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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두부 Aug 01. 2022

프레타

종이에 오일파스텔, 마카


욕심이 없다는 말은 누군가의 욕심에 지쳐본 적이 있거나 그 어떠한 것에도 마음을 쓰고 싶지 않은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프레타는 그렇게 생각한 후에 스스로 공감하듯 고개를 두 번 더 끄덕였다. 그녀는 마을의 오래된 여성복 옷가게의 모델 일을 해왔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의 프레타는 꿈도 열정도 많은 소녀였다. 그녀는 동네 사람들에게  언젠가 유명한 브랜드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얘기하고 다니곤 했다. 하지만 그녀는 1년이 지나도 5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런 모델은 되지 못했다. 이제 프레타의 낡은 가죽 가방에는 얼핏 무늬 같아 보이는 스크레치들이 하얗게 뒤덮고 있었고 프레타의 금색 반지는 모양이 살짝 틀어져 있었다. 오늘은 그녀에게 정말 좋지 않은 날이었다. 그녀를 보며 항상 감탄사를 내뱉던 가게 사장인 폴에게서 16살의 프레타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며 실망스러운 반응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촬영은 맥없이 끝났고 그녀는 부스스하게 상해서 엉킨 머리카락을 힘을 주어 내려 빗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와 화장을 지우러 들어간 화장실에서 거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반짝이던 파란 눈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런 자신의 눈을 보고 있자니 꽤 마음이 슬퍼지는 듯했다. 하지만 그런 슬픔도 지겨운 것이라고 여긴 프레타는 부지런히 화장을 지워냈다. 그러자 마치 슬픔까지 지워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매일이 오늘 같기만 해도 나쁘진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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