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특집 '여성주의 학내기구'] 편집위원 상민
- 고려대 여학생위원회 인터뷰에 덧붙여
2018년의 잇따른 총여 폐지 사태는 2019년 초 연세대 서울캠퍼스 총여의 폐지로 일단락되었고, 그렇게 3년이 지났다. 그 뒤로는 별달리 기록할 것이 없었다면 좋았겠지만, 여러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학생들의 문제 제기나 인력난 등을 이유로 총여가 폐지되어왔다. 대표적으로 충북대에서는 2018년 당선된 총여학생회 선본이 ‘총여 재개편’을 공약으로 걸었었고, 실제로 당선된 이후 2019년 3월 학생투표를 통해 학생인권위원회로 개편했다. “21세기 들어 성평등의 실제 수준과 그 인식이 높아졌”기에 “여학우는 물론 남학우의 인권과 권리를 위해 보장”하기 위해서였다.[1] 이어서 명지대 자연캠퍼스에서는 2019년 11월 전학대회에서의 결정을 통해 총여가 이듬해인 2020년까지만 존속하게 되었다.[2]
이후 비대면 대학 생활이 지속되며 관련 논의는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 같던 와중 지난 7월경부터 경희대 서울캠퍼스에서 다시 총여 폐지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3] 2017년 이후 서울캠퍼스 총여가 4년째 궐위 상태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기에 확운위를 통해 서울캠퍼스에 재학 중인 여학생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하자는 논의가 나온 것이다. 이후 9월 23일부터 3일간 투표가 열렸고 이틀을 더 연장한 끝에 간신히 투표율 50%를 넘겨 개표를 할 수 있었다.[4] 투표 결과 찬성이 63.4%로 해산이 가결되었다. 중요한 점은 경희대 서울캠퍼스의 경우는 대다수의 총여 폐지와는 결이 다르다는 것이다. 우선 모든 학생회원에게 투표권이 있는 총투표가 아닌 여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투표였기에 여학생의 손으로 직접 총여를 (폐지가 아닌) ‘해산’했다는 의미가 있으며, 투표 두 달 전부터 관련 간담회를 가지는 등 충분한 토의가 있었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해당 간담회에서 토론자들은 대체로 총여의 해산에 동의하였는데, 이는 그들이 페미니즘에 반대하거나, 남성도 차별받는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총여가 궐위 상태를 해소하고 활동을 이어나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었다.[5] 또 간담회에서 표출된 총여 공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2021년 내로 대안 기구를 수립하겠다는 의지를 총학 측에서 직접 밝혔다는 점도 큰 차이이다.[6]
하지만 중앙대 성평등위원회(이하 성평위) 〈뿌리〉의 폐지는, 구습과 악습의 반복이었다. 총여와 달리 성평위였기에 총투표에 부쳐볼 여지조차 없이 학생대표자들에 의해 존폐가 결정된 것은 차이점이겠으나 이름도 알 수 없는 학생들의 구글 폼 연서명으로 안건이 상정된 것과 폐지에 반대하는 연서명이 묵살된 것은 동국대의 상황과 똑 닮았고, 발의자의 신원을 끝까지 알 수 없었던 것은 성균관대의 그것과 같았다. 그리고 후속 기구 신설에 대한 요구가 있었음에도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연세대와 동일했다.[7] 무엇보다도 계속해서 성평위의 요구를 묵살하고, 투표 이전 제대로 된 공론장에서 토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총여를 폐지시킨 대부분의 학교들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런데, 만약 우리에게도 저 폐지의 물결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실제로 고려대 서울캠퍼스 에브리타임에는 경희대 서울캠퍼스 총여 폐지를 축하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재밌는 것은 이 글에 “우리는?”이라는 댓글이 있었다는 것이다. 친절하게도 다른 이용자들이 고려대 총여는 80년대에 해산했으며 “진짜 필요할 때 만들고 진짜 필요 없을 때 해산”했다고 설명을 해주었다. 앞서 「총여학생회, 그 사라짐의 기록」에서 보았듯 고려대 서울캠퍼스 총여학생회가 자발적으로 해산한 것은 맞지만 그것이 총여가 “필요 없어져서”는 아니었다. 이 댓글들을 보며 씁쓸하다고 생각하는 정도에서 그쳤던 마음이 동요하기 시작한 것은 중앙대 성평위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나서부터였다. 이에 역시 총여의 대안기구로 시작한 고려대 여학생위원회(이하 여위)의 상황이 궁금해졌다. 그들은 이 두 사건에서 무엇을 보았으며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하림(여위 활동 4년 차), 시언(활동 2년 차) 님과의 대화를 통해 학내 여성주의 자치기구의 오늘과 내일을 살펴보고자 했다.
* 본 인터뷰는 11월 22일 진행되었습니다.
- 여학생위원회는 어떤 기구인가요?
하림 여위는 총학 산하 특별기구이고, 독립된 위상을 보장받고 있는 기구입니다. 총여학생회의 후신으로 1992년 처음 설립되었고[8] 학내, 나아가 사회의 성평등 달성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현재 총 몇 명이 활동 중인가요?
하림 현재는 12명이 있고, 팀으로 나뉘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선 안건지를 만들고 회의를 진행하고 여러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안건지 꾸밈이’ 팀, ‘수습위원 가이드라인과 친해지길 바라’를 줄여서 ‘수가친바’ 팀이 있고요. 세미나 팀은 세미나 커리큘럼을 짜고 진행하는 역할, 마지막으로 연대체 팀은 여위에서 연대체를 만들고 활동을 꾸려나가는 역할 등을 맡고 있습니다.
시언 팀은 인원이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고 시기나 필요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동돼요.
하림 한 학기 동안은 고정해서 모든 인원이 네 팀 중에 하나를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예를 들어 이번에 저희가 성폭력 관련 대자보전을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또 따로 팀을 만들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자원해서 하는 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 어디는 몇 대 여학생위원회 이런 식으로 대수를 나누던데, 여위는 겉에서 보기엔 그런 게 없더라고요.
하림 네. 16-17년까지는 몇 대 여위, 이런 식으로 대를 구분했던 것 같은데, 제가 들어올 때부터는 그런 게 없었어요. 사람이 2-3명으로 운영될 때도 있고 해서 대를 구분하는 게 크게 의미가 없어지기도 했고, 총학 임기와는 상관없이 쭉 따로 운영되는 기구라 대를 구분하지 않게 된 것 같기도 합니다.
- 인원이 12명이면 상황이 괜찮은 편인가요?
하림 3년 동안 가장 많아요.
시언 작년을 거치면서 늘어난 감이 있어요. 원래는 학번이 18, 19학번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작년부터 20, 21학번 인원이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하림 이를테면 문대에도 내부적으로 페미니즘 소모임이 있거나 단과대 성평위가 있었는데 그곳들의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중앙에 있는 단체로 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합니다.
상민 마냥 좋은 건 아니네요.
하림 네. (웃음)
- 현재 여위 상황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특별히 부족한 점이나 어려운 점이 있을까요?
하림 지금은 코로나 상황이기도 하고, 예산을 필요로 하는 행사를 하지 않다 보니 예산이 크게 부족하진 않아요. 하지만 지금까지는 여위가 2-3명 정도로 운영되어 왔어서 어떤 확실한 체계가 있지는 않았는데, 사람이 늘어나면서 운영에 어려운 점이 생겼어요. 이 부분을 개선하고자 체계도 만들고 공동체에 대한 고민도 하면서 여위 내의 합의를 공유하고, 활동의 어려움을 어떻게 분담할 수 있을지 여러 방안에서 고민 중입니다.
외부적으로 백래시가 심한 것도 문제이긴 하지만, 그건 어느 정도 계속 있어왔던 문제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중대 성평위는 학생회 산하 단체였다 보니 영향을 많이 받은 편인데, 여위는 특별기구라 아예 떨어져 있어서 학생회와 컨택할 일도 별로 없고, 그러다보니 영향도 적게 받아서 독립성 문제는 덜한 편이에요.
다만 전학대회에서 예결산 심의를 받고 특별기구 인준을 받아야 하는데, 학생 대표자분들의 인식에 따라 인준 여부가 좌지우지될 수는 있습니다. 매년 기권표가 느는 것 같아 우려가 되는 것도 있지만, 사실 단과대에 학생회가 많이 안 서다 보니 전학대회에 참여하는 학생 수도 줄어든 상황이에요. 그래서 학생 자치 자체에 대한 문제와도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 백래시에 대한 부담이 얼마나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근래에 사회적으로 더 심해졌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시언 사실 여위 활동하시는 분들 자체가 학생회에 있었거나, 여위가 아니더라도 젠더 관련해서 무언가 해오신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그분들이 실제 단과대 학생회나 아니면 다른 공간에서 한계점을 느낄 때 여위로 모이는 경향도 있는 것 같아요. 확실히 백래시는 다들 어느 정도 느끼고 있는 것 같은데, 여위 자체의 기구적 특수성 때문에 여위 안에서만큼은 그래도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어느 정도 합의가 된 사람들이 모여 있기도 하고, 체계적으로도 독립되어 있다 보니 평소 활동을 하거나 간담회 등을 할 때도 백래시 때문에 여위 활동이 어려워질 거라는 위기감은 사실 크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중대 성평위 사건을 보면서 사실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남 얘기는 아니라는 게 느껴져서요.
하림 에타에 글을 올리면 한두 개씩 조롱하는 댓글 같은 게 달리기도 해요. 예를 들어 강연회를 열면 신청 폼으로 이상한 말을 하는 사람이 가끔 있기도 하고요. 만약 여위가 훨씬 더 잘 보이게 활동을 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여위라는 기구가 있고 페미니즘 기구라는 걸 인식하면 저희에게 영향을 주는 일이 많을 것 같은데, 지금은 그렇지는 않은 상황 같아요. 하지만 비대면 상황에 에타나 고파스 같은 커뮤니티에서 여위에 대해 논쟁이 일어나는 상황을 상상하면 여위의 존립에도 그다지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우리가 얼마나 잘 보이게 활동해야 할지에 대한 딜레마도 있어요. 그래도 백래시에 집중하기보다는 페미니즘을 가지고 어떤 활동을 할 수 있을지, 어떻게 더 많은 사람들과 할 수 있을지에 집중하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시언 다른 학교에서 총여 폐지 후 특수 기구가 생겼던 것과는 달리, 고대 여위는 자체적으로 폐지를 결정했어요. 그런 점도 백래시를 경험하는 데 있어 차이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 여위는 총여와 같이 선출된 것이 아니다 보니 사업을 할 때 한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좀 더 대표성을 띠고 더 많은 사업을 하고 싶으신지, 혹은 현재에 만족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시언 고려대에 총여가 있었을 때의 문건을 읽어 본 적이 있는데, 기존에 총여를 통해 여성주의 활동을 하려고 했던 이유가 전체 학생회와 단과대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기 때문이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그때도 그게 잘 안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총학과 부딪히는 부분도 많았고, 반성폭력 자치 규약을 만드는 데에도 굉장히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답답함을 나타내는 글들도 많았고요. 그래서 실제로 여학생회가 대표성을 가지느냐 안 가지느냐는 사실 실질적인 활동에 그렇게 큰 다른 점을 만들어 내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2년째 총비대위 상황인데 그에 따른 문제점이 있었을까요?
하림 학내 인권연대협의체에 총학 인권연대국도 포함되어 있기도 하고, 총학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잖아요. 또 여위가 학생 자치에 개입하고 싶을 때 총학이 있다면 연락을 해서 뭔가를 하거나 함께 학교에 요구할 수 있는데, 비대위일 때는 그게 쉽지 않으니 어려움이 없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 학내 인권단체협의회와 별도로 ‘연꽃’이라는 이름의 네트워크가 만들어졌는데,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하림 저희 이번 연도 슬로건이 ‘멀어지는 시대의 연결’이라고, 분리되고 분열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좋은 관계 맺기의 방식들을 만들어 가자, 그리고 예를 들어 가족 간의 관계는 어떻게 해야 할지, 생활공동체 내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 성이 수치가 되지 않을 수 있는 관계를 어떻게 맺을지. 서로가 서로에 대한 상호 의존성을 인지하고, 또 서로가 서로를 돌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것을 더 잘하고자 하는 관계는 어떻게 맺어야 할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활동을 했어요. 그래서 학내 단체들 사이에 연결을 맺고, 관계를 잘 맺어가자는 취지에서 여위가 학내 단체에 제안하게 된 연대체가 연꽃이에요. 학내 인권단체협의체의 경우에는 무언가를 함께 하자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두 달에 한 번씩 회의를 가지고, 총학에 질의서를 함께 보내고 하는 정도예요. 특히 코로나 이후에는 그 회의마저도 잘 못 열리고 있고요.
- 이번 하반기에 경희대 총여와 중대 성평위 폐지가 이루어졌는데 사실 둘의 결은 상당히 다르죠. 여성주의 자치기구 소속으로서 두 사건을 어떻게 보셨나요? 성평위도 여위와 마찬가지로 대안기구였는데요.
하림 사실 저는 얼마 전에 중대 성평위 위원장, 부위원장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어서 뵌 적이 있었는데, 엄청나게 많은 사업을 적은 인원이 개개인이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여, 좋은 취지를 가지고 사업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런데 얼마 안 돼서 폐지 안건이 올라갔다며 연대를 요청하는 연락을 받아서 되게 당황스러웠고, 화가 많이 나기도 했고, 이 상황이 너무 말도 안 되는 것 같기도 했어요. 그냥 에타에서 서명 모아서 상정된 안건이 그런 식으로 통과될 수 있다는 게요. 하지만 그 이후 〈뿌리〉가 보여주고 있는 행보는 따로 평가해야 할 것 같아요. 지금 여러 단체의 목소리를 모아서 보여주고 계시고, 중앙대 내에서도 이에 대해 문제를 느끼는 학우와 단체가 많아 보이고. 그래서 반대로 가능성도 많이 보았던 것 같거든요. 여성주의 기구든, 학생자치든 그에 대해 고민하고, 다르게 하려고 하고, 문제를 바꿔 나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을 폐지 이후에 잘 보여주셔서, 그런 가능성을 오히려 또 볼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시언 말씀하셨듯이 경희대 총여 폐지와 중대 사건의 성격이 매우 다르죠. 중앙대 성평위의 경우에는 사업도 잘되고 있었고, 사람들의 관심도 많았는데 갑자기 폐지된 것이라면, 경희대 (서울캠) 총여의 경우 우선 인력이 많이 부족했다고 알고 있고, 내부적으로 여학생들의 투표를 통해서 폐지가 된 거니까요. 중앙대 성평위의 경우, 에타라는 온라인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담론들이 실제 물리력을 행사했다는 게 문제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그 절차에도 문제가 많았고요.
사실 둘 다 폐지되었다고 볼 때 어떻게 대응할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중대 성평위 폐지를 규탄하는 집회에 갔었는데, 사실 코로나19 이후에 페미니즘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으쌰으쌰 해보는 게 정말 오랜만이더라고요. 그래서 인상이 깊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사실 어떤 사람들은 성평위 사건을 주목할 때 백래시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지만 결국 〈뿌리〉의 경우에도 앞으로 활동을 계속하실 예정이잖아요. 그래서 후원 등을 통해 앞으로의 활동을 많이 계획하시는 것 같은데, 결국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걸 하고 있다는 거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앞으로 뭘 해야 할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학생 사회 전반에 대한 질문이기도 한데, 저는 생각하다 보면 다수결이 민주주의는 아닌 건 맞는데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지? 정말 학생 사회의 다수가 여위 폐지를 원한다면 있는 게 맞나? 더 나아가서는 꼭 학교여야 하는가? 하는 생각까지 했거든요.
하림 일단 저는 과 학회나 학생회의 인권연대국 등 계속 학교 안에서 활동을 했었던 것 같은데요. 어쨌든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학교에 있는 학생들이고, 우리 근처에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더 많이 얘기할 기회가 있고 더 많이 우리의 의견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사람들이 이 학교에 있는 사람들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계속했었던 것 같아요. 학교 밖에서 뭘 해야 된다거나 학교 안에 있는 것에 한계가 많다는 의견들이 있는 것 같은데, 만약에 학교 밖이라면 어디에 대고, 어디에서 할 건가요? 어쨌든 우리가 학생을 대상으로 어떻게 다가갈지, 우리의 내용이 어떻게 비칠지, 그리고 어떻게 더 잘 다가갈지를 위주로 고민을 해 왔으니까. 그리고 학과를 비롯해 학교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아직 다가갈 기회가 충분히 많다고 여겨져서 굳이 학교를 다닐 땐 밖에서 뭘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시언 근데 뭔가 사실 외부와 내부를 구분하는 것이 실제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얼마나 차이를 지니느냐에 대한 의문도 있고, 또 기존 학생 사회에서 열심히 운동해왔던 사람들이 있잖아요. 지금도 그러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내/외부 각각에 존재하는 게) 각자가 조금 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전략을 취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나 단순히 ‘학교 안은 이제 안 되니까 학교 외부로 나가자’라고 하는 주장 자체가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기존의 노력들을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사실 내년이면 다시 오프라인으로 학교 생활을 할 가능성이 높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학내 흐름이 어떤 방식으로 변화하게 될지 모르고요. 이 상황에서 여위는 학내 단체로서 기존에 하고자 하는 게 있었으니까, 우선은 그거를 잘해보는 게 더 우리에게는 맞는 방향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추가적으로 다수결과 민주주의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분명 다수결만이 민주주의는 아니죠. 우선 민주주의가 어떤 조건하에서 달성될 수 있냐고 질문해볼 때, 절차적으로 적합해야 할 것이고, 논의의 과정 또한 민주적이고 구체적이어야 할 것이에요. 오히려 다수결 자체는 힘의 논리에 가깝죠. 민주주의적 절차를 이야기할 때 다수결의 원리는 사회적 합의나 토론과 설득을 위한 수단으로 존재해야 하는데, 단순히 목적으로만 존재한다고 여겨질 때 남용과 폭력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따라서, 현재 페미니즘 단체들에 대한 '학생 사회'의 여론이 어떤 절차나 힘, 그리고 무지와 폭력에 의해서 형성되고 있느냐를 생각해볼 때, 단순하게 그를 민주주의적 절차를 거친 적절한 여론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 같아요. 학내 단체나 공동체는 우리의 정치성을 인정하고 개개인들의 권리 및 가치를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여론이나 다수결에 의해서 그 존재의 이유를 인정받아야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 문제적인 질문입니다. 왜 소수자인권위원회도 아닌, 성평등위원회도 아닌 여학생위원회인가요.
하림 만약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다시 시작한다면 여학생위원회로 지을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예를 들어 새터에서 ‘여성주체’라는 말을 계속 써온 것이 그 과가 여성주의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음을 나타내주는 것처럼, 여성주체가 이미 있는데 굳이 그 단어 대신 다른 단어를 택한다는 게 가지는 구체적인 의미가 있잖아요. 처음 총여가 만들어진 건 당시 운동에 있어 여성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거기서 여위로 바뀌게 된 것인데, 그 처음 의도에 공감하고, 여위로 이름이 이어진 역사를 고려할 때, 여기서 여학생인 게 문제라 이름을 바꾸게 되면 그 결정이 갖는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여학생위원회가 남학생을 포괄하지 못하니 바꿔야 한다’든지 하는 맥락이 이미 들어 있는 거죠. 그래서 이 이름으로 계속 활동을 하고는 있어요. 근데 사실 이름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느끼기도 하고요.
시언 저도 이름이 무엇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고, 그 이름을 가지게 된 역사가 있고, 이름을 바꿀 때는 큰 정치적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왜 굳이 소인위가 아니라 여위냐 한다면 여위와 소인위의 활동의 결이 다르기 때문이죠. 여위는 페미니즘 관점을 기반으로 해서 학생 사회 전반의 젠더적인 활동뿐 아니라 노동권과 관련한 활동도 많이 하고 있거든요. 구성원이 달라지며 단체 특성도 달라지겠지만 지금으로서는 활동하는 범위가 다른 것 같습니다.
하림 장애인권위원회, 여위, 소인위 등 소위 인권위에서 맡아야 한다고 하는 ‘소수자 인권’이라고 말하는 것들이 그렇게 하나로 묶여서 이야기될 때 정치적인 의미가 희미해지는 듯해요. 소인위는 각각의 단체들을 연결해 주시는 게 있는 것 같고, 지금처럼 더 많이 분화돼서 세분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단체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시언 같이 연대해서 대응해야 할 사건이 있으면 서로 협력하기도 더 좋고요.
- 여학생위원회의 내년 계획이 궁금합니다.
하림 올해 활동을 기반으로 해서 내년 의제를 설정할지, 혹은 우리가 주목해야 할 주제를 정해 논의해야 할지 아직 정해지진 않았어요. 사실 학생 사회에 큰 변화를 만드는 게 전적으로 여위에게 달려있진 않잖아요. 노력해도 안 될 수도 있고요. 그래도 개인적으로 계속되었으면 하는 건, 여성주의를 자신의 삶과 연관해서 실천과 행동을 하는 경험이 여위 구성원 개인과 여위와 연이 닿아 있는 학생들에게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해나가고 싶은 기억으로 남도록 하는 게 여위가 최소한 혹은 최대한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을 내년에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시언 여위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이 공간이 주는 안정감과 그를 통해서 오가는 사람들 간에 만들어지는 관계성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러한 것들이 쭉 이어지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사람들이 어떨 때는 여기서 화도 내고 토론도 하고 서로 생각이 맞지 않으면 갈등도 생기겠지만, 편하게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서 그런 것들이 꾸준히 이어졌으면 해요.
- 아마도 대면이 될 내년의 학생 사회에 대한 예측 내지는 기대가 있으신가요?
하림 대면으로 하면 훨씬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새터도 그렇고 새터를 준비하면서 준비하는 사람들과 새터에서 처음 만나서 각 학과에서 고민하고 있는 내용을 알게 되는 것이 갖는 의미도 있을 것 같고, 인권주간이나 강연도 오프라인으로 할 수 있고요. 내부적으로도 대면으로 만나는 게 훨씬 회의, 논의도 잘 되고요. 인터넷이나 커뮤니티 안에서만 논의가 되면 자신이 동의할 만한 의견에만 기반해 이루어지는 논쟁이 되니까. 물론 오프라인이어도 비슷한 문제가 있지만 그런 부분이 조금 완화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어요.
시언 내년을 생각하면 걱정이 되면서도 기대가 돼요. 비대위 체제가 이어지고, 학내 단체들이 없어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여위는 최근 들어 사람이 가장 많고, 어떤 학과에서는 경선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오프라인으로 변화가 조금씩 보이더라고요. 어떤 선본은 여위에게 정책 자문 요청을 하기도 했고, 아니면 온라인으로 집중된 담론들을 어떻게 학생 사회로 끌어낼지 고민하는 선본도 있고요. 이런 식으로 학생들이 면대면으로 학교에 모이게 되었을 때 그 상황에 어떻게 대비할지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아요. 변화된 부분도 있으니 뭘 바꾸어 나가야 할지 많이 준비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런 것들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하림: 여위 홍보를 하고 싶어요. 들어오면 좋아요. 최근에 전희경 선생님을 초청했던 강연회 마지막에 여위 홍보를 부끄러워하면서 하니까 선생님께서 좋은 것을 소개하며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그 이후로 홍보하는 것에 있어서 당당함을 갖게 되었어요. 사실 그전에는 친구한테 여위를 추천하기도 어려웠어요. 내가 잘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자책도 들어서 만족하기 어려웠는데, 그 말을 듣고 여위를 계속하면서 무언가를 남길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면서 누구든지 들어오면 확실히 더 좋으실 것 같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들어와 주시면 좋겠습니다. (웃음)
시언 님께서 말씀해주셨듯 중요한 것은 폐지 그 자체보다 그 이후의 대응일 것이다. 요즘과 같이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이 심하고, 여성 차별은 없다고 주장하는 (혹은 남성도 차별받는다고 주장하는) 흐름이 주류인 대학 사회에서 온갖 모욕과 조롱을 감수하며 총여학생회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이는 정말 거의 없을 것이다. 또한 페미니즘이 단순히 여성의 이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사회 전반을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그러한 관점에서 모순을 해결해나가는 것이라면, 여학생만을 회원으로 두는 것은 아주 바람직하지만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앞서 일어났던 총여 폐지 운동과 중대 성평위 폐지가 그러한 고려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저 그들은 여자가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는” 것이 싫었고, 자신들의 총학생회비를 특정한 ‘이익 집단’만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지극히 소비자적인 관점에서 이 사안을 바라봤다. 그 결과 성균관대와 동국대에서는 아직도 대안기구가 설치되지 않았으며[9] 연세대 서울캠퍼스의 경우 폐지 후 3년이 지난 이제야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설립을 위한 TFT를 결성했다.[10] 반면 충분한 숙고를 거치고 민주주의적으로 해산한 경희대 서울캠퍼스의 경우 폐지 두 달 만에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로의 개편을 결정했다.[11] 하림 님 말씀처럼 이름도 중요하지만, 그 이름을 바꾸는 의도에 정치적인 맥락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요한 건 총여 폐지 그 자체보다도 어떤 대안기구가 얼마만큼의 자치권을 가지고, 어떤 기치로 세워지느냐이다.
나는 의도적인 우문을 던졌다. 왜 학생 사회에서 페미니즘 운동을 해야 하느냐고. 대답은 간단했다. 여기에 사람이 있으니까. 여기가 내가 속한 사회니까. 나와 내 친구가 살아가야 하는 사회를 민주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체제가 아닌 상태이며, 페미니즘 없이는 민주주의도 없다. 이러한 지점에서 페미니즘을 온전한 정체성으로 가진 기구가 아닌 소수자인권위원회나 성폭력담당기구 등으로 총여를 개편하려는 시도는 유감이다. 페미니즘은 인식론이며, 젠더를 기반으로 보지 않는 세상은 반쪽짜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학생위원회는 〈뿌리〉의 폐지를 규탄하는 연대 자보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대학 사회가 스스로 비판과 자정의 역할을 포기하게 되면) 학생회의 역할은 간식사업이나 기업제휴할인상품 제공과 같은 복지사업의 원활한 진행으로 전락하고 만다. 복지사업의 목적은 모두에게 학생회비라는 가격에 상응하는 물질적 이익을 균등하게 주기 위한 것이 아니며, 학생회의 역할 역시 복지사업 진행으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학생사회는 사회의 담론을 비판적으로 논의하고 이를 기반으로 실천활동을 전개하는 데에 그 존재 의의가 있다. 학생회나 성평등위원회를 비롯한 학생자치기구는 항상 정치적이어야 하고, 우리는 정치적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존재 이유를 찾아야만 한다.
하지만 딴지를 걸어본다. 간식 행사에서 어느 정도의 비율로 비건식을 준비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정치적인가 그렇지 않은가. 기업과 할인제휴를 맺을 때 어느 기업을 선택하는가는 정치적인가 그렇지 않은가. 그렇다. 학생회의 선택은 매 순간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만약 그것이 정치적인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이미 자연화된 (신)자유주의적·능력주의적 관점에서 내려진 결정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 중립, 탈정치의 주장이야말로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정희진, 2014). 학생사회가 무엇을 선택하든 그것이 정치적일 것이라면, 우리는 소수를 위한 정치, 페미니즘의 관점에 입각한 정치를 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페미니스트들은 계속해서 설치고, 말하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쉽지 않으리란 것은 알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총여학생회 하나가 사라질 뻔했다.[12] 하지만 총여를 없애도, 총여의 대안기구를 없애도, 총여 대안기구의 대안기구를 없애도 그 안의 사람들을 없앨 수는 없다. 밑동이 잘릴지언정, 뿌리는 뽑히지 않는다.
편집위원 상민 / poursoi0911@gmail.com
[1] 대학 ‘총여학생회’가 사라지고 있다 (2019.03.18.). 충청타임즈.
[2] 2020학년도부터 자연캠 총여학생회 폐지돼 (2019.11.02.). 명대신문.
[3] 사라져가는 대학 '총여학생회'…'4년간 궐위' 경희대 총여도 폐지 논의 (2021.07.16.). 뉴스1.
[4] 만일 투표율 50%를 넘지 못해 부결될 경우 총투표로 전환되고 투표 안건 역시 총여 ‘해산’이 아닌 ‘폐지’로 바뀔 예정이었다.
[5] 총여학생회 해산, 87년 설립 이후 34년만 (2021.09.29.). 경희대학교 대학주보사.
[6] 같은 기사.
[7] 2019년 가결된 연세대 서울캠퍼스 총여 폐지 투표안에는 성폭력담당위원회를 신설하라는 내용까지 담겨있었지만, 이후 성폭력담당위원회는 명목상으로만 존재한 채 한 번도 구성되지 않다가 지난 10월 확대운영위원회에서 폐지되었다(김민정 외, 2021.10.31.).
[8] 여학생위원회의 더 자세한 역사는 《석순》 46집과 50+1집에 수록된 「안암캠퍼스 총여학생회와 여학생위원회의 ‘짧은’ 역사」를 참고하라. (50+1집은 다음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9] 성균관대의 경우 대안기구를 설치하는 대신 폐지 이듬해인 2019년에 총학생회 산하의 ‘학생복지위원회’를 ‘인권복지국’으로 개편하였다(박기황, 2019.04.09.).
[10] 김서현, 방성은, 한승아 (2021.10.03.). 학소위 TFT 구성, 연세사회에 던져진 질문들. 연세춘추.
총여 대안기구로 설립되었으나 한 번도 구성되지 않았던 성폭력담당위원회 대신 ‘더 큰’ 기구를 설립하는 식으로 방향을 잡은 듯하다.
[11] 총여 대안기구 '학생·소수자 인권위'로 (2021.11.23.). 경희대학교 대학주보사.
[12] 제주대 총여가 2년째 공석임에 따라 총운영위원회가 제출한 ‘2021학년도 총여학생회 폐지를 위한 학생 투표 상정에 관한 건’이 가결되어 12월 9일, 10일 양일간 학생총투표가 진행되었으나 과반에 못 미치는 35.57%의 투표율만을 기록해 부결되었다. 총학생회장은 “총여학생회 폐지가 최종 목표가 아니었기에 투표를 연장하진 않았”으며 “앞으로 총여학생회에 대한 생산적 논의를 진행”해야한다고 밝혔다(김찬우, 2021.12.12.).
참고문헌
단행본
정희진 (2014). 정희진처럼 읽기. 교양인.
기사 및 온라인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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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현 외 (2021.10.03.). 학소위 TFT 구성, 연세사회에 던져진 질문들. 연세춘추. Retrieved from https://chunchu.yonsei.ac.kr/news/articleView.html?idxno=28245
김찬우 (2021.12.12.). 제주대 총여학생회 폐지 투표 부결…여전히 존속. 제주의소리. Retrieved from http://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336416
류성우 (2019.11.02.). 2020학년도부터 자연캠 총여학생회 폐지돼. 명대신문. Retrieved from https://news.mju.ac.kr/news/articleView.html?idxno=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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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2021.09.29.). 서울캠 총여 해산 찬성 63.4%로 가결. 경희대학교 대학주보사. Retrieved from http://media.khu.ac.kr/khunews/view.asp?code1=1012006022801&code2=NULL&kha_no=28715&fbclid=IwAR0Fmwck2NXuQbFBs-cdo7dzmyCfPNwmmskTPaPjThYt7souN3e46H9u7q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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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예원 (2021.12.08.). 36년의 역사 간직한 총여학생회 사라지나. 제주대미디어. Retrieved from http://news.jejunu.ac.kr/news/articleView.html?idxno=155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