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에 색연필
제러드는 친척 형이 읽던 단테의 신곡이 생각났다. 책 표지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읽고 있지 않다가 문학 수업 과제를 하기 위해 침대에 누워 책을 읽기 시작했다. 금세 빠져드는 내용에 제러드는 비극적인 사랑이야기인 파울로와 프란체스카의 이야기에 매료되었다. 좋아하는 여학생인 도르사가 생각났다. 제러드는 금지된 사랑의 결과로 구천을 떠도는 파울로와 프란체스카를 상상하며 잠이 들었다. 어찌나 감명 깊게 읽었던지 제러드는 꿈속에서 자신이 파울로가 되어 도르사와 키스를 하다 지오반니에게 들키는 꿈을 꾸었다. 화들짝 놀라 깬 후 생각해보니 화가 잔뜩 난 지오반니의 얼굴이 문학 선생님인 매튜였다. 제러드는 킥킥 웃으며 신곡의 다음 장을 넘겼다. 여름밤의 뜨거운 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