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편집장 현정
내가 보고 들은 음식에 관한 이야기들은 대부분 어떻게 여러 재료들이 근사한 음식이 되는지 설명해주었다. 어떤 것들이 다듬어지고 데워지고 섞여서 먹음직스러운 형태를 만들어 내는지 말이다. 그리고 완성된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에서 이야기는 끝났다. 그러나 그 이야기들을 따라 했을 때, 내가 보고 들은 것은 완전하지 못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이야기에는 즙을 짜내 과육만 애매하게 남은 레몬이 없었고, 도저히 반 통 이상은 쓸 수 없던 양배추도 사라져 있었다. 당신도 분명 알고 있을 귤과 바나나와 수박의 껍질도, 살짝 무른 토마토와 양파도 등장하지 않았다. 어색하게 남은 요리도, 그래서 냉장고에 보관하다 상해버린 음식도 도통 찾을 수 없었다. 이 글은 그런 것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재료들은 음식도 되지만, 그 후에는 음식물쓰레기가 된다. 바로 이 음식물쓰레기의 여정을 따라가 보려 한다.
그런데 우선, 음식물쓰레기는 무엇일까? 이처럼 간단해 보이는 질문도 실은 답하기 쉽지 않다. 폐기물처리법상 음식물쓰레기는 ‘음식물류폐기물’이라 불리고, “음식재료 또는 음식물의 생산·유통·가공·조리·보관·소비과정 등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와 남겨서 버려지는 음식물”[1]이라고 정의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음식물쓰레기에 해당하는지 대답해보자면 살짝 머뭇거리게 된다. 가령, 고춧가루는 음식물쓰레기일까? 그렇다면, 고추장은?
한국소비자연맹이 재작년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8명은 자신이 음식물쓰레기 분리배출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3명 중 1명이 잘못된 방법으로 음식물쓰레기를 배출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50.6%가 수박이나 감 등 과일 씨앗을 음식물쓰레기 봉투에 함께 버리며, 45.5%가 양파나 대파 등의 뿌리와 껍질을 음식물쓰레기 봉투에 버리고 있다고 응답했다. 음식물쓰레기 분리 기준에 따르면 이것들이 일반쓰레기에 해당함에도 말이다.
이처럼 무엇이 음식물쓰레기인지 정확히 구분해낼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음식물쓰레기를 구분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동물이 먹을 수 있는지’ 질문해보라는 조언이 흔히 떠돈다. 예를 들어 견과류나 갑각류의 딱딱한 껍데기, 동물의 털과 뼈는 동물이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일반쓰레기로 분류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역시 마냥 명쾌하지만은 않다. 동물이 먹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상상되는 바나나와 귤의 껍질, 심지어 내장, 비계, 살코기는 음식물쓰레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자체마다, 그리고 지자체 안의 지역마다 음식물쓰레기 분리배출 기준안이 다른 것 역시 무엇이 음식물쓰레기인지 구분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한다. 예를 들어, 경기도 내 화성, 과천 등 7개 시군은 바나나, 수박, 파인애플, 오렌지 껍질을 음식물쓰레기로 규정하고 있지만, 군포, 부천, 가평 등 3개 지자체는 이들을 모두 일반쓰레기로 규정해 두었다. 수원시의 경우 팔달구 등 3개 구는 바나나와 오렌지 껍질을 음식물쓰레기로 분리하지만, 장안구는 이들을 일반쓰레기로 분류한다. 성남시 내에서도 수정구는 수박 껍질, 분당구는 오렌지 껍질만 음식물쓰레기로 분류하나, 중원구는 4개 과일 껍질 모두를 음식물쓰레기로 규정지어 두었다.[2]
이토록 복잡한 ‘음식물쓰레기’의 정의는 음식물류 폐기물의 처리 방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음식물류 폐기물이 처리되는 방식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사료화이기에 ‘동물이 먹을 수 있는지’라는 기준이 모호함에도 가장 적절한 질문으로 통하며, 지자체의 실정에 맞게 음식물쓰레기 처리 방법을 결정했기에 지자체별 처리 방법과 시설에 따라 음식물쓰레기 판단 기준도 다른 것이다. 예컨대 자체적으로 건조 사료화 시설 등을 보유한 지자체들은 과일 껍질을 음식물쓰레기로 분류하는 반면,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민간 시설에 위탁하는 지자체의 경우 탈수·발효 등의 과정이 복잡해 일반쓰레기로 분류한다.
그렇다면 식탁 이후의 음식, 음식물쓰레기의 이야기를 알기 위해서는 음식물쓰레기가 처리되는 방식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이는 사료화 외에도 다양하다.
출처: 한국자원순환사회적협동조합
음식물쓰레기는 크게 매립되거나, 소각되거나, 재활용될 수 있다. 그중 현재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재활용이다. 환경부의 2016년 통계에 따르면, 2015년 발생한 음식물쓰레기의 무려 90.4%가 재활용되었다. 앞서 말한 사료화 역시 재활용의 한 방법에 속하며, 재활용된 음식물쓰레기 중 41.6%가 사료화, 32.0%는 퇴비화, 그리고 16.8%는 바이오가스, 분변토 등이 되었다.
이는 과거 음식물쓰레기를 주로 매립해 처리하던 것에서 크게 발전한 성과이다. 2000년의 경우, 발생한 음식물쓰레기의 약 45.5%가 매립되었고 45.1%가 재활용, 9.5%가 소각되었다. 당시는 음식물쓰레기를 따로 분류하지 않고 일반쓰레기(일반 생활폐기물)와 혼합 배출하여 매립하거나 소각하곤 했다. 그러나 음식물쓰레기는 그 특성상 수분을 많이 포함하고 부패하기 쉬워, 직매립했을 때 발생하는 심한 악취와 침출수로 2차 환경오염을 유발했다. 부패와 함께 발생하는 메탄가스의 온실효과 역시 문제적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음식물류폐기물 자원화기본계획’(1998) 및 ‘음식물류폐기물 종합대책’(2004) 등을 수립하며 음식물쓰레기 자원화 정책을 추진했고, 2005년부터 폐기물관리법에서 음식물류폐기물의 직매립을 금지했다.
음식물쓰레기의 자원화는 분명 진보의 결과이다. 그러나 이로써 음식물쓰레기의 이야기를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리기에는 어딘가 미덥지 못한 부분들이 있다.
먼저 사료화되는 음식물쓰레기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반사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나의 음식물 ‘쓰레기’가 다른 누군가의 음식으로 쓰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께름칙함이다. 이러한 께름칙함은 단지 직감적인 것만이 아니다. 현재 소와 같은 반추동물의 경우에는 광우병 발생 위험을 이유로 음식물쓰레기로 만든 사료 급여가 금지되어 있으며, 닭과 오리도 조류인플루엔자 예방을 위해 수분 함량 14% 이상의 음식물쓰레기 급여가 금지되고 있다. 그러나 개와 돼지는 예외이다.
한승태 작가의 『고기로 태어나서』에는 이러한 대목이 나온다. “밥, 생선 대가리, 김치, 야채 부스러기 등등이 분쇄기를 통과하자 연어 빛깔의 걸쭉한 액체로 변했다. 이 불길해 보이는 주황색 액체가 짬밥, 개들이 먹는 사료였다 (한승태, 2018:299).” 이는 경기 포천의 한 개농장 풍경이다. 농장은 식당, 학교, 공공기관, 예식장 등에서 잔반을 수거해 ℓ당 160원씩 ‘음식물 폐기물 수거비’를 받아 챙기고, 잔반은 동물들에게 먹이는 것으로 처리한다. 수거비도 벌고, 사료비도 절약하는 셈이다. 경기 양주의 한 개농장 역시 군부대 등에서 거둬온 음식물쓰레기를 먹이로 주고 있다. 냉장 시설을 따로 구비하지 않아 상온에서 그대로 보관되어 심하게 부패한 상태지만, 항생제만 잔뜩 부어 바로 급여한다.
물론 이보다는 위생적인 방식으로, 열처리 과정을 거쳐 사료를 생산하는 업체들도 있다. 현행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은 음식물류폐기물을 사료화할 시 「사료관리법」의 기준에 따라 재활용 업체에서 가열·멸균하고 살모넬라균, 잔류 셀레늄 함량 등의 성분 검사를 거쳐 재활용하도록 명시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이 있음에도 사료화 처리가 문제없다 말하기에는 부족한 구석이 있다. 일부 영세업체의 경우 연료비 절약을 위해 열처리를 하지 않거나 바이러스 사멸 조건을 미달하는 시간 동안 가열하는 등, 기준 준수 여부가 엄밀히 점검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는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의 전염원인으로 잔반과 잔반을 재가공한 사료가 지목되며 문제시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큰 규모의 공공시설 외 영세한 민간 처리업체는 이물질을 걸러내는 자동 선별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곤 해, 노동자가 일일이 손으로 비닐을 찢고 이물질을 골라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당연하게도 엄밀할 수 없어, 국내 음식물쓰레기 성분을 분석하면 비닐류 등 이물질이 3~5%가량을 차지한다고 한다. 배출되는 이물질로는 종량제 비닐봉지는 물론, 이쑤시개, 컵라면 용기, 스티로폼 등이 있으며, ‘생분해성’ 거름망과 비닐봉지[3]까지 발견된다. 그렇게 부패 여부는 고사하고 애초에 먹을 수조차 없는 것까지 사료에 남아있는 것이다.
더불어 가장 기본적인 폐기물 관리의 관점에서도 축산농가에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상당 부분 의존하는 것은 위험한 구석이 있기에, 앞으로도 음식물쓰레기의 사료화는 줄어들 추세로 보인다. 사육두수는 늘 가변적이고 동물의 성장단계에 따라 먹는 양도 다르기에, 축산농가는 근본적으로 쓰레기를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곳이 못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음식점 등 다량 배출 사업장이 실질적인 감축 및 처리 방식을 고민하는 대신, 축산농가에 돈을 주고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간편히 떠넘겨와 축산농가가 음식물쓰레기 처리의 일정 부분을 도맡고 있는 상태이다. 이렇게 축산농가에 음식물쓰레기 처리의 상당량을 의존하는 구조가 형성되어와, 사료로의 재활용이 당장 금지할 시 음식물쓰레기 대란 가능성이 언급되며 손을 대기 어려워진 것이다. 언젠가 없어지게 될 사업임이 자명함에도 전환이 늦춰지는 이유다.
한편 현 환경부 장관직을 맡고 있는 한정애 의원은 2017년 음식물류폐기물을 동물에게 먹이는 행위를 일절 금지하는 「폐기물관리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는 다시금 2019년 초 ASF 국내 상륙 위험이 이슈화되며 그해 5월, 김현권 의원에 의해 「가축전염병예방법」 일부개정 법률안의 모습을 하고 돼지를 대상으로 하는 잔반 급여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으로 발의되었다. 설훈 의원 역시 같은 달에 동일한 내용으로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발의 내용은 2019년 7월 중순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공포 즉시 시행되며 일부 반영되었다. 이 개정안은 농식품부장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 남은 음식물을 해당 가축의 먹이로 직접 생산·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남은 음식물을 직접 처리하여 돼지에 급여하던 농가는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승인을 받은 것이 아닌 이상 남은 음식물 급여를 중단하게 되었다.
이렇게 농가의 자가급여는 금지되었으나, 사료화 과정을 거쳐 습식사료 등으로 재활용되는 부분은 유지되고 있는 상태이다. 이에 한돈협회 등은 ASF 예방을 위해서는 습식사료까지 전면금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나, 기존 자가급여 농가나 음식물자원화협회 등은 반발하는 모습이다. 동물해방물결과 동물권행동 카라 등 동물권 단체는 동물복지의 관점에서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에 음식물쓰레기 급여를 통한 사육을 전면 금지할 것을 요구하며 “동물은 음식물 쓰레기통이 아니”[4]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비료화 방식을 통한 재활용은 문제가 덜할까? 안타깝게도 그렇지만은 않은 듯하다. 우선 사료화와 관련해서 문제시된 이물질 문제가 동일하게 적용된다. 분류되지 못해 비료의 이름으로 땅에 들어간 비닐봉지, 스티로폼 조각 등은 썩지 않고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토양을 오염시킨다.
음식물쓰레기로 만든 비료를 향한 농민들의 인식이 상당히 부정적인 점도 문제이다. 농민들 사이에는 음식물쓰레기 비료가 가축분 비료, 기름을 짜고 남은 아주까리박[5]·대두박 등을 이용한 고급 유기질 비료 등과 비교했을 때 질적으로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가축분뇨의 경우 분뇨를 생산하는 가축에게 매일 같은 사료가 같은 방법으로 급여되기에 생산되는 비료의 특성이 균일해 품질 관리도 수월하나, 음식물쓰레기의 경우 성상이 늘 같지 못할 뿐더러 염분 농도 등이 높아 농사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이에 더해 재작년 음식물쓰레기 이용 비료와 관련한 논란이 있던 것도 부정적인 인식을 강화했다. 2019년 3월, 농촌진흥청은 ‘비료 공정규격설정 및 지정’을 확정 고시했는데, 이때 핵심이 된 부분은 음식물쓰레기를 건조해 만든 분말을 유기질비료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었다.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이 염분 2% 이하, 수분 15% 이하의 기준을 충족하며, 그러한 건조분말을 사료 전체 원료의 30% 이하로 사용할 시 음식물쓰레기를 활용해 유기질비료를 만들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이때 문제가 된 지점은 흔히 짐작하듯 품질 불량 등 음식물쓰레기로 만든 유기질비료의 자체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주까리박과 음식물쓰레기 건조물은 성분상 매우 유사함이 밝혀진 바 있고[6], 음식물쓰레기 염분으로 인한 문제도 음식물쓰레기 건조물이 비료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원료의 30% 이내이기 때문에 사실상 유효한 쟁점이 되지 못한다. 나아가 비싼 값을 주고 수입에 의존해오던 아주까리박을 저렴한 국내 원료로 대체할 수 있다는 점, 농민이 아주까리박의 맹독 물질에 노출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음식물자원화 건조박은 훌륭한 선택지처럼 보인다.
다만 음식물쓰레기로 만든 비료의 실제 사용 여부는 객관적인 근거와 수치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농민의 깊은 불신이었다. 유기질비료업체는 그간 아주까리박 가격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음식물쓰레기 건조물을 사용했지만, 공식적으로 음식물쓰레기 건조물을 사용한다고 표기할 수 없어 그를 원가에 반영해오지 않았다. 따라 비료 한 포 당 5천원 가량의 숨은 이득을 챙겨올 수 있었다. 이러한 비료업체의 비리 문제로 농민 내 불만이 고조되던 차, 비료업체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듯하는 농진청의 개정 고시안이 발표되며 부정적인 인식이 깊숙해져만 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을 이용한 비료가 가공이 미흡한 채로 반입되며 주민 불만을 야기하고 있다. 「비료관리법」상 음식물류 폐기물을 이용한 비료는 부산물 비료로 분류돼, 부숙 유기질 비료의 퇴비 규정[7]을 따라야 하지만, 주민들은 이러한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채로 불량 비료가 반입된다고 말한다. 비료의 염분 농도도 높을 뿐더러 물이 줄줄 흐르고 악취가 심하고, 후숙이 제대로 되지 않아 실제 비료로 쓰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비료는 일반적으로 한 해에 단 두 번, 봄과 가을에만 사용한다는 지극히 기초적이고 변화의 여지가 없는 부분도 비료화를 음식물쓰레기 문제 해결 방법으로 온전히 위임할 수는 없다는 것을 확인시킨다.
바이오가스화는 어떨까? 바이오가스화의 경우 관련 논의가 시작된 지 오래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나, 이는 단지 기술 자체가 새로워서가 아니라 바이오가스의 적극적인 도입에 여러 어려움이 있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시 최선의 대책이라 믿고 있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가장 어려운 지점은, 바이오가스 발전소가 혐오시설이기에 설치에 있어 주민 반대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점이다. 바이오가스 발전소는 유기성폐기물을 처리하는 이상 일정 수준의 악취를 퍼뜨리기 마련일 뿐만 아니라, 음식물쓰레기 건조 과정 등에서 미세먼지를 많이 발생시키고 악취의 원인인 분자상 물질까지 2차 미세먼지 오염원이라는 문제가 있다. 이렇게 발전소가 주민의 삶에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설인 이상, 간편한 보상책으로 설치를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래서도 안 될 것이다.
비용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바이오가스 발전소를 짓는 데 소요하는 공사비와 운영비는 상당하다. 비료화 시설과 같이 비교적 간단한 기술을 쓰는 처리 방식과는 달리, 바이오가스 시설은 유기성폐기물을 도시가스 품질기준에 맞게 정제·압축하고 열량조절 등의 설비를 갖추어야 하며, 이에는 60억 원 상당의 비용이 든다. 따라서 하루 생산되는 바이오가스 물량이 1만㎥ 이상은 돼야 최소한의 경제성을 가질 수 있는데, 문제는 앞서 말한 주민 수용성 지점이다. 1만㎥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일수록 더 많은 이해관계와 얽히고 또 부딪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제도적 정비와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도 바이오가스화가 당장의 답안이 될 수 없는 이유이다. 정부의 관심이 전무했던 것은 아니다. 2000년대 후반 국제유가가 치솟았을 때, 폐기물 고형연료(Solid Refuse Fuel, SRF) 개념이 들어오며 전국에 SRF 설비를 갖추는 정책이 진행되었으며, 음식물쓰레기로 만든 바이오가스에도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지원이 적용되어 음식물쓰레기와 그 폐수를 이용한 바이오가스도 늘었다. 그러나 SRF 발전소 등 폐기물에너지사업에 관한 민원이 심해진데다가, 무엇보다 유가 하락에 따라 2019년부터 폐기물에 관한 REC 지급이 중단되면서 SRF 발전사업도 취소된 상태이다. 더불어 현재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에서 음식물쓰레기를 바이오고형연료제품의 원료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도 하다.
음식물쓰레기의 여정을 여기까지 확인하고 드는 마음은 어쩌면 실망에 가까울지 모르겠다. 음식물쓰레기가 폐기물이 아닌 자원으로써 사료, 비료, 바이오가스 등으로 재활용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일이나, 각각의 이야기들에 조금 더 귀 기울였을 때 알 수 있는 것은 완벽하지 못한 듯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식물쓰레기 이야기의 끝에서 함께 확인하고자 한 것은 이러한 낙담만이 아니다. 재활용을 아예 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앞서 논의한 사료와 비료의 저품질성을 들며 음식물류폐기물을 재활용할 것이 아니라 그냥 소각하는 편이 효과적이라는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고, ‘디스포저(disposer)’라고 불리는 오물분쇄기를 이용해 별다른 자원화 과정 없이 바로 하수도로 음식물쓰레기를 흘려보내자는 의견도 있다. 디스포저의 경우 이미 이명박 정부 시절 환경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도입을 추진한 바 있으며, 초반에 지적받은 하수관 막힘 및 부식 문제에 관해서도 오늘날은 하수관 정비가 완료된 상태기에 우려가 덜하다며 특정 기준을 충족한 디스포저 사용을 환경부에서 허가하기도 한 상태이다.
그러나 이러한 아이디어들은 음식물쓰레기가 가진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모두 포기해버린다. 물론 앞서 음식물쓰레기 자원화의 한계를 살펴본 바 있으나 매립, 소각 혹은 디스포저를 통한 직배출이 오직 처리의 편리함에만 주목한 해결책이 아닌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보다 정확히 소각 혹은 직배출에 우려가 드는 이유를 짚자면, 모든 논의 끝 우리가 향해야 할 방향은 음식물쓰레기 발생의 문제와 음식물쓰레기 자원화 시 발생했던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가는 것, 음식물쓰레기 발생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소각이나 직배출과 같은 간편한 배출법이 전과정평가 연구상 기존 자원화 방식보다 총 에너지 사용량이 적다는 견해도 있지만, 이는 오히려 더욱 직관적으로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을 늘릴 수 있다. 쓰레기를 버리는 이는, 악취가 심하고 만지기 꺼려지는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는 경우에는 특히 더, 당장 눈앞의 쓰레기가 보이지 않기를 원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쓰레기를 없애는 것이 이토록 쉬워진다면 쓰레기를 만드는 것에 관한 부담감 역시 덜어질 것이라고 쉽게 유추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음식물쓰레기 자원화의 효용을 개선하는 기술적 혹은 제도적 개선을 더욱 중요시 여길 수도 있다. 물론 자원화에 관한 연구와 정책적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음식물쓰레기 감량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가장 근본적인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 한계는 다름 아닌 이미 현재도 음식물쓰레기 자체가 너무 많이 발생해, 비료 혹은 사료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재고가 남아 갈 곳이 없다는 점이다. 바이오가스 시설의 보다 활발한 운영만을 기다리는 것 역시 난망한 일이다.
그리고 음식물쓰레기 감량은 (다행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의 것이기도 하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음식물쓰레기의 70%가 가정 및 소형음식점에서 발생하고 있으니, 더욱 우리의 역할에 의미를 부여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정부 정책 차원에서도 음식물쓰레기 자원화 확대 추진과 동시에 가정 및 소형음식점 등 개인 차원의 배출량 감량이 유도되어왔다. 2010년 녹색성장위원회는 ‘음식물쓰레기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소형·복합 찬기를 식당에 보급했고, ‘간소하고 품격있는 한식’을 모토로 반찬 적정화, 개인별 제공 등 한식 표준모델을 개발하고 ‘생활공감 주부 모니터단’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캠페인을 해왔다. ‘자투리 음식을 활용한 그린레시피 공모전’을 열고 그 수상작들을 모아 ‘그린레시피북’을 펴내기도 했으며, ‘음식문화개선 범국민운동본부’를 출범해 운동본부에서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101가지 실천방법’과 같은 리플렛을 만드는 등 인식 개선을 위한 활동을 진행했다.
이와 함께 실시한 대표적인 음식물쓰레기 감량 정책은 음식물쓰레기 종량제의 전면화다. 기존 배출량과 상관없이 동일한 수수료를 부과하던 정액제에서,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에 따라 버린 만큼 수수료를 부담하게 만들어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도록 유도한 것이다. 이는 과거 음식물쓰레기 대책에 경제적 유인책이 부족했다는 반성에서 비롯한 추진 전략이다. 수수료 지불 및 산정 방식으로는 종량제봉투 구매 비용으로 정산하는 방식, 지정된 용기에 칩·스티커를 부착해 음식물쓰레기양을 측정하는 방식, 그리고 세대별 발급되는 RFID 쓰레기 배출량 관리 카드를 태그하면 수거 용기 내에서 무게가 자동측정되는 방식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에는 획기적인 감축이 있지 못했다. 현재도 음식물쓰레기의 양은 매년 3%씩 증가하는 추세이며, 더군다나 코로나19를 겪으며 배달이나 포장, 가정간편식 소비가 크게 늘면서 음식물쓰레기 배출량도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 2019년 가구당 음식물쓰레기 일평균 배출량은 약 454g이었으나 2020년의 경우는 512g로 추산되어 약 60g 증가했다고 한다.
음식물쓰레기 문제에서 진정 자유로워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어쩌면 단지 ‘음식물쓰레기를 줄이자’는 차원의 인식 전환이 아니라 삶의 태도를 바꾸는 인식의 전환일지 모른다. 음식물쓰레기의 증가 이유로 그간 많이 거론되어 온 것은 식생활의 고급화이다. 국민 소득 수준이 높아지며 외식빈도가 높아지는 등의 이유로 음식물쓰레기가 는다고 한다. 이것이 오직 유일한 이유라고 단언할 수는 없겠으나, 어느 정도의 연관성은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삶이 더 윤택해지는 것은 분명 기뻐할 일이며, 사람들로 하여금 무턱대고 과거의 삶으로 돌아가라고 강제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음식물쓰레기 문제의 해결을 계기로 새로운 양태의 발전을 꿈꿔볼 수는 없을까?
새롭다 함은, 우리에게 익숙한 세계가 가리키는 발전 방향을 벗어난다는 것이다. 최근 음식물쓰레기 문제와 관련하여 ‘못난이 농산물’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못난이 농산물은 가정 차원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 차원보다 넓은,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음식물류 폐기물의 일종이다. ‘못난이’라는 수식이 붙은 것은 이들이 농산물표준규격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헐값에 처리되거나 그저 버려지는 소위 ‘파치’, 혹은 비규격품 농산물임을 뜻한다. 비바람에 떨어져 멍이 든 사과, 벌레가 먹은 배추, 까치가 먹은 감, 울퉁불퉁한 모양으로 자란 고구마 등 말이다. 농산물들은 모양과 상태가 제각각이면 유통단계에서 비용과 시간이 더 소모되고 소비자들에게도 외면받기 마련이었기에, 못난이 농산물은 시장에서 유통되는 농산물들과 맛과 영양분 면에서 다를 바 없음에도 ‘쓰레기’ 취급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예능 프로그램 <맛남의 광장>에서의 언급으로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서 못난이 농산물이 활발히 판매되고, ‘어글리어스’와 ‘프레시어글리’ 등 못난이 농산물 전문 쇼핑몰과 구독 서비스가 생겨나 사랑을 받고 있다. ‘지구인컴퍼니’, ‘어글리시크’ 등 못난이 농산물을 원료로 가공식품과 화장품을 만드는 곳도 있다. 나아가 정부 차원에서 농산물 비규격품을 원료로 한 가공식품 수출 촉진을 위한 업무협약이 체결되기도 했다. 이렇듯 상당히 재빠른 움직임에 반응하는 대중의 반응 역시 무척 긍정적인 듯하다. 올해 2월 한국소비자원에서 못난이 농산물 구매 실태 및 인식을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2,000명 중 60.5%(1,210명)가 못난이 농산물을 구매한 경험이 있었고, 이들의 전반적 만족도는 평균 3.71점(5점 만점), 재구매 의사를 가진 이는 무려 95.5%(1,155명)로 꽤나 높았다. 친환경·유기농 채소와 과일을 시중보다 약 30% 저렴하게 정기배송 형태로 판매하고 있는 어글리어스의 구매평 역시 호평 일색이다. “못난이 채소라고 하는데 전혀 못나지 않았”고 “너무 신선하고 예쁜 채소들이 와서 놀랐”다는 평, 일부 상태가 덜 좋은 채소가 왔지만 “다음번에 좀 더 신경 써주시면 좋겠다”며 별점 5개를 준 평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분명 긍정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못난이 농산물 열풍에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전반적인 농산물 가격을 낮춘다는 면에서다. 양승룡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못난이 농산물의 영향을 시나리오 분석했고,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못난이 농산물의 판매자 소득과 소비자 후생은 증가하나, 일반 농산물의 생산자 소득과 소비자 후생은 더 많이 감소해 사회 전체 후생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못난이 농산물의 매력 요소 중 가격 면이 컸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구입 이유가 못난이 농산물의 가격이 더 저렴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자가 46.4%(561명)였으니 말이다.
이러한 지점들을 살펴보면 농산물을 상품으로 다루었을 때의 한계가 명확하게 느껴진다. 못난이 농산물이 사랑받는 것은 공익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분명 긍정적인 일이지만, 시장의 관점이 들어서면 가격 경쟁을 통해 ‘표준규격’ 농산물 생산자의 이익이 침해되기에 다시금 부정적인 일이 되기 때문이다. 애초에 ‘못난이 농산물’이라는 구분이 생기게 된 것도, 농산물 표준규격 제도의 목적 항목을 참고하자면, “농산물의 신용도와 상품성 향상으로 공정거래 촉진 및 농가소득증대”와 “수송, 적재 등 유통비용 절감으로 유통의 효율성 제고”[8]로 시장을 돕기 위함이었다. 더불어 음식물쓰레기 종량제의 다소 부족한 성과를 돌아보았을 때도 수수료 등을 통한 경제적 압박은 어느 정도의 유인책은 될 수 있겠지만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유가에 따라 흔들리던 바이오가스 정책을 살펴보았을 때도 그러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 발자국 어떻게 더 내디뎌볼 수 있을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못난이 농산물의 유행이 하나의 좋은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 유행에서 반가웠던 것은, 사람들이 농산물을 비롯한 음식물을 그저 상품이 아닌 생명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갖출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소비자들이 음식물의 상품으로서의 속성에만 집중했다면 표준 규격의 매끈한 농산물들을, 위험을 굳이 감내할 필요 없이 구매하는 편이 훨씬 간편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농산물의 상태가 예상을 벗어나고 다소 불완전할 수 있음에도 도리어 반갑게 울퉁불퉁한 농산물들을 받아들었다. 나아가 어글리어스의 경우, 상품 파손의 위험이 더 큼에도 스티로폼 등이 아닌 종이를 이용한 친환경 포장을 하고 있는데, 이에도 공감하는 고객이 대다수였다. 나는 이러한 지점에서 생명에 관한 보다 섬세한 인식의 가능성까지 점쳐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가짐의 증거들이 우리가 간직하고 나아가야 할 것들이라 믿는다.
음식을 생명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먹는 것과의 관계가 살아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는 음식과 나만의 관계가 아닌, 음식 재료를 생산하는 이들과의 관계,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는 이들과의 관계로 확장될 수도 있겠다.
이 확장을 구체적으로 상상해보기 위해 음식물쓰레기 발생 구성을 돌이켜 보았다. 가정의 경우 조리과정 쓰레기가 68%, 먹고 남은 음식물이 20%, 보관 후 폐기 식재료가 12%를 차지한다고 한다.[9]
조리과정에서의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자주 제시되는 것은 ‘제로 웨이스트(zero-waste) 레시피’라며 과일 껍질까지, 채소 뿌리까지 사용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들이다. 사과 껍질과 심을 이용해 사과 식초를 만들거나, 수박 속껍질로 ‘별미’ 무침과 피클을 만들기도 한다. 다만 이러한 레시피들을 실제 적용하기 어려웠던 이유를 돌이켜보자면 맛이나 식감에 관한 우려도 있었을 터이고 무엇보다 농약에 관한 우려 등 농산물에 관한 불안감이 큰 부분을 차지했을 것이다. 이러한 불안감은 농산물을 받아든 사람과 농산물을 기른 사람 사이에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면 극복 가능하지 않을까? 어렸을 때 음식을 남기면, 어른들이 ‘농부님께서 땀 흘려 만드신’ 것이라며 한 술 더 뜨기를 권할 때 등장하던 그 ‘농부’가 이름과 얼굴을 가질 때 말이다.
대안 먹거리운동의 하나인 생활협동조합은 이러한 관계 맺기를 실천하고 있는 구체적인 예시이다. 그리고 국내의 대표적인 생활협동조합 중 하나인 한살림 운동의 창시자 고 박재일 회장의 말, “한살림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만나게 하고 친한 사이가 되도록 하여 생산자는 소비자의 생명을 보호하고, 소비자는 생산자의 생활을 보장하는 사이가 되는 일을 하고자 합니다.”[10]에서 그 정신을 또렷이 읽어낼 수 있다. 한살림은 산업화를 겪으며 붕괴되던 농촌공동체를 살리기 위해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농사를 지으며, 생산자와 소비자가 머리를 맞대어 고민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살림 농업정책과 물품정책을 명문화했다. 오늘날까지 한살림은 생산자-소비자 간의 신뢰와 원칙을 지키기 위해 생산자 차원에서 끊임없이 성찰하며, 소비자 차원에서도 매년 600여 회 이상 생산지를 방문하며 소통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매달 발간하는 소식지에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야기[11]를 성실히 담아내고, 계절과 조합원의 수요 등에 따라 가격이 어떻게 변동되었는지 상세히 기록해 두어 조합원들이 단지 개인 소비자 차원이 아닌 자연의 변화와 공동체와 호흡하며 필요한 것들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렇다면 먹고 남은 음식물, 또 하염없이 오래 보관하다 결국 폐기하게 되는 음식물은 어떨까? 그러니까, ‘농부님’들의 숭고함에 이어 흔히 등장하던, 남기게 되면 죽어서 그것들을 혼자 다 꾸역꾸역 먹어야 한다는 협박과, 저 멀리 ‘아프리카’ 아이들의 굶주림을 생각하며 감사히 먹으라는 꾸중에 어떻게 답변해 볼 수 있을까? 사후 세계가 아닌 지금 이 세상에서, 누군가에게 나의 음식을 나누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추상적인 편견이 담긴 말로만 동정할 것이 아니라 당장 내 옆의 음식이 필요한 이들을 도울 수 있지 않을까? 이에 관한 상상은 앞으로 1인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쓰지 못한 식재료 등으로 인해 음식물쓰레기가 발생하기 더 쉬워질 것을 고려했을 때, 더욱 적극적으로 고민해 보아야 하는 것일 테다. 1인 가구 기준으로 적은 양을 개별 포장하는 것은, 일반 쓰레기의 양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최선의 대안이 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1998년 IMF 경기 위기 이후 시행되어온 푸드뱅크 사업이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겠다. 푸드뱅크 사업은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위탁 사업으로, 기업과 개인으로부터 식품 및 생활용품을 기부받아 저소득 소외계층에 지원하는 제도이다. 2021년 기준 전국 17개 광역푸드뱅크와 450여 개 기초푸드뱅크 및 마켓이 운영되고 있어, 긴급지원 대상자, 차상위계층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개인 이용자를 우선으로 지원하고 있다. 혼자였을 때는 쓰레기로 전락해야만 했던 음식물이 누군가를 만나 다시금 생명을 얻게 되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사례들은 음식을 매개로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맺어 나간다. 느슨하게, 또 조금은 더 단단하게 말이다. 새롭게 생겨난 연결 지점만큼이나 이야기는 더 넓어져 더 다양한 사람들, 모양들, 삶의 방식들을 껴안을 것이고, 또 길어질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늘어지는 이야기를 갖고 미래까지 나아가 볼 수도 있겠다.
언젠가 이런 영화 대사를 읽은 적 있다. “우리는 이렇게 이길 것이다. 우리가 미워하는 것들에 맞서는 방식이 아니라, 우리가 사랑하는 것을 지키는 방식으로.” 이 문장이 등장한 영화를 보지는 못했기에 그 맥락을 알 수 없음에도, 이 말이 가진 힘은 오래 마음에 남았다. 음식물쓰레기를 대하는 우리의 모습도 이와 닮았으면 좋겠다. 종량제와 같은 엄벌적인 규제로서가 아닌, 함께 살아있다는 것, 생명의 소중함을 기억하고 지키려는 마음으로.
편집장 현정 / byulgot@gmail.com
[1] 서울특별시 성북구 「음식물류 폐기물의 발생억제, 수집·운반 및 재활용에 관한 조례」 제1장 제2조.
[2] 성북구청의 경우 바나나와 귤의 껍질은 음식물쓰레기로, 파인애플 껍질은 일반쓰레기로 분류하고 있다. 더 구체적인 사항은 다음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tinyurl.com/komun-foodwaste-sb
덧붙이자면, 고춧가루와 소금은 음식물쓰레기에 해당하지만 고추장, 된장 등 장류는 일반쓰레기이다.
[3] 생분해성 거름망과 음식물쓰레기 비닐봉지는 식물성 전분으로 만들어져 퇴비화가 가능하다며 음식물과 버려도 된다고 광고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조건에서 생분해되는지 명확하지 못하고 생분해되는 조건에 맞추어 처리되지도 못하는 실정이기에 현재로서는 충분히 믿음직스러운 대안이 될 수 없다.
[4] [성명] 개, 돼지에게 동족을 먹이는 잔인한 농식품부와 환경부, 음식물쓰레기 동물 급여를 전면 금지하라. (2019.06.11.). 동물해방물결.
[5] 아주까리(피마자), 대두와 같은 씨앗 등 식물체의 기름을 짜내고 남은 찌꺼기를 가공해 유기질비료를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비료는 유박비료라 불리고, 이때 ‘유박(油粕)’은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라는 뜻이다.
[6] 아주까리박은 유기물 70%, 인산 2%, 질소 2%, 음식물 건조분말은 유기물 80%, 질소 4%, 인산 2%로 이뤄져 있다.
[7] 유기물은 30% 이상 함유되어야 하고, 비소 45㎎/㎏ 이하, 카드뮴 5㎎/㎏ 이하 등 유해 성분 기준 및 염분 2%, 수분 55% 이하 등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8] 농산물 표준규격화. (n.d.).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9] 환경부. (2017).
[10] 한살림운동과 물품정책. (n.d.). 한살림.
[11] 2021년 3월 소식지의 경우, 생산자의 이야기로는 “매콤한 고춧가루로 찾아갈 고추 모종이 잘 크고 있습니다”, “지난해 폭우로 침수된 집, 여러분 덕분에 새로 잘 지었습니다”와 같은 제목의 글이 실렸다. 소비자의 이야기로는 “아이들에게 듣는 한살림 물품 이야기”, “기금과 활동으로 완성하는 돌봄공동체” 등의 글이 실렸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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