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문생각] 세이 예ye예
유대인 혐오 발언 등으로 인해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을 잃은 칸예 웨스트가 (혹은 예[1]) 2024년 8월 2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앨범 〈Vulture 2〉 리스닝 파티를 위해 내한한다. 너무나도 가고 싶었지만, 티켓팅 일자를 놓쳐서 못 갈 줄 알았는데? 아직도 (24년 8월 5일 오후 3시 45분 기준) 좌석이 남아 있어서 갈 수 있게 됐다. 이저스가[2] 한국에 강림하시는 날이 오다니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 콘서트 6일 전에 공연을 취소하신 전례가 있어서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칸예는 그 자체로 문제가 있는 인물이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시상 중에 난입한 사건, 유대인 혐오 발언, 극우 발언, 기존 흑인 운동에 반대하는 발언 등. 그는 힙합 아티스트 중에서 드물게 흑인 공동체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칸예 웨스트를 정신 나간 극우 트럼프 지지자로 보거나, 래퍼로서는 흔치 않은 중산층 출신이라서 이상하다고 여긴다면 흑인 운동에 대해 고찰해 볼 기회를 놓칠 수 있다.
흑인 음악은 기본적으로 성스러움과 세속성 사이의 긴장 상태에 놓여 있다.[3] 교회 음악에서 시작했다는 점과 ‘어머니 아프리카’를 숭고히 여기는 점은 음악을 성스럽게 만든다. 하지만 ‘어머니 아프리카’가 여성 섹슈얼리티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표현되는 점, 대중음악에 속한다는 점은 음악을 속되게 만든다.
이 점을 염두하고 칸예의 음악을 보자면, 그가 가스펠에 집착하는 것에 -심지어, 앨범 〈Donda〉에서 모든 욕설을 삭제하고, 흑인임에도 불구하고 흑인을 비판적으로 보는 점에 ‘Most black men couldn't balance a checkbook But buy a new car, talkin' 'bout "How my neck look?"[4]’, 혹은 〈New Slaves〉 같은 곡-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칸예는 현재의 흑인 사회가 성과 속 사이의 긴장을 잃고, 속된 것에만 몰두하는 문제를 지니고 있다 보기 때문에, 음악을 통해 성스러움으로의 복고주의적인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는 2008년 오바마 당선 이후 백인에게 억압받아 온 흑인으로서의 정체성과 노예 의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흑인 정체성을 만들기 위한 시도이다.
물론 흑인 운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과 유대인에 대한 혐오적인 발언들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또한, 칸예가 그의 사상들을 생산적인 운동의 방식으로 변화시키고 싶은 건지, 아니면 〈Runaway〉 곡에서 밝힌 그의 공포-회피적인 애착 방식에 기이한 혐오적인 발언으로 사람들이 그를 떠나게 만들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다만, 칸예를 비판할 때 그냥 정신 나간 사람 하나로 치부하고 넘기기에는, 초기 칸예에는 낭만이, 전성기 칸예에는 혁신이, 후기 칸예에는 성스러움이 있다고 말하고 싶었지ye…
세이 예ye예 | storvreta20@gmail.com
[1] 2021년부로 그의 퍼스트 네임을 Kanye에서 Ye로 개명하였다.
[2] 칸예와 지저스를 합쳐서 스스로에게 붙인 별명
[3] 루이 추데-소케이 (2022). 사탄박사의 반향실. 11.
[4] Kanye West, 〈Saint Pablo〉,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