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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두부 Jan 12. 2024

이상한 그림편지

바보교수와 사자

Watercolor, oilpastel, gouache, crayon on paper. 2024

안녕! 나는 다른 주소로 이 편지를 보낼까 고민하다 혹시나 당신이 내 이야기를 기다릴 수도 있겠다는 작은 설렘을 안고 같은 주소를 적었답니다. 이 이야기는 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실이지만 누군가 거짓이라며 손가락질을 한다고 할지라도 상관은 없답니다. 그저 당신이 재밌게 읽어주신다면 나에게 기쁜 소식일 것입니다. 끔찍한 블루베리파이를 먹은 이후 나는 울렁거리는 배를 부여잡고 크고 작은 돌들이 깔린 땅을 지나 듬성듬성 푸른 풀들이 자라난 이상한 사막에 도착했습니다. 멀리서부터 보이는 사자에 크게 놀랐지만 축 처진 눈을 보아하니 옆 집 강아지 베이글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난 두려움을 떨쳐내고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바위만 한 사자 옆에는 똑똑해 보이는 인도인이 사자의 옆구리에 기대어 앉아있었는데 그는 안색이 좋지 않은 나를 발견하고는 어디를 가고 있느냐고 묻더군요, 나는 그저 모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고 그는 자신이 교수라고 소개했습니다. 방 안에 박혀 연구를 하다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 보니 사자가 있는 사막이었다고 말했죠. 사자가 처음부터 힘이 없던 것은 아니었기에 그는 살기 위해 사자에게 자신이 공부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사자가 스스로 얼마나 멍청한지 깨닫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사자는 점점 자신이 바보라고 생각했고 교수는 자신이 사자를 길들였다며 무척이나 자랑스러워 했죠. 나는 이야기를 다 듣고 그 교수에게 사막을 지나면 어떤 길이 나오냐고 물었지만 그는 나에게 사막을 이루는 모래알갱이의 수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지 뭡니까. 그래서 나는 그 들을 뒤로하고 열심히 걸음을 옮겼습니다. 교수는  내가 듣지 않자 곧바로 사자에게 말하기 시작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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