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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 젠더 클리닉이 신설되었다

[특집 '트랜스젠더'] 편집위원 상민

지난 1월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 젠더 클리닉이 신설되었다는 소식이 SNS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병원 측에서 공식 페이지를 만들기도 전에 열렬한 반응을 얻었다는 사실은 한국에서 그것을 기다려왔던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사실 젠더 클리닉이라는 단어 자체를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이 더 많았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절실히 필요한 곳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존재조차 알려져 있지 않은 곳. 그곳의 담당의인 성형외과 황나현 교수를 고대문화가 만나보았다.


* 인터뷰는 지난 3월 25일 진행되었다.


 

- 젠더 클리닉에서 정확히 어떤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궁금합니다.

= 젠더 클리닉은 ‘성 주체성 장애’(Gender Identity Disorder)를 호소하는 환자들을 포괄적으로 커버할 수 있는 포괄적인 의미의 전문클리닉입니다. 꼭 트랜스젠더뿐만 아니라, 선천적 생식기 이상, 인터섹스(간성) 등 다양한 환자들을 저희 클리닉에서 케어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성기를 만들기 위한 생식기 재건 수술(Bottom Surgery)만이 아니라 가슴 수술, 안면윤곽 성형술, 목젖성형술, 제모/모발이식술, 기존의 체내 생식기를 제거하기 위한 고환/정관절제술, 자궁/난소난관절제술 등 개개인의 맞춰 다양한 수술이 가능합니다. 또 수술 후 주기적으로 건강검진 역시 함께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수술하신 후에도 걱정되는 부분이 있으시면 얼마든지 내원 가능합니다.

나아가 저희 클리닉은 단순한 외적 변화뿐만이 아니라 좀 더 안정된 삶으로의 변화를 위한 다방면의 치료도 제공합니다. 젠더 팀을 꾸려 다학제 접근(Multidisciplinary Approach) 방식으로 케어 중이고 정신건강의학과, 성형외과, 비뇨의학과, 산부인과, 내분비내과, 가정의학과 등 여러 과와의 긴밀한 체계를 구축하여 전문적이고 포괄적인 치료를 제공합니다.

첫 단계로 정신과 진단을 받으면 그다음 호르몬치료를 시작하고, 그다음에는 그 사람이 원하는 성별로 살아보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다음에 수술을 시작하는 것인데 반드시 모든 트랜스젠더분들이 수술을 하는 것도 아니고, 또 하더라도 모든 수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에 맞는, 본인이 원하는 수술만을 합니다. 다 개개인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딱 틀에 맞춰 있는 것은 아니죠.



- 그렇다면 그런 다학제적 접근을 위해 젠더 클리닉을 따로 구성하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 그렇죠. 또 지금까지는 환자분들이 약간 ‘음지’에서 치료/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었어요. 딱히 우리나라에서는 포괄적으로, A to Z로 케어해주고 수술해주는 곳도 제가 알기로는 없었고요. 하리수 씨가 수술받으신 동아대 김석권 교수님 퇴직 이후 대학병원에서는 이어가는 분이 없어지면서 약간 씨가 말랐다고 할까요.[1]

그래서 외국으로, 대표적으로 태국에 많이들 가셨던 거죠.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게 브로커를 통해 환자들이 가시는데, 이 브로커분들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가 봐요. 게다가 수술이란 게 아무래도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후유증이나 합병증이 있을 수가 있어요. 그런데 다시 태국으로 갈 수도 없고, 또 그렇다고 브로커나 수술하신 태국 의사와 연락도 잘 닿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성형외과에서 우리나라가 아시아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그런데도 왜 태국에 가시냐, 그건 한국에서는 워낙 관심이 적어서겠죠. 하지만 이런 대형 수술은 2차 병원 이상에서 하는 것이 안전을 위해서 훨씬 좋죠. 저도 막연한 기대감으로, “언젠가는 우리나라에도”, 이런 생각으로 해외 관련 학회, 유수한 교수님들과 끝없이 교류해 왔었고요. 하지만 고대 안암병원에 다시 클리닉을 열기까지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죠. 그전까지도 위 집행부에서 필요성을 인식하고는 계셨지만 아무래도 좀 주저하는, 그런 게 있었는데 작년 말쯤에 드디어 “해야 하는 건 맞으니 해보자. 그리고 이왕 하는 거 우리가 최고가 되어보자”, 이렇게 박종훈 원장님과 성형외과 윤을식 과장님께서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주셨습니다. 아마 최초로 대학병원에서 ‘젠더 건강 클리닉/센터’를 만든 걸 거예요.



- 네, 저희가 조사를 해봐도 젠더 클리닉이 있어도 다 혼자 하시더라고요.

= 네 맞아요. 그렇게 한 사람이 하시는 분은 몇 계시는데, 이렇게 팀을 꾸려 클리닉 이름을 붙인 곳은 최초라고 할 수 있어요. 이를 위해서 기초적 시설, 그러니까 의자, 기구, 침대 등까지 제대로 지원을 받아서 개조를 했죠. 환자분들이 위화감을 느끼지 않도록 진료실 안에 개인 탈의실까지 마련했습니다.


〈그림 1〉 젠더 클리닉 진료실 내부.

‘젠더클리닉’이라는 표지가 붙어있는 병원 진료실 안에 아이보리색 진료용 의자가 있다. 천장에 걸린 커튼이 의자를 둘러쌀 수 있다.


- 그렇다면 젠더 클리닉을 위해 별도로 공간이 만들어진 것인가요?

= 수술실의 경우는 성형외과 수술실을 그대로 사용하지만, 접수와 진료를 보는 공간은 별도로 마련한 것이 맞습니다. 또 간호사분들의 경우도 이쪽 분야를 따로 교육해드리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환자분들 중 개명하신 분 혹은 가명으로 부르기를 원하시는 분이 많이 계셔요. 그렇다 보니 일단 내원하시면 조용히 가서 어떻게 부르시기를 원하는지 여쭤보는 것이 예의죠. 젠더 클리닉의 기본이고요.

또 아직까지는 환자분들이 굉장히 염려가 많으시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진료실에는 저와 환자분만 들어와서 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신뢰가 형성된 후에는 괜찮겠지만 초진 면담에는 일단 1:1로, 최대한 하려고 합니다.



- 해외의 경우는 어떤가요? 우리나라보다 훨씬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을 것 같습니다.

= 엄청 잘 되어있죠. 제가 7~8년 전에 벨기에의 겐트대학교 젠더 클리닉에 연수를 다녀왔는데, 그곳의 스탠 몬스트리(Stan Monstrey) 교수님이 이쪽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분이시거든요. 벨기에는 이미 의료보험이 다 돼요.[2] 그때만 해도 이미 어린 환자들이 부모 손 잡고 왔었고… 클리닉 시스템도 굉장히 체계적이죠. 성별 정정이나 관련 제도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갈 길이 멀죠, 넘어야 할 산도 많고요.



- 클리닉을 개설하신 뒤 현재까지 이용률이 궁금합니다.

= 열다섯 분 정도? 1월 이후 지금까지 홍보가 거의 없었음에도 그 정도 분들이 그냥 오셨어요. 검색해서도 오시고, 다른 의원에서 이쪽으로 보내주시기도 하는 것 같아요.



- 사실 앞서도 말씀해주셨지만, 성확정수술(SRS)을 받는다고 하면 당연히 태국에 간다고 생각되는 것 같습니다. 트랜스젠더 커뮤니티 내부에서나 바깥에서나요. 가격이나, 축적된 데이터 측면에서 태국이 아무래도 앞선다는 건데요.

= 인식과 관련한 부분은 시간이 걸리겠죠. 태국 성형외과 의사가 제일 많이 하는 게 SRS 수술이거든요. 그러니 환자분들이 그렇게 생각하시는 건 당연하고, 인식 변화가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겠죠. 우리나라는 공백이 너무 많이 있는 상태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못 할 것은 전혀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우리나라가 아시아에서 의료수준은 거의 최고거든요. 어쨌든 이 부분에 대해서 말로 할 수 있는 건 없고, 실력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겠죠.


제가 기대하는 건 입소문인데, 그게 최고의 홍보라고 생각하거든요. 아무리 시대가 바뀌더라도 변하지 않는 건 입소문 아니겠어요? 언젠가는 천천히 내국 환자들은 외국으로 안 나가고, 저희 손으로 치료하고 진료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외국으로 가는 분들이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비율이 달라질 것이라고 봐요. 왜냐면 비용 문제가 하루아침에 해결되지는 않을 테니까. 그런데 이 부분도 득과 실이 분명히 있어요. 태국에서 수술하고 귀국한 다음 후유증,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도 무시할 수가 없고, 체류비용과 비행기 푯값까지 다 따지면 그렇게 많이 싼가 싶습니다. 사실.



- 비용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대략적인 수술비용이 궁금합니다.

= 음… 태국이 우리의 3분의 2 가격 정도라고 보시면 돼요. 우리나라에서 SRS 수술이 아직 건강보험이 안 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어떤 수술을 하냐에 따라 천차만별이거든요. 특히 태국에 가시면 거기까지 간 김에 여러 수술을 한꺼번에 하고 오다 보니까요. 딱 성기재건 수술만 하는 경우는 드무니까 비교가 쉽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요즘 환자분한테 여쭤보니까 결국 다 합치면 비슷하다더라고요. 태국도 요새는 가격이 많이 올랐고, 심지어 한국 환자들에게는 더 올려서 받는다고 해요. 국내에서 수술을 받을 곳이 별로 없다는 걸 그쪽에서도 아니까. 게다가 달러로 받기도 하고. 그래서 예전보다는 태국이 많이 메리트가 있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 또 사실 수술 전후에 꾸준히 해야 하는 호르몬 치료도 다 돈이잖아요. 대학병원이다 보니 더 비쌀 거 같기도 한데요.

= 음… 부인은 못 하겠네요. 왜냐면 대학병원 경우 접수비가 따로 붙잖아요. 대학병원을 잘 안 오시면 접수비라는 것의 존재를 잘 모르시기도 하더라고요. 어쨌든 그런 면에서는 좀 더 비싸다고 할 수 있겠지만 무작정 대학병원이라고 비싼 것은 아닙니다.

대신 3차 병원이기에 더 안전한 것은 물론이에요. 수술이든 호르몬 치료든 그만큼 안전성을 제일로 생각하기 때문에, 다 철저히 검사하고 대비하기 때문에, 그래서 비싼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른 과의 경우도 그래서 대학병원에 오는 거 아닐까요? 개인 병원이랑 다르게 저희는 월급쟁이잖아요. (웃음)



- 호르몬 가격 때문에, 혹은 정신과 진단을 못 받아서 따로 호르몬을 구해서 맞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3]

= 네, 그런데 굉장히 위험합니다. 주기적으로 검사를 하면서 자기 몸 상황에 맞는 호르몬을 받아야 해요. 호르몬 치료를 하다 보면 특정 질환에 대한 위험도가 올라가거든요. 또 그 질환 종류도 남성호르몬이냐 여성호르몬이냐에 따라 다르고… . 그래서 계속 피검사와 검진 등을 받으면서 호르몬 치료를 받으셔야지 임의로 호르몬 치료를 하면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가끔 일부 환자들이 돈 때문에 자기가 처방받은 것을 팔기도 하는데, 이런 건 엄격하게 확인을 해야죠. 병원을 거치지 않고 구매, 복용하면 큰 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제가 본 바로는 환자들이 살림의료복지사회협동조합에서 많이 받으세요. 비용이 어느 정도 지원이 되는 거로 알고 있어요. 홈페이지에 가격표도 다 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트랜스젠더 환자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많이들 선호하십니다. 또 거기 계시는 선생님들이 더 자세한 진료나 수술이 필요할 경우 저희 클리닉으로 많이 보내주시기도 해요. 사실 추혜인 선생님을 비롯해서 저희끼리 이쪽 문제에 관심 있는 분들이 하는 연구 모임이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요새는 잘 못 모였지만… .



- 비보험의 경우 고려대생 할인 25%가 된다고 들었는데요[4], 젠더 클리닉 진료 과목들에서도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 음, 일단 고대생 할인은 되는 게 맞는데, 비급여가 몇 %인지는 확신이 없네요. 하지만 어쨌든 젠더 클리닉 과목 역시 똑같이 할인되는 건 맞습니다. 주변에 트랜스젠더 친구들 있으면 알려주세요. (웃음)



- 네, 꼭 알리겠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진료/수술 관련해서 좀 더 세부적인 사항을 여쭤보려고 합니다. 우선 호르몬 치료를 하려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F64.0(성 주체성 장애)을 진단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 과정에서도 의사의 편견이 작용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 맞아요. 사실 정신과뿐만 아니라 의사들 대부분이 트랜스젠더 진료 쪽에 관심이 없거나 무지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런 분들한테 트랜스젠더 환자가 오면 “그냥 지켜보시죠….” 정도의 말만 하게 되는 것이죠. 가령 어떤 환자가 디스포리아(성별 위화감)를 느껴서 정신과를 찾아갔는데, 그건 다른 사고 때문에 뇌를 다쳐서 그렇게 착각하는 거라고 진단받았다는 경우도 접한 적이 있어요. 게다가 함께 오신 부모님들도 그 의사의 말만 믿는 거죠. 환자분은 이런 상황 때문에 더 우울증이 심해지고… . 그래서 젠더 팀이 필요한 거예요. 저희가 젠더 팀을 구성할 때도 이 점을 염두에 두고 환자분들이 안심하고 오실 수 있도록 성소수자 혹은 젠더 이슈에 이해도가 높으시고 환자를 보신 경험이 있으신 분 아니면 보고 계신 분들로 섭외를 한 것입니다. 현재 함께하고 계신 분들은 합류하기 전에도 (관련 내용을) 공부하고 계시던, 다 오픈마인드를 가지신 분들이에요. 그러니 저희 병원에 오실 때 그런 걱정은 접어두셔도 좋겠습니다.[5]



- 미성년자의 경우 법적 성별 정정이 안되는데, 수술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실제로 정체화는 대부분 청소년기에 하지 않나요?

= 수술도 미성년자 때는 안 돼요. 그런데 요즘 트렌드…라고 해야 할까요? 외국에서는 호르몬 치료를 일찍, 2차 성징 시작하기 전에 시작하면 더 좋다고 보고 있어요. 디스포리아가 일찍부터 오거든요.[6] 트랜스젠더분들이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부터 사실은 느끼고 있었는데 그때 부모님은 대수롭지 않게 느꼈던 거죠. 이제 와서야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게 되는. 그렇다 보니 부모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아이가 “난 남자/여자야”라고 했을 때 일찍 병원에 데려오면 호르몬 치료를 미리 시작할 수 있죠. 부모 동의 하에만 시작할 수 있거든요. 확실히 일찍 시작한 아이들은 2차 성징이 덜 오니까 나중에 디스포리아가 덜 심합니다.



- 부모님의 동의가 없으면 안 되는 거죠?

= 네, 그러니 부모님의 역할이 막중하죠. 정보력이 중요해요. 예전에는 정보가 없었으니까 그냥 하나의 성장 단계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던 거였겠죠. 그냥 누나가 있으니 한 번 치마 입어보고 하는 거겠지, 저러다 말겠지, 하고 말이죠. 그런데 제가 벨기에에서는 이런 (부모 동의로 치료를 진행하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한국에선 못 봤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래도 힘들죠. 부모님이 승낙하는 경우 자체가 드물고.


또 부모 동의 관련해서 말씀드리자면, 인터섹스분들이 계세요. 태어날 때 성기가 모호하게 태어나는 거죠. 이런 경우, 외국 같은 경우엔 아기를 대신해서 결정하지 않고, 아이가 서너 살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어느 젠더 쪽으로 크는지 보고 결정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태어나자마자 성기를 봤을 때 좀 더 가까운 쪽으로 바로 정해버리는 거죠. 그런데 사실 그거(성기의 대략적인 외형)로만 결정할 수 없는 건데 말이에요. 우리나라는 아이를 위해서 그걸 해준다고 생각해요. 물론 우리나라처럼 편견이 많은 나라에서는 그게 어느 정도 맞는 말일 수도 있어요. 아직 성별을 선택하지 않은 채로 유치원에 가거나 하면 얼마나 왕따를 당하겠어요. 하지만 그렇게 부모가 임의로 정했을 때 평생 혼란이 올 수가 있어요. 물론 성별이 맞으면 다행이지만, 아닌 경우도 분명 존재하거든요. 그런 분들은 이제 커서 저희 클리닉에 오시게 되겠죠. 그래서 저희가 트랜스젠더분들만 진료하는 게 아니라고 한 것이기도 합니다. 또 인터섹스분들 경우엔 성호르몬 자체가 많이 안 나오는 경우도 있거든요. 남성호르몬이든 여성호르몬이든. 그런 경우에는 저희 클리닉에서 본인이 원하는 호르몬 치료를 받을 수 있기도 하고요.



- 저희가 생각한 것보다도 훨씬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젠더 클리닉의 교육적 측면도 궁금합니다. 이를테면 꼭 젠더 관련 문제가 아니더라도, 하다못해 감기에 걸려서 병원에 가더라도 트랜스젠더는 차별의 위험에 놓여있는데요.[7] 고대 안암병원의 다른 과에서 차별이 벌어질 경우 젠더 클리닉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 아, 좋은 지적이에요. 외부 사람들의 편견을 지적하는 것도 하는 거지만, 병원 내에서부터 인식이 바뀌어야죠. 제가 요새 사회적 편견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고 있는데, 의료진들에게도 나눠줬거든요. 그런데 사실 의료진들도 다른 사람들과 별반 다를 게 없어요. 그래서 적어도 고대 의료진들은 그래도 좀 다르자라고 하는 것이 제 목표죠. 외부 사람들은 고대가 보수적이고 꽉 막혔을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데, 꼭 그렇지는 않아요. 다른 데 있다가 오시면 의외로 개방적이라고 놀라시기도 하고... 그래서 바깥 사람들의 그런 편견도 깨고 싶고요. 물론 외부 사람들의 그것을 깨기 전에 우리 병원 타과 의사들과 파라메딕 분들의 (트랜스젠더 의료에 대한) 편견 먼저 깨야겠죠. 또 이분들을 교육했을 때 파급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이 되고요. 아무튼 병원 사람들이 먼저 바뀌어야하는데 우리 과 내에서만 그러는 건 의미가 없거든요. 우리 과에서는 편하다가도 다른 과에서는 자꾸 쳐다보거나, 실명을 부르거나 하면 병원에 오는 것 자체가 싫어지겠죠.



- 앞으로 내부 교육도 진행하시는 건가요?

= 해야죠. 사실 의료진들도 이야기를 해주면 관심 있게 들어요. 워낙 의학적으로 젊은(?) 분야고 흥미로운 주제기도 하니까요. 수술 자체가 굉장히 복합적이고 기술적으로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것이기도 하고…. 그런데 의료진들이야 어떻게 교육한다 해도 환자들은 계속 바뀌다 보니 좀 어렵죠. 그분들은 (시선과 편견에 대해) 제가 어떻게 교육하는 것도 안 되고요. 어쨌든 내부 교육은 계속해서 해 나갈 생각입니다.



본 인터뷰는 이름이 알려진 트랜스젠더 세 명이 연달아 세상을 등지는 선택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진행되었다. 이제까지는 의사 관점에서의 트랜스젠더 의료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면, 그의 동료 시민으로서의 생각 역시 궁금해졌다.



- 최근에 속상한 소식들이 많았습니다. 직접 진료를 보시는 의사로서 더 마음 아프셨을 것 같은데. 내원하시는 환자분들도 그렇고요.

= 일단 환자들은 대부분 기본적으로 우울증 있는 분들이 많으세요. 어차피 F64.0 진단을 받으려고 정신과에 가시기도 하지만, 꼭 그래서 뿐만이 아니라 다들 우울증은 기본으로 가지고 있어요. 절반 이상이 한 번 이상은 자살 시도를 하고… 슬픈 현실이죠. 그런데 이런 사건이 있으면 사회적인 이슈가 많이 되긴 하지만 이슈만 되고 바뀌는 건 없는 거 같아요. 이렇게 취재는 많이 하고 인터뷰는 하는데, 그다음은 아무도 안 하려는 거 같은? 딱 여기까지만인 거 같은 거죠. 모두가 힘을 써야 하는 문제고, 또 누구만의 잘못은 아니겠지만…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야죠.



- 어떤 계기로 트랜스젠더 진료를 보게 되셨는지, 또 처음 시작할 때 어떻게 정보를 얻으셨는지가 궁금합니다.

= 제가 아직 전공을 정하기 전 얘기인데, 절친한 친구가 당시에 잡지사 기자였거든요. 그 친구와 함께 우연히 트랜스젠더분들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렇게 가서 진솔한 얘기들을 듣고 이분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성형외과 하면 많이들 미용만 생각하는데, 미용은 새발의 피고 성형외과 의사로서 할 수 있는 것이 엄청 많아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관여하지 않는 신체 부위가 없을 정도입니다.  



- 말씀을 들어보니 정말 트랜스젠더분들을 글자로만 보는 게 아니라 직접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껴지네요.

= 아무리 편견을 가지고 혐오하는 분들이라도 (트랜스젠더들을) 직접 만나고, 또 얘기를 들어보면 오죽하면 이런 큰 수술을 하겠나 싶으실 거예요. 정말 목숨 거는 수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정말 진지한 거죠.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술하러 들어갈 때 긴장하고 걱정하거든요. 그런데 이분들은 수술 전부터 너무 기뻐하고 감사하다고 하고, 새로 태어나는 것 같다고 말하세요. 이런 환자와 수술이 또 어디 있겠어요. 또 수술 후에는 이제서야 나 자신을 찾은 것 같고, 나 자신을 이제 사랑하게 되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씀들 하세요. 물론 수술 후에도 계속 우울증을 안고 가는 환자분들도 있지만, 수술 후 불면증이 없어졌다는 분도 있고, 죽기 싫어졌다는 분도 많거든요. 이런 면에서 정말 보람 있는 수술이고, 저도 느끼는 바가 많죠.



- 인식 개선을 위해서나 젠더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의료진을 늘리기 위해서나 대학에서부터 교육이 잘 이뤄지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 외국에서는 다양성에 대해서 아주 일찍 유치원 때부터 가르치더라고요.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존재하고 다양한 젠더가 존재한다는 걸 어릴 때부터 가르쳐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요. 물론 대학 차원에서도 꼭 필요해요. 현재 성소수자 의료 강의가 본과생들 상대로 진행되고 있는 의과대학도 있는 거로 알고 있어요.[8] 정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저 혼자서는 한계가 있으니까 아무래도… . 어쨌든 관련된 트레이닝 과목은 꼭 들어가야 하고, 지금 넣으려고 하고 있어요. 관련 해외 연사 초청도 조금씩 늘려가고 있고요. 앞으로는 더 늘려가야죠.



- 2018년 WHO 국제질병사인 분류에서 ‘성 주체성 장애’를 ‘성별 부조화’(Gender incongruence)로 수정할 것을 예고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2025년까지 ‘성 주체성 장애’라는 질병분류가 유지되는데요.

= 음, 예를 들어 과거에는 ‘정신과’라고 불렀던 것을 이제는 ‘정신건강의학’과라고 부르죠. 과거에는 정신과에 간다는 게 굉장한 타부였지만 이제는 다들 “정신과 한 번쯤은 가봤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사회적 인식이 크게 바뀌었어요. 단순한 불면증으로 갔든 뭐든 간에 이제는 흉이 아니게 된 거죠. 이렇게 단순히 명칭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인식을 바꾸는 데 기여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장애’ 이름을 떼는 것도, 트랜스젠더가 장애나 정신병이 아니란 것을 인정받는 하나의 걸음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디스포리아, 성별 위화감인거죠.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사회적 편견에 대한 조사를 봐도 긍정적인 분들도 계시지만 확실히 정말 부정적인 사람도 많아요. 저는 가장 큰 이유가 정보 부족이지 않을까 생각하거든요. 그냥 잘 모른 채로 ‘싫어’. 그래서 관련 정보를 매체를 이용해 잘 알려주고 하다 보면 좀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끝까지 혐오할 사람들은 혐오하겠지만, 안 바뀌는 사람이 있더라도 젊은 사람들은 바뀔 여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또 성소수자 내에서도 트랜스젠더는 소수자예요. 성소수자 내에서도 트랜스젠더를 무시한다고 들었습니다. 같이 똘똘 뭉쳐야 할 판에 말이에요. 그래서 여러모로 이분들이 갈 곳이 딱히 없는 상황인 거죠. 이런 클리닉이 많이 생겨서. 좀 음지에서 양지로 많이 나와야죠. 이분들이 왜 숨어야 하나요? 왜 손가락질 받아야 해요?

이건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해외가 여러모로 더 앞서나가긴 하지만, 거기에도 아직까지 편견과 혐오가 있죠.



- 마지막 질문인데요. 우리나라에서 트랜스젠더 의료문제 개선을 위해 가장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어휴, 하나만 고르기는 너무 힘들 거 같은데요 워낙 많아서. (한참 생각하다가) 일단 성별 정정일 거 같네요. 우리나라는 (성별 정정을 위해) 내야 하는 서류들도 너무 많고 성기 재건 수술 진단서가 없으면 정정이 안 돼요. 아직 (수술할) 준비가 안 된, 돈이 없는 환자들도 있는데 말이죠. 또 성기 재건까지는 하기 싫은 환자가 있을 수도 있는데, 1을 2로, 2를 1로 만들기 위해 너무 무리하게 되는 거죠. 한국의 경우 특히 군대 문제가 있기 때문에 더 서두르다 보니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9]


물론 성별 정정을 너무 쉽게 만들면 남용할까봐, 특히 군대 때문에. 그런 우려가 있기는 하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래도 요건을 낮춰야 할 거 같아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낮춰야 하는지는 굉장히 예민한 문제라 좀 더 고민을 해봐야 하겠지만요.


또 중요한 건 의료보험. 지금은 다 비보험이다 보니 비용적인 부분이 너무 커요. 여러 진료, 수술, 치료 다 하면 몇천만 원이 들죠. 100%까지 모두 지원하도록 한꺼번에 바뀌진 못하더라도 진료비나 호르몬치료라도 의료보험 처리가 된다면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호르몬 치료는 지속적으로 받아야 하니까요.

마지막으로 일할 수 있게 해주는 것. 사회적 지지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셋 중에 하나를 꼽을 수 없는 건 이게 악순환이라서. 수술과 진료 때문에 돈은 돈대로 필요하고, 직업 구하는 건 제한적이고. 그러니까 ‘어둠의 세계’에서 돈을 구할 수밖에 없다고 하시는 환자분들이 많아요. 이 악순환에서 하나라도 끊어주어야 하는데... 뭐부터 끊어야 할지는 몰라도… 뭐 어디든. 세 개 중 하나라도 끊는다면 숨통이 조금이라도 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제도가 바뀌려면 힘이 필요하겠죠. 이렇게 큰 대학병원에서 움직여줘야 법이나, 제도 등도 바뀌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넘어야 할 산이 많죠.



- 긴 시간 동안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림 2〉 젠더 클리닉은 재건성형센터 내에 위치해 있다.

병원 내부 자동문 위에 큰 글씨로 ‘재건성형센터 Reconstructive Surgery Center’가 써있고, 오른쪽에 그보다는 작은 글씨로  ‘두개 안면 재건클리닉 Craniofacial Reconstructive Surgery’과 ‘젠더 클리닉 Gender Affirmation Surgery’이 나란히 쓰여있다.


오랜 시간 준비한 인터뷰를 마치고 나왔을 때, 마음이 개운치만은 않았다. 젠더 클리닉이 신설되었다는 사실은 분명 희망적인 것이었지만 그것 외에도 가야할 길이 너무나 멀어 보였기 때문이다. 기대했던 명쾌한 해답이란 애초부터 없었으며, 정말이지 “문제의 선명도가 높아질수록 해결은 요원해보였다(현정, 2021: 4).”


그럼에도 이 한 걸음의 나아감이 모여서 큰 변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본다. 그렇다면 이제 조금 더 적극적으로 “그다음 단계”를 상상해보자. 이어질 세 편의 글이 그 상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 세 가지 악순환과 트랜스젠더 군 복무 문제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이어지는 특집 마지막글 “트랜스젠더, 군인, 죽음”에서 확인할 수 있다.



편집위원 상민 / poursoi0911@gmail.com


[1] 사실 고려대 병원의 경우도 안산병원에서 90년대부터 수술이 가능했었지만, 중간에 침체기가 있다가 이제야 재개가 된 것이라고 한다.

[2] 2014년 기준 호르몬 치료와 성확정수술 중 하나라도 의료보장하는 국가는 118개국 중 45개국이었다. 7년이 지난 지금은 더 많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승섭 외, 2018: 162)

[3] 국가인권위원회의 2020년 조사 결과 33.8%의 트랜스젠더가 병원 처방 없이 호르몬제를 구입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 2020: 240)

[4] 학부생 및 대학원생의 경우 본인에 한해 25% 지원되며, 교우회비를 납부한 졸업자의 경우 본인은 20%, 배우자 및 직계가족은 10% 지원된다. (http://korea.ac.kr/mbshome/mbs/university/subview.do?id=university_050209000000 참고. 접속일 2021.05.13.)

[5] 고려대 안암병원 외에도 퀴어프렌들리한 정신건강의학과를 아카이빙 하고 있는 페이지를 소개한다: https://theshipnorthwest.tistory.com/notice/16

[6] 2017년 279명의 트랜스젠더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스스로 트랜스젠더라고 인지한 시기의 최소값은 2세, 평군 나이는 12세였다. (김승섭 외, 2018: 78)

[7] 2017년 조사 결과 64.1%의 트랜스젠더가 일반 건강 문제로 의료 기관 방문시 부적절한 질문, 모욕적인 말이나 비난, 진료나 치료 거부 등의 차별 경험을 겪었다고 한다. (김승섭 외, 2018: 118)

[8] 올해 1학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성소수자 건강권과 의료’ 수업이 개설되었다.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 의료에 대해 배우는 수업이 개설된 것은 국내 의과대학 최초이다.

[9] 대법원판례가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성별변경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만 19세 이상의 성년자로 행위능력에 제한이 없을 것

2. 현재 혼인 중이 아니고, 미성년자 자녀를 갖고 있지 않을 것

3. 성전환수술을 받아 생식능력을 상실하였고 신체외관이 전환하고자 하는 성으로 바뀌었을 것

4. 범죄, 탈법행위에 이용목적 등 성별 변경에 지장이 되는 사유가 없을 것

한편 2020. 3. 16.까지는 대법원예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에서 성별 변경을 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와 법원이 조사해야 하는 사항들을 규정하고 있었으나 2020. 3. 16.자로 위 예규가 개정됨에 따라 해당 내용은 법원이 참고해야 하는 사항들로 변경되었다. 이에 따라 개별 법원들에서 좀 더 재량에 따른 결정들이 내려질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대법원 판례가 변경된 것은 아니므로 향후 각 법원들에서 어떠한 결정이 나올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한다. (출처: transroadmap.net)



참고문헌

단행본

김승섭 외 (2018). 오롯한 당신. 숨쉬는책공장.

 

논문 및 저널

국가인권위원회 (2020.11.).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

현정 (2021.04.) 편집실에서. 고대문화 봄 143호. 3-4.

 

기사 및 온라인 자료

박주희 (2021.03.30.). 서울대 의대 '성소수자 의료' 수업 첫 개설... 그들의 눈물 닦아줄까. 한국일보. Retrieved from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31916250002714

트랜스로드맵: 트랜스젠더를 위한 정보·인권 길잡이, http://transroadmap.net/. 접속일 2021.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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