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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리 피디 Dec 17. 2024

스타 이즈 본

별이 태어나면 다른 별은 진다


천문학자들에 따르면 별(星)도 사람처럼 탄생하고 성장하고 노화를 겪은 뒤 죽는다고 한다. 천문의 이치는커녕 북극성도 못 찾는 별치지만 나는 이 별의 생로병사가 무척 신기하다. 생명성은 생물에게만 있다고 믿었는데... 내가 알던 생명의 변화 개념을 바꿔야 할까, 별도 생물의 범주에 넣어야 할까.

 

유명인을 스타라고 부른다. 특히 예술이나 스포츠에서 독보적인 실력과 인기를 얻은 사람이다. 이들의 인생에도 생로병사가 있다. 얼굴과 이름이 알려지는 순간이 스타의 탄생일이다. 유명세가 성장을 하고 어느 순간 정점에 이른다. 꺾이고 스러진 뒤 잊히면 스타는 죽는 거다.


영화는 두 스타의 명멸(明滅)을 다룬다. 브래들리 쿠퍼가 감독하고 연기도 하고 레이디 가가를 섭외까지 했다. 고백하자면 영화를 절반이나 보다가 레이디 가가를 알아봤다. 기괴한 퍼포먼스 가수로만 알던 그녀가 연기를 하는지도 몰랐다(이렇게 무식은 참신의 어머니다). 70년대에 나왔던 동명의 작품을 리메이크했단 사실은 며칠 뒤에 알았다.


잭슨(쿠퍼)과 앨리(가가), 둘이 만나는 시점부터가 의미심장하다. 그는 한물 간 왕년의 톱스타고 그녀는 아직 탄생 전의 별이다. 이 궁극적인 시차의 슬픔을 안고 이야기는 시작한다(라라랜드의 두 주인공이 꿈을 좇는 방식의 차이로 엇갈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죽어가는 별과 태어나려는 별이 만나는 셈이다.


연애도 별과 마찬가지로 생로병사가 있다. 사랑이 싹트는 시기, 전개되는 과정, 삐걱거리는 일들, 마지막으로 소멸하는 이벤트인 것이다. 음악인의 커리어는 개인의 몫이지만 사랑은 공동의 과정이다.


잭슨은 앨리의 연인이자 후원자가 된다. 쇠퇴하는 별은 새 별을 탄생(데뷔)시킨다. 앨리는 잘 나가기 시작한다. 둘의 사랑은 감미롭다. 그러나 지는 별과 뜨는 별이 한 공간, 같은 시간에 빛나는 일은 그리 길지 않은 법.


잭슨은 점점 초라해진다. 천박한 춤을 추는 앨리가 못마땅하다. 알코올중독이 심해진다. 앨리의 매니저와 주먹다짐까지 한다. 둘의 사랑에도 먹구름이 낀다. 생로병사 중 ''이다. 술에 취해 에이미상 시상식에서 잭슨이 실수하는 장면은 관객을 잔뜩 긴장시킨다. 안타깝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것이 지는 별의 운명인 것을...


뮤지션으로서의 인생, 앨리와의 사랑은 한순간에 종말을 맞는다. 사(死)다. 스타 이즈 데드.


음악이 훌륭한 영화다. 스토리의 진부함을 멋진 노래들이 극복했다. Shallow, I'll never love again, La vie en rose 등. 특히 shallow는 명곡이다.

Tell me something boy, tell me something girl사랑과 인생의 엇박자를 상징하는 가사다.


우리 중 대부분은 스타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사랑을 경험한다. 이 낯섦과 낯익음의 이중구조가 영화를 떠받치고 있다. 연출과 연기가 잘 엮여서 신파가 걸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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