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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해

물이 남긴 숙제

by 이지완


《잔해》


물이 할퀴고 간

냇가 자전거길에

아 하는 탄식들 널렸다


성했던 온갖 것들

기품 체면 포기한 채

부끄럽게 드러난다


한 길 사람 속보다 쉽다는

열 길 물의 속살이

매섭게 긋고 지나가

황망한 속을 뒤집는다


페달 밟는 소리에 놀라고

다시 온 점령군 땡볕에 멋쩍어

쫄아든 물 쪽만 보는 잔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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