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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두부 Aug 01. 2022

제주

종이에 오일파스텔, 마카


폴은 그녀의 유일한 친구였다. 둘은 한국, 더 정확히 남한에서 만났고 더 정확히는 서울이 아닌 제주도에서 처음 만났다. 

폴의 고향은 알래스카였고 그녀는 일본 사람은 아니지만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고 자란 유쾌한 오사카 사람이었다. 폴과 그녀가 제주도에서 처음 만났을 때는 제주도의 하늘이 아름다운 보랏빛으로 물들어 갈 무렵 늦은 저녁이었다. 보랏빛 구름과 분홍빛 구름이 섞여가는 것을 멍하니 보던 그녀는 야자수 밑에 서있는 폴을 발견했다. 연한 금발머리가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고 있었다. 폴의 앞에는 땅콩 색 털의  리트리버가 앉아있었다. 둘은 대화를 주고받는 듯이 한참을 뭐라고 얘기하는 듯했지만 그녀는 꽤 높은 곳에 있었기에 대화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리고 조금 뒤 하늘과 폴을 번갈아가며 바라보던 그녀의 푸른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폴 앞에 있던 강아지가 공중에 살짝 떠 있었기 때문이었다. 폴은 둥둥 떠 있는 리트리버의 발을 살짝 잡고 예쁘다는 듯 쓰다듬고는 떠 있던 레트리버가  내려오자 강아지를  다정히 쓰다듬고는 그녀가 있는 숙소로 향했다. 그녀는 너무 놀란 나머지 폴이 들어오는 입구로 달려갔고 폴을 마주했을 때 "그 개가 어떻게...."라는 말만 반복했다. 폴은 씩 웃고는 "우리 진저 정말 예쁘죠?"라고 말했다. 그게 그녀와 폴의 첫 만남이었다. 폴은 물체를 띄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걸 알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바로 그녀뿐이었고 폴이 다시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난 후까지도 그녀 혼자 알고 있는 비밀이 되었다. 그녀는 폴이 세상을 떠난 지 딱 3년째가 되는 날 그를 처음 봤던 제주도의 빛바랜  핑크빛 호텔의 발코니에 서서 폴을 생각했다.

여전히 아름다운 제주의 하늘이 이번에는 진한 청색으로 반짝거리고 있었다. 마치 폴이 새로운 마법이라도 부리고 있는 듯이. 그녀의 옆에 앉은 폴의 강아지 진저도 하늘을 바라봤다. 둘은 폴을 추억하며 제주도의 푸른 바다 근처를 산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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