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공기가 머리카락 속을 날카롭게 헝클었다. 하얀 입김을 볼 수 있을 정도의 날씨는 아니었지만 외투의 깃을 세워 입지 않으면 금방 몸이 시렸다. 그가 일하는 공장은 도심과 떨어진 곳에 위치했다. 붉은 벽돌색으로 칠해진 공장에서는 기차의 부품들을 생산했다. 그가 그 공장에서 일한 지도 5년이 넘어가고 있었다.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약 100명 정도였는데 A조와 B조로 나뉘어 근무했기에 대략 50명 정도씩 모여 일을 했다. 그는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조용한 사람이었다. 굽은 등과 푸석한 갈색 머리카락을 한 그는 어눌하고 느린 말씨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매일 손잡이가 너덜거리는 종이봉투에 땅콩잼과 베이컨, 양상추를 넣은 샌드위치를 넣어왔다. 그게 그의 점심이었다. 그는 A조로 푸른 새벽부터 출근을 했는데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 공장으로 향하는 길이 더욱 멀게 느껴졌다. 폴리솜이 들어간 얇은 외투는 간헐적으로 부는 찬 바람을 막아주기엔 부족했는지 그의 굽은 등이 더 굽어 올라왔다. 등과 가슴팍이 시린 느낌은 힘들었지만 그는 겨울을 앞둔 새벽하늘을 좋아했다. 일 년 중 가장 좋아하는 시기였다. 잿빛이 섞인 새벽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외로운 마음도 하늘빛에 섞여 들어 없어지는 것 같았다. 그날, 공장으로 가는 길에 마주친 하얀 비둘기 한 마리가 그를 따라왔다. 그는 종이가방에서 샌드위치의 모서리 부분을 조금 떼어내 비둘기에게 주었다. 그리고는 주머니에 다시 손을 넣고 공장을 향해 걸어갔다. 손을 넣은 주머니에 작은 구멍이 나 있었다.
"일이 끝나면 구멍을 꿰매어야겠군..." 주머니의 구멍으로 찬바람이 하얗게 거칠어진 그의 손을 더 시리게 만들었다. 조용한 시골 공장 앞 터에 그의 조용한 발걸음 소리만 들려왔다. 그는 공장으로 들어가 제일 먼저 불을 켰다. 그다음으로 히터를 켜고 그 앞에 앉아 하늘을 좀 더 바라봤다. A조 사람들이 오기까지 30분 정도가 남아있었다. 구름 한 점 없는 새벽하늘이 점점 밝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