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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두부 Jan 15. 2024

이상한 그림편지

없어지지 않는 돌

Oilpastel, crayon,watercolor on paper 2024

안녕 친구!(친구라고 불러도 너그러이 생각해 주길 바랍니다.) 3번째 편지는 잘 도착했을까요, 지난 편지에서 인도인 교수와 사자의 이야기를 듣고 당신은 어떤 생각을 했을지 매우 궁금합니다! 온순해진 사자라니 코웃음을 쳤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이번에 내가 만난 사람은 꽤나 평범했다고 자부하죠. 주문처럼 천문학이야기를 늘어놓는 인도인 교수와 사자를 지나서 사막을 지나던 도중 주먹만 한 돌멩이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온통 모래들로 가득한 곳에 돌 하나라니 이상하기도 했지만 의미심장한 기분이 들었죠. 나는 허리를 숙여 돌을 집어 들었고 그 순간 내가 서있는 곳이 다른 곳이 되었지 뭡니까. 진흙색, 잿빛색의 돌들이 쌓여 있는 돌 밭이었습니다. 따듯했던 사막과 달리 그곳은 황량했고 쌀쌀했습니다. 어디선가 바퀴가 굴러가는 투박한 소리가 나길래 나는 소리를 찾아 두리번거리다 녹슨 수레에 잔뜩 돌을 실어 나르고 있는 한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 왜 돌을 나르고 있느냐고 물었지만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눈에 마치 내가 보이지 않는 것 같아 보였죠. 몇 번 말을 더 건네다 포기한 나는 지친 나머지 돌밭에 앉아 그를 구경했습니다. 그는 마치 로봇처럼 돌을 나르고 또 날랐지만 돌은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어디선가 누가 계속 돌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노을이 지고 그는 잠시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말없이 서있다가 지친 얼굴로 다시 반복했습니다. 그런 그를 보다 보니 나는 괜히 눈물이 나왔습니다. 발걸음을 다시 옮겨야 하는데 누군가 발등에 돌을 얹은 것처럼 발이 무거워서 나는 한참을 그를 보며 울었습니다. 그가 그런 날 보지 않아 다행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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