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느닷없지만 어김없이 온담 말이야

by 이지완

《담》


나이 따라 느는 것 중에

아이쿠 소리와 함께 오는

담이란 놈이 있지


침대 밑에 청소기 들이밀다가

물건 집으러 소파 아래 팔 뻗다가

사각지대 확인하려 고개 돌리다가

녀석이,

내게,

훅,

온다


아차 싶으면 이미 와 있는 것이

영락없이 나이랑 닮았다




《담 2》


오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

어김없이 보란 듯이 온다


안 만나도 좋을

헤어진 연인처럼

낡아가는 삭신을 굳이

방문해 주셔서 젠장입니다


숫자에 불과한 나이라는 믿음이

이십 도도 안 되는

승모근의 회전 반경 안에서

와르르 무너진다


늙다와 결리다는 동의어인 듯




《담 3》

얄미워 정체를 찾아보니
가래 담痰이란다
목안이든 어깻죽지든
불쾌하게 걸리적거리는 게
녀석의 정체

누군가에게 담은 되지 말아야지
라는, 취중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폰의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