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인지 새벽인지, 해가 뜨지 않은 아침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쉴 새 없이 달렸고 목적지는 없었다. 뜨거운 피부 위로 차가운 땀이 흐르고 호흡은 짧게 부딪히는 바람소리 같았다. 양 옆을 가린 채 뛰는 경주마처럼 그는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렸다. 얕은 강물에 바지가 젖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를 본 어떤 사람들은 그를 보며 박수를 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고개를 저었다. 또 누군가는 그가 왜 그렇게 뛰는지 궁금해하며 그가 뛰는 이유에 대해 알아내고자 하기도 했다.
그가 바라는 것은 영원이었다. 그는 영원을 향해 달리는 것이었다. 쉴 새 없이 뛰다 보면 모든 것을 넘어 끝에는 쉴 수 있으리라. 그는 생각했다. 그가 마주한 것들은 판도라의 상자 속에서 나온 것들 중 가장
어둡고 두려운 것들이었다. 온 인생을 걸어도 그것들을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었다. 그의 고급 구두가 돌부리에 젖은 흙바닥에, 거친 나무뿌리에 마구 긁혀 닳아가고 있었다. 그는 어디선가 달리고 또 달리고 있을 것이다. 영원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