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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두부 Aug 01. 2022

오렌지 아파트

종이에 색연필, 수채, 크레용


307호의 버크의 머리색이 진한 초록빛으로 바뀌었다. 실수가 아니라면 그건 여름이 왔다는 것이다. 내리쬐는 태양 아래 오렌지보다 더 오렌지 빛인 일자 형태의 복도식 아파트가 뜨겁게 빛나고 있었다. 버크는 오래된 열쇠고리를 빙빙 돌리며 담배를 피우더니 낡은 플라스틱 의자에 허리를 늘어뜨린 채 눈을 감았다. 그 앞으로 아파트 관리인인 힉스가 물걸레질을 하며 지나갔다. 힉스는 흰머리가 꽤 많아서 나이에 비해 늙어 보이는 남자였다. 축축하게 젖은 걸레가 지나간 자리는  뜨거운 햇빛 때문인지 얼마 가지 않아 금세 마르고 있었다. 눈을 감고 있던 버크가 담배를 바닥에 버리려고 하자 힉스가 갑자기 튀어나와 눈총을 주었다. 버크는 두 손과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담배를 주워 아파트 앞 화단에 던져버렸다. 

"힉스, 그런 눈초리면 잘 버리고 싶다가도 그럴 마음이 싹 사라진다니까요?"

버크는 얄미운 어조로 말하고 난 후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힉스는 그가 화단에 던진 담배를 주워 알루미늄으로 된 쓰레기통에 넣었다. 그가 관리실로 들어가려는 순간 1층에 있는 긴 의자에 1104호의 메릴린이 일광욕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토마토처럼 그을려지고 있는 두 광대를 한 메릴린은 힉스를 보고는 씩 웃어 보였다. 웃을 때 볼에 생기는 보조개가 매력적이었다.  뜨거운 여름 햇빛이 오렌지 아파트를 비추니 칙칙하게 낡은 오렌지색 아파트가 정말이지 예쁘게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이 모습을 오렌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잘 알지 못했다. 대부분 그 안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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