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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찬란한 내일로〉를 좋아하는 이유는요… 더 보기

[꼬문생각] 혜원

내가 지겹도록 권하고 다닌 영화 〈찬란한 내일로〉(Il sol dell'avvenire, 2023)가 개봉했다. 난니 모레티 감독의 최고 흥행작이라는 타이틀이 민망할 만큼 성적은 부진했고(관객 수 오천. 그중 0.1%는 내 지분이다...), 나의 애원에 못 이겨 영화를 본 친구들에게도 썩 좋은 평을 듣지 못했다. 대개 무슨 말을 하는 영화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맞는 말이다. 조반니(모레티가 직접 연기한다)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몇 가지 사건들이 산발적으로 제시되는 구성은 분명 혼란스럽다. 그가 만드는 영화의 이야기를 좇다가도, 제작 상황을 둘러싼 문제들을 말하고, 아내와의 위태로운 결혼생활을 보여주기도 한다. 서사를 넘나들 때의 규칙은 없다. 시점이나 화면비 등의 장치로 친절히 일러주지도 않는다. 무질서하게 섞여 있는 이야기 더미를 소화하는 건 관객의 몫이다. 


‘대입’이라는 체제와 사이가 나쁘지 않았던 나는... 그 밖에서 마주한 세상이 여전히 낯설다. 가끔은 의심할 필요 없는 목표와 매일의 과제, 내 노력에 대한 믿음과 그에 따르는 성취감 같은 것들이 그립기도 하다. 도대체 삶이라는 건 뭔지. 21살, 남들 하는 대로 따라가기 바빴던 길을 벗어나면 뭐라도 알게 될까 싶어 잠시 학교를 떠나보기도 했다. 당연히 답을 구하지 못했다. 그렇게 학교로 돌아와서도 붕 떠버린 마음을 갈무리하지 못하던 무렵 조반니를 만났다. 무엇 하나 명쾌한 게 없고,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도 않고, 엉망진창일 뿐인 삶을 사는 조반니. 개연적인 죽음의 유혹을 버리고 ‘그냥’ 살기를 택하는 조반니. 엉성하게 봉합된, 어쩌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는데도, 일단 생에 찬가를 보내는 조반니. 나는 그게 좋았다. 


누군가 〈찬란한 내일로〉가 왜 좋으냐고 물으면 곤란해진다. 어떻게, 그리고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 보았지만 답을 구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내 입으로 늘어놓는 일이 좀 겸연쩍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마치 ‘덩이줄기 삼형제’ 닉네임의 유래처럼 세상에서 가장 안 궁금한 정보를 떠들고 있는 사람이 된 것 같고… 그렇다고 내 삶에 큰 흔적을 남긴 사건[1]을 뭉뚱그려 설명하기는 내키지 않았기에, 그냥 적당히 둘러대고는 했다. 음악이 좋잖아요, 유머코드가 잘 맞아요, 희망찬 결말이 마음에 들어서요 등등. 그래서 (거의) 온전한 자유가 보장된 ‘꼬문생각’의 지면이 나에게 허락된다면, 〈찬란한 내일로〉를 좋아하는 이유를 해명해 보겠다고, 오래전부터 다짐했다. 앞으로 또 누군가 나에게 〈찬란한 내일로〉가 왜 그렇게 좋냐고 묻는다면 이 글을 보여줄 계획이다. 제가 〈찬란한 내일로〉를 좋아하는 이유는요… 더 보기


혜원ㅣwonderofwon@gmail.com


[1] 21살의 내가 얼떨결에 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찬란한 내일로〉를 본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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