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수박주스

분에 넘치는 사치 음료

by 이지완


《수박주스》


이걸 마실 자격이 될까 나는

쉽게 내뱉고 몹시 떠들고

세게 따지고 크게 성내는 내가


아침바람 뜨거운 낮볕

매서운 소나기 빗물 다 견디고

애벌레의 포복놀이

두더지의 호기심 다 받아주며

푸른 몸뚱이 검은 줄무늬

제 몸 스스로 영근

커다란 구(球)의 우직함을

그 안에 숨겨 키운 달콤함을


염치없이 마셔도 되는가 말이다



keyword
이전 10화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