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봄에서 겨울을] 편집위원 호롱
지난해 11월, 코로나19의 영향이 여성, 특히 20대 여성들에게 더 가혹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기획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코로나가 확산되기 시작한 작년 1월부터 9월(잠정치)까지, 남성 자살률은 전반적으로 감소한 데 반해 여성 자살률은 급증하였고, 같은 기간 성별과 세대를 막론하고 전체 자살 시도자 중에서 20대 여성이 가장 많았기 때문이다(32.1%).[1]
이에 여성계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불리한 요소들이 코로나로 인해 증폭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예를 들어 이 같은 현상은 팬데믹 이후 해고된 비정규직, 시간제 근로자 수에 있어 여성의 비율이 남성의 배에 이르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데, 이는 그간 우리 사회가 여성들을 잉여인력으로 취급해온 것을 바탕으로 한다는 말이다. 이처럼 여성 자살률의 변화가 ‘갑작스러운’ 증가가 아닌 ‘지연된’ 증가라면, 단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보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여성 문제의 해결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여성 자살률이 증가하더라도 여전히 남성 자살률보다 낮다며 여성 자살률을 주목하는 것에 반감을 보이기도 했다. ‘더 심각한’ 남성 자살률을 제쳐두고 여성 자살률을 논하는 것이 남성 차별적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남성 자살률이 여성 자살률보다 더 높게 나타난다는 것은 이 사회가 오히려 남성차별적이라는 증거’라는 의견까지 제기되었는데, 이는 다소 무리한 주장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가 2013년부터 5년마다 발표하는 자살실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자살 시도율에 있어서는 2013년과 2018년 모두 여성의 수치(59.2%, 57.6%)가 남성의 그것(40.8%, 42.4%)을 앞지르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주장은 여성 자살률보다 남성 자살률이 더 높다는 사실이 여성 자살률의 증가를 사소한 문제로 만들지는 못한다는 점을 놓치고 있다. 게다가 애초에 자살률을 성별화하여 분석하는 까닭은 일반적으로 성별에 따라 사회에서 경험하는 것이 다르므로 성별화한 접근이 대책 마련에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지, 이것을 근거로 어떤 성별이 더 어려운 상황에 있는가를 겨루기 위함이 아니다. 여성, 특히 자살 시도율이 급격히 증가한 20대 여성의 자살률 증가는 분명 문제적이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편집위원 호롱 / jhsjhs0929@gmail.com
[1] 젊은 여성 자살률 급증, 일본만의 문제 아니다 (2021. 02. 24.). 스카이데일리.
참고문헌
중앙자살예방센터 2020 자살통계 자료집 (2020.12.03.).
KOSIS 응급실 자살시도자 조사 인구학적 분포 Retrieved from 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117&tblId=DT_11794N_601&vw_cd=MT_OTITLE&list_id=117_11794_002&scrId=&seqNo=&lang_mode=ko&obj_var_id=&itm_id=&conn_path=K2&path=%252Fcommon%252Fmeta_onedepth.jsp
황예랑 (2020. 12. 13.). 여성 자살률, 2008년과 닮았다. 한겨레21. Retrieved from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640.html
박정은 (2021. 02. 24.). 젊은 여성 자살률 급증, 일본만의 문제 아니다. 스카이데일리. Retrieved from http://www.skyedaily.com/news/news_view.html?ID=124175
‘조용한 학살’이 다시 시작됐다 (2020. 11. 12.). 접속일 2020. 03. 05. 슬랩 slap. Retrieved from https://www.youtube.com/watch?v=qyXWtE7Os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