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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으로 읽는 스타트업 리더십

트레바리 4번째 모임 - 군주론

by 밥대표

"군주론이라니,

식상하지 않을까?"

트레바리 독서클럽 마지막 모임 책 선정 당시 내 머리 속을 맴돌던 말이다.


대부분 집의 책장에 한권쯤 꽂혀있는, 아주 오래 전 읽었던 군주론.

다시 읽으면 다른책같은 신비한 고전이다. 책을 선정하고 보니 군주론은 스타트업 지침서 같았다.


그리하여 트레바리 '스몰 창업, 스몰 엑싯'(내용은 링크로) 시즌의 마지막날,

군주론을 통해 리더십을 이야기 하게 되었다.


출처 : 군주론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군주론의 시대적 배경은 스타트업 생태계를 닮았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집필한 16세기 초는 르네상스 시대로 이탈리아는 피렌체, 베네치아, 밀라노, 나폴리, 로마 교황령 등 도시국가로 정치적 분열이 심했다. 피렌체의 외교관이던 마키아벨리는 메디치 가문(그 유명한 금융가문이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후원가)이 피렌체를 장악하면서 은퇴(짤리고, 고문도 당했다)를 강요 받았다. 그 후 시골로 내려가 메디치 가문의 군주 로렌초에게 헌정한 정치 조언서가 바로 군주론이다.


이 시기는 중세 봉건제도에서 근대 국가로 전환되는 과도기로 외교관이던 마키아벨리는 프랑스, 스페인, 신성로마제국 등 주변국가의 침략에 노출된 이탈리아 도시국가를 목격했고, 외세의 침략으로 부터 국가를 보호할 수 있는 통일 이탈리아의 강력한 지도자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군주론은 이러한 극도의 불안정성과 생존의 위기 속에서 탄생했다. 불안정성과 생존이라는 관점에서 스타트업의 창업가와 리더가 읽어야할 필독서라 할 수 있다.





스타트업에 적용될 수 있는 군주론 인사이트


스타트업 리더십에 참고할만한 군주론의 중요한 인사이트를 정리해 본다.



1. 빠르게 결정하고 행동하는 리더십


마키아벨리는 "행동하는 사람이 신중한 사람보다 더 자주 목표를 달성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포스팅에서도 지속적으로 이야기 한 것처럼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완벽한 정보를 기다리는 것보다 적절한 시점에 결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 스타트업의 CEO는 제한된 자원과 높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결정을 미루지 않고, 빠르게 실행해야 한다. 시간이 경쟁의 핵심이다.



2. 위기 관리와 대응


스타트업은 항상 자금 부족, 시장 변화, 경쟁 심화 등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창업가는 잠재적 위기를 미리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무턱대고 실행이 아니라 시나리오 플래닝과 리스크 관리를 기반으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3. 팀 구성과 권한 위임


마키아벨리는 현명한 지도자가 유능한 조언자들로 자신을 둘러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가를 정복하면 군주가 직접 이전하여 통치하거나 자신의 사람을 통해 통치하라고 조언한다. 스타트업에서는 창업자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팀 운영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 핵심 역할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고 적절한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리더십의 핵심은 조직 운영이고, 조직 운영은 팀과 위임으로 완성된다.



4. 적응력과 유연한 리더십


마키아벨리는 경직된 원칙보다는 상황에 따라 유연한 대응력이 중시했다. 급변하는 스타트업 환경에서 성공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정된 전략을 고수하는 것이 아닌 시장의 반응에 따라 신속하게 전략 방향을 전환(피봇)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때 의사결정을 위한 판단을 위한 정량적, 정성적 의사결정 시스템을 만들면 성공은 반복할 수 있고, 실패는 줄일 수 있다.



5. 인센티브와 동기부여


군주론은 인간 본성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군주론이 불편한 이유다. 그는 사람들은 주로 자기 이익에 따라 행동한다고 보았기 때문에 강력하고 냉철한 지배행위를 해야한다고 조언한다. 오늘날의 경영 환경으로 해석해 보면, "스타트업 리더는 구성원의 행동을 유발하는 동기부여에 대해 이해하고 적절한 리더십으로 이끌어야 한다"로 해석할 수 있다.

스타트업은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금전적 보상으로 동기부여를 지속하기는 어렵다. 금전적 보상을 줄수 없다면 성장의 기회를 제공해야한다. 폭발적 성장 이후 회사와 개인의 성공을 연결하는 인센티브 구조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리텐션 보너스+스톡옵션을 추천한다.- 이부분은 나중에 다시 다루도록 한다.)



6. 브랜딩과 평판관리


마키아벨리는 평판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했다. 군주의 행동과 말에 의해 시민들은 군주를 인식하고 이것이 모여 평판이 된다. 평판에 의해 시민들의 팔로우십이 결정되고, 이는 국력과 비례하게 된다.

오늘날 비즈니스에서 브랜딩과 평판 관리는 중세만큼이나 중요하다. 스타트업은 제품과 리더십 브랜딩과 평판은 회사의 성장에 영향을 준다. 특히, 채용 관점에서 스타트업 리더의 평판이 곧 회사의 채용 브랜딩임을 명심하자.



7. 외로운 혁신의 길


마키아벨리는 새로운 체제를 도입하는 것의 어려움에 대해 언급했다. "혁신하는 리더는 이전 체제에서 혜택을 받은 모든 사람이 적이되고, 새로운 체제에서 혜택을 받을 사람들로부터는 미지근한 지지만 받는다"는 것이다. 이는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도입할 때 스타트업이 직면하는 시장 저항과 초기 시장 진입의 어려움과 흡사하다. (대표님만 힘든거 아니에요, 중세시대 군주도 힘들었데요)



8. 통제할 수 없는 요소(Fortuna)와 능력(Virtù) 키우기


마키아벨리는 성공이 운(Fortuna)과 능력(Virtù)의 조합이라고 보았다. 능력을 쌓은 군주는 통제할 수 없는 기회가 다가 올 때 성공의 운을 잡을 수 있다. 스타트업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인 시장 변화, 경쟁사, 규제 변화 등이 존재한다. 좋은 창업팀이 되려면 통제할 수 없는 환경을 탓하지 않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실력을 키워야 한다. 이전 포스팅에서 계속 언급한, 가설-실행-회고 프레임을 적극활용하기 바란다.





스타트업 창업가는 모든 아티클에서 영감을 얻는다.


『군주론』은 오늘날 스타트업 리더들에게 냉철한 현실주의와 효과적인 전략적 행동에 대한 가이드를 준다. 물론 그의 모든 조언이 현대 윤리 기준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지만, 권력의 역학과 조직 리더십에 대한 그의 통찰은 여전히 가치가 있다. (500년 지난 지금의 윤리 기준으로 평가하지 말기를)


스타트업 창업자는 이상주의와 현실주의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마치 외줄타기할 때 중심을 잡듯이 자신의 철학을 중심으로 비전과 가치를 중시하면서도, 생존과 성장을 위한 실용적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좋은 대표이고 싶었던 창업초기의 나에게 책 한권 추천하라고 한다면 주저없이『군주론』을 추천하고 싶다. 리더십에 갈피를 못잡고, 녹녹치 않은 창업자의 길에서 헤메고 있던 과거의 나에게, 현실적인 냉철함과 이상적인 따뜻함을 동시에 가진 대표가 되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마키아벨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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