, 저도 지금 고민이 많고요. 사업을 하고 싶어도 두 명이 진행하는 건 사실 감당이 안 됐어요. 지난 학기에는 사실상 배리어 프리존 운영 외에 정기 사업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었고요.
그럼에도 장인위가 건재하고 튼튼해야 고려대에 있는 200명 정도의 장애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고 전달하고 슬로건대로 더 배리어프리한 학교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거잖아요. 교내의 장애 학생 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신입생 OT 때 장인위를 홍보하는 자리가 있거든요. 그때 적극적으로 홍보해서 많은 학생이 들어오도록, 그 인력을 바탕으로 여러 행사들을 기획해서 재학생분들도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그렇게 극복을 해보려고 구상하고 있습니다.
3-2) 곁다리 질문이기는 한데요. 정기 사업이었는데 작년에 인력 부족으로 인해 시행하지 못했던 것들로 무엇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인력 부족으로 배리어프리 영화제랑 오픈 독서 세미나를 못 했어요. 그리고 1학기 때는 장애 인식 개선 카드뉴스를 열심히 만들었는데, 2학기 때는 구성원이 두 명이다 보니 힘들어서 그것조차 하기 어려웠습니다. 또 장인위에서 해야 하는 큰 업무 중에 하나가 배리어프리 조사예요. 교내에 배리어프리하지 않은 장소들, 그리고 참살이길 등 학교 주변의 배리어프리하지 않은 장소들을 조사해서 장애 학생의 목소리로 이것들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하는 데 큰 의의가 있어요. 그런데 그런 활동도 아예 못 했어요.
4) 장인위 활동 중 백래시를 경험한 적이 있었나요? 있었다면 백래시가 어떤 형태와 내용이었는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장인위 활동을 그렇게 적극적으로 하지는 못해서 어떤 반발에 부딪혔던 적은 없는데요. 저희가 활동을 키워나가다 보면 그런 백래시들도 올 수 있다고 생각은 해요. 그런데 저는 이제 위기가 곧 기회라고 생각해서 그걸 이제 기회 삼아서 더 단단하게 나아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에브리타임에서도 교내 장애인권위원회에 대해 반발이 있는 내용은 없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우리나라 장애 인권이 물론 아직도 갈 길이 정말 멀고 멀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개념적으로 막연하게나마는 장애 인권이라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의 공감대는 형성이 되어 있는 것 같아요. 장애인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들은 많이 없는 것 같지만 미시적으로 생각해 보면 장애인이라는 욕 있잖아요. 그런 것들은 여전히 많이 쓰이고 있고, 장애가 여전히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측면이 또 많고. 동시에 극복하거나 은폐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시선은 아직 좀 있는 것 같습니다.
5) 장애인권위원회가 지향하고자 하는 정체성과 대중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어떤 부분에서 고민하시는지, 또 그 부분을 어떻게 조율하고자 하는지 궁금합니다.
약간의 압박은 있는 것 같아요. 근데 궁극적으로 장인위를 놓고 봤을 때 장인위의 지향점은 대중성하고 저는 매우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왜냐하면 배리어프리라는 게 장애인뿐만이 아니라 고령자나 임산부와 같은 사회적 약자들도 사회생활을 하며 맞닥뜨리는 장벽들을 해소해서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장애인권위원회의 지향점은 대중성과 그렇게 크게 괴리되어 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런데 여전히 장애인은 동정과 시혜의 대상이 되고 ‘착한 장애인’이어야 한다는 시선들이 사회에 남아있는 것 같아요. 배리어프리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 하나하나를 놓고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대중성과의 괴리가 발견되는 부분들이 있기는 합니다.
6) 다른 단체들과 함께 진행해 보고 싶으셨던 활동이 있을까요? 이번 지면을 빌려 간단하게 어필 부탁드립니다.
특정한 주제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 건 아닌데 사실 타자의 시선으로 봤을 때 장애인은 장애인이잖아요. 그러니까 장애인도 그 내면의 세계는 되게 다양하고 수많은 정체성이 그 사람 내에서도 교차하고 있을 텐데 ‘장애인’이라는 정체성으로만 보는 시선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다양한 지향점을 가지는 학내 인권 단체들과 교차성에 관해서 얘기를 해보면 많이 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고 있습니다.
7) 학내에서 일어나는 장애인 관련 문제로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에 대해 실질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개선 사항이나 방안 등도 궁금합니다.
장애인 접근·이동권의 측면에서 보장되지 않는 것들이 아직 많아요. 일단은 제일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게 정대 후문에 있는 ‘폭풍의 언덕’이에요. 경사가 생각보다 높아서 휠체어가 올라가기가 어렵거든요. 휠체어가 접근하거나 들어가기 어려운 강의실들도 꽤 많고요. 물론 건물마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기는 하지만, 쉬는 시간에 다들 엘리베이터 타는데 오히려 휠체어 탄 학우는 못 타게 되는 경우들도 봤어요. 조금 더 확장하면 참살이길만 가도 휠체어가 진입할 수 있는 식당이 거의 없어요. 휠체어 이용자분과 같이 갈 수 있는 곳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그런 이동권의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 장인위에서 올해 배리어프리 조사를 재개하게 되면 그런 부분들을 꼼꼼히 찾아서 학교에 개선 요구를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직접적인 차별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응원 오리엔테이션이나 축제처럼 액티비티한 활동에서 장애 학생이 위축되는 경우도 볼 수 있었거든요. 물론 이게 ‘다른 비장애인의 문제다’라고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심리적인 장벽이 없어져서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다 배리어프리하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8)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 있으실까요?
잠깐 제 개인적인 얘기를 하면 저는 경증 시각장애가 있거든요. 외관상으로는 전혀 티가 안 나요. 장애인 등록을 하지 않은 채로 지내다가 23년도에 딱 등록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장애인 인권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돼서 장인위에 들어왔는데요. 저도 처음에 들어올 때 ‘장애인권위원회’라고 하니까 너무 어렵고, 진지하고, 재미없는 일만 할 것 같고, 맨날 서류 작업만 해야 할 것 같고, 토론해야 할 것 같고, 이런 느낌이 조금 있었거든요. 그런데 사실 장인위는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고요. 앞서 말씀드렸던 설립 취지 중에 제일 핵심은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 간의 네트워크 형성이거든요. 그래서 그냥 우리끼리 즐겁게 얘기하고 교류하는 분위기가 다시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장애인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그냥 장애 인권에 대해 몰라도 돼요. 저도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들어온 거라서요. 장애 인권에 대한 정말 작은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와서 같이 즐겁게 지내고, 서로 의지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게 저의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