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더를 위한 조직운영시스템 만들기
"조직이 계속 바뀌는데 어떻게 안정적으로 성장하나요?"
"팀이 커지니까 이전처럼 소통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채용을 할 때마다 기준이 달라져요."
스타트업 대표들로부터 많이 받는 질문들이다. 대부분의 창업자는 제품과 사업에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적용하면서, 정작 '사람'과 '조직'에 대해서는 시스템 없이 직관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팀원이 10명을 넘기면, 식사하면서 대화하던 방식으로는 더 이상 팀워크가 유지되기 어렵다. 이때 필요한 것은 '조직 운영 시스템'이다.
스타트업은 변화의 파도 한가운데를 항해하는 배와 같다. 제품도, 시장도, 전략도 계속 바뀐다. 하지만 변화의 중심에 있는 건 ‘사람’이다.
조직 운영 시스템은 변화의 파도를 흡수하는 서스펜션이다. 혼란 속에서도 팀원들이 방향을 잃지 않도록 지지해 주는 구조이자, 대표가 '무엇이든 챙기는' 리더에서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리더로 성장하는 기반이다.
조직 운영 시스템은 단순한 조직도나 업무 분장표가 아닌 사람을 채용하고, 성장시키고, 소통하며, 문화를 만들어가는 회사의 전체 프로세스다. 다음 네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1. 채용 시스템 - "누구를 뽑을 것인가?"
기준에 기반한 채용을 위해 역할정의(JD), 채용기준표, 면접 프로세스, 온보딩 세션을 설계해야 한다.
"이 사람 좋은데?"라는 느낌이 아닌, 데이터와 기준에 기반한 채용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처음부터 우리가 원하는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그런데 원하는 인재와 기준이 없으면 결과는 6개월 뒤 패닉으로 돌아온다.
☞ 내가 처음 만든 채용 시스템은 한 페이지 노션 문서였다. 그것만으로도 채용 결정에 일관성이 생겼다.
2. 성과관리 시스템 -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
스타트업에서 가장 자주 무너지는 부분이 바로 '성과관리'다. OKR이나 KPI 같은 도구는 많이 도입하지만, 실제로 제대로 운영되는 경우는 드물다. (OKR은 최소 6~12개월의 적응과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일에 대한 정의가 끝났다면 목표 설정, 1on1 미팅, 분기/반기 리뷰, 경력 경로 설계를 통해 ‘일한 만큼 인정받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건 평가가 아니라 개선임을 잊지 말자.
☞ OKR도 KPI도 기본적인 사상은 Self Movivation을 하기 위함이다. 평가하고, 갈구고, 채찍질하기 위해 사용하면 안 된다. 스타트업에서 고과를 도입해도 실패하는 이유는 좋은 고과를 받아도 얻을 게 없다는 걸 구성원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린 대기업이 아님) 평가가 아닌 성장을 시켜줄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 다음 시즌에 회사를 더 성장시켜서 더 큰 연봉을 오퍼 하거나 더 좋은 팀으로 이적할 기회를 줘야 한다.
3.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팀이 20명이 넘어가면 아예 다른 차원의 소통 체계가 필요하다. 회의 규칙, 정보 공유 룰, 의사결정 매트릭스, 피드백 루프 등 공식적인 소통 구조를 만들어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오해가 쌓이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 "정보의 비대칭이 구성원의 오너십을 파괴한다."는 철학 하에 모든 경영 회의를 오픈 생중계하고, 회의록도 전체 공유했다. 이것으로 팀의 신뢰도가 크게 높아졌다.
4. 조직문화 설계 - "어떤 기준으로 행동할 것인가?"
문화는 조직 구성원들의 행동과 의사결정의 기준이 된다. 리더가 의도적으로 설계하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래도 욕먹..) 핵심 가치 정의, 문화 강화 활동 (단체 영화 관람 아님), 온보딩 프로세스, 컬처 인덱스 등을 통해 조직의 행동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가끔 조직문화를 분위기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다시 말하지만 문화는 구성원의 행동과 판단의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 조직의 MVC(미션-비전-코어벨류)를 설정하고 잘 보이게 여기저기 붙여 놨지만 문화는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채용 평가, 성과 평가의 기준 등을 코어벨류를 중심으로 변경했다. 또 매월 타운홀에서 코어벨류 세션을 지속적으로 반복한 지 6개월이 지나자 코어벨류에 대한 대화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변화가 일어났다.
많은 창업자들이 시스템을 도입하면 스타트업의 자유로운 문화가 사라질까 우려한다. 하지만 내 경험으로는 그와 반대였다. 기본적인 운영 시스템이 갖춰져 있을 때, 오히려 더 자유롭고 창의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다.
마치 축구에서 규칙이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자유롭고 안정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것처럼, 조직 운영의 기본 규칙과 시스템이 있을 때 구성원들은 더 안정감을 느끼고 자신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
- 단순하게 : 복잡한 설계보다 실행가능한 구조부터 시작한다.
- 일관되게 : 리더의 언행이 시스템과 일치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 진화 가능하게 : 초기에는 작고 빠른 개선이 핵심이다.
스타트업의 시스템은 단순해야 한다. 복잡한 시스템은 지속되기 어렵다. 또 예외를 두지 않고 일관되게 적용돼야 하며, 조직에 성장에 따라 시스템도 진화할 수 있어야 한다. 지속적인 진화를 위해 연 1회 전체 시스템을 리뷰하고 업데이트하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는 아직 시스템을 만들 단계가 아니에요." 이런 말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정작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면 이미 너무 많은 문제가 쌓여 있어 변화하기 어렵다.
처음부터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 필요는 없다. A4 한 장 짜리 채용 기준표(필자는 노션을 이용했음), 30분짜리 1on1 미팅, 3~6개 정도의 핵심 가치 정의... 이런 작은 것들부터 시작해도 충분하다.
시스템은 한 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과 함께 성장하는 유기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작'하는 것이다.
성공한 스타트업과 그렇지 못한 스타트업의 차이는 단순히 '좋은 사람'을 모았느냐가 아니다. '좋은 사람'이 '좋은 시스템' 안에서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들었느냐의 차이다. 조직 운영 시스템은 스타트업 리더가 구축해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과제이다.
명심하자! 튼튼한 조직 운영 시스템 위에서만,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