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밭

하늘과 바람과 벌과 꽃과 가을이 쓰는 서시

by 이지완

《코스모스밭》


원래 꽃밭이었던 게 아니야

들에 꽃들이 피어 꽃밭이 된 것


원래 꽃길이었던 게 아니야

꽃잎이 내려 꽃길이 된 것


나도 본디 나였던 것이 아니다

당신이 나를 피워 내가 된 거야




《가을의 하늘》


가을에 하늘 보는 이유

순전히 이름 때문이다

온전히 라임 때문이다


안 믿겨? 잘 봐

봄에 품는

여름에 여는 푸름

겨울에 붉히는 눈시울


그러니 가을의 시공간은 단연코

외로움 나눌 하늘이지

서러움 참을 오늘이지




《꽃의 이유》


감탄에 눈멀어

것이 아니다


찬사에 굶주려

핀 것도 아니다


저 꽃답게 너도

남 보기에 좋으라고

태어난 게 아니다 그러니


그저 홀로 의연히

바람 따라 살아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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